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순]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리뷰 모순]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리뷰, 서평]
올해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계속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참 신기했다. 대체 이 소설은 어떤 힘이 있길래 1998년 세상에 나온 이래 다시 정점을 찍는 것인지 말이다. 주부로써 최선을 다하면서도 매일 30분씩 시간을 내어 앉아 글을 작성하며 작품을 만들어 낸 그야말로 근면성실의 표본인 작가의 일화를 들으며 '언젠간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했던 결심을 올해 12월에서야 지키게 되었다.
'모순'은 소설 속 주인공인 안진진의 가족과 사랑 이야기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그녀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의 묘사가 일품인 작품이다. 사랑을 할 때 우리가 아는 식의 발현이 되지 않는다는 것. 20대 여성이 말하는 남녀의 사랑과 삶의 흐름. 그녀가 사랑한 세련된 이모와 억척스러운 엄마를 대비하며 가족을 점진적으로 넓혀나가며 소개하며 탐구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기술되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모순'이라는 상반된 두 개념의 충돌처럼 이모와 엄마, 이모부와 아빠, 본인과 사촌 주리, 나영규와 김장우를 배치해 극의 중심을 잡았다. 단호하고 독립적인 당찬 겉모습의 안진진은 부단히 고민하는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심성을 가진 속마음도 가졌기에 이 설정도 '모순' 같아 흥미롭다. 그 뿐 아니라 세대간의 차이로 오는 갈등도 대비로 보여지는데 가장 보편적인 모순인 세대차이를 터치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진정한 가족이 이런 것임을 돌려말하지 않고 직구로 던져내는 방식이 호쾌하다. 이리도 인간이 복잡한 것임을 소설이 너무 잘 드러내고 있다.
안진진이 내뱉는 말과 생각이 너무도 좋아서 좋았던 대목에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책이 이내 불룩해질 정도가 되었다. 수려한 표현과 솔직한 마음. 예상과 다르게 발현되는 감정의 발산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삶과 평온했던 이모의 삶을 대비하며 각각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결국 비극과 희극의 총합이 0이라는 삶의 묘사는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의식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복잡하게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복잡한 상황은 감각적이면서도 쉽고 명료하게 쓰여져 헤밍웨이의 필체 같고 무거운 주제로 넘어갈 때도 감정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클리셰같은 요소는 차용하지 않아 산뜻하다. 인간 존재의 깊이와 다양한 감정의 발현은 깊은 공감을 거쳐 자기 성찰로까지 이어진다. 가볍게는 안진진의 성장 스토리 조금 더 깊게는 인간의 복잡한 면모를 들여다보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리뷰 :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