[리뷰 서사의 위기] 스토리 중독 사회는 어떻게 도래했는가?

[리뷰 서사의 위기] 스토리 중독 사회는 어떻게 도래했는가?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리뷰 서사의 위기] 스토리 중독 사회는 어떻게 도래했는가?

메밀국수호랑이
메밀국수호랑이
@kee092
읽음 206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리뷰, 서평]

깊은 허무의 시대, 인간의 퇴보를 바라보다

'이슈만 쫓는 깊은 허무의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는 문구에 공감이 가서 선택한 책.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정작 사람의 총명함은 퇴보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해석하는 능력도 없을 뿐더러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도 부족해지고 있다. 자신을 이미지로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자신의 서사를 구축하지는 못하는 상황. 왜 이렇게 하향 평준화 되는 것이고, 심지어 가속화 되고 있는가?

서사의 위기, 한병철의 철학적 진단

​저자인 한병철은 철학자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테오도르 아도르노부터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베르톨트 브레히트, 폴 마르, 미하엘 엔데까지 다양하게 인용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위기를 진단하고 의미를 해석한다. 책은 정보만 나열하는 빅데이터 사회의 결핍을 알리고 있다. 열가지의 주제를 통해 '왜 우리 삶은 불안하고 공허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스토리에 서사를 빼앗긴 현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삶의 맥락을 통해 의미를 찾다

​'인간은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동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작가의 주장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 전체를 연결하며 자기만의 맥락으로 나아갈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만 중요하게 만드는 현 사회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개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서사만이 인생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한다.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철학적 여정

​아무래도 철학의 영역에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책이 쓰여졌기 때문에 술술 읽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두께가 얇고 폰트가 커서 하루 안에 읽으려던 계획에서 뒤틀리긴 했지만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책의 주제는 결국 남들 사는대로 하는 대로 의미없이 공허하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한병철이라는 작가를 알게돼서 좋았고 그의 깊은 철학적 지식과 주장에 감탄했다.

‘새로고침’의 노예에서 벗어나 서사를 쌓다

​'새로고침'의 노예가 되어 매순간 들고 있는 핸드폰을 쉴 새 없이 눌러보며 업데이트한 행동이 사실은 그다지 내 서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를 어느 순간부터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도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지나온 시절을 기억하고 현재를 쌓아가고 미래를 대비하는 연습을 부단히 하여 나만의 서사를 견고하게 쌓는 작업에 충실해야겠다.

리뷰 :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