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성에서 영성으로] 시대의 지성이 전하는 '영성'에 대한 이야기

[리뷰 지성에서 영성으로] 시대의 지성이 전하는 '영성'에 대한 이야기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리뷰 지성에서 영성으로] 시대의 지성이 전하는 '영성'에 대한 이야기

메밀국수호랑이
메밀국수호랑이
@kee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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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평]

"아침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을 오후엔 알게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역시 꿈에서도 그리지 못한 것들을 겪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크리스천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말입니다."

​큰 딸의 기도로 열린 영성의 세계

지성론자 이어령이 영성을 마음에 들이게 된 기적과도 같은 스토리. 이어령 작가를 평소 존경해 왔기에 그의 신앙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결국 그 단단한 마음을 깬 것은 그에게 가장 귀한 존재인 큰 딸이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기도가 높은 문지방을 넘게 했다.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과 어둠이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70평생 살아온 내 삶이 잿불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라는 고백이 그래서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고독과 존재의 무게를 자각

이어령 선생은 2004년 교토에서의 연구소 생활 중 하루를 회상한다. 빈방의 어둠이 싫어 불을 켜놓고 다녔던 시절, 슈퍼에서 쌀 한 자루를 사들고 집으로 걸어오다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초인종을 누르면 누군가 기다리다 문을 열어주는 작은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일까? 희망의 별도, 동방박사를 인도한 별빛도 아닌, 그저 남의 나라 땅에 놓인 방 한 칸, 그 창백한 형광등 불빛을 향해 걸어가며 어깨를 짓누르는 쌀자루의 무게. 평생 책과 종이, 문자와 정보에 허덕이며 비틀비틀 걸어온 자신의 발소리를 그제야 듣게 된 것이다.

​영혼으로 채워진 기도의 시작

이제 그는 채우는 것에서 반대로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서, 이 빈방을 물질이 아니라 영혼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쓰인 시가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고 고백하며 시작하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이다.

​간절한 기도와 신앙의 고백

이후 그는 간절히 딸을 위해 기도한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울부짖는 기도 이후에 나온 고백의 기도인데, 이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읽어 나가는 게 힘들 정도였다. 책 한 권 내내 한 편의 시로 가득찬 수려하면서도 간절하고 진심어린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몇 번을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메시지

이 책은 절망에 빠져 보았거나, 지성으로 똘똘 뭉쳐 있거나, 영성에 대해 궁금하거나, 가족의 소중함을 알거나 배워보고 싶거나. 간절한 기도를 원하는 사람들에 정말 필요한 책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목숨 속에, 나의 숨결 속에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한다. 그리고 몸이 아파 노쇠해진 아버지의 쳐진 어깨와 굽은 등을 보며 이어령 선생의 표현을 빌려 더욱 더 간절히 기도해 본다. "주여, 내 마음을 들어주소서. 우리 어머니의 기도에 응답하소서. 우리 아버지의 병마를 거두소서. "

리뷰 :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