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란] 지도력의 부재로 백성이 힘든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니.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영화 전란] 지도력의 부재로 백성이 힘든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니.
전란
감독 : 김상만
주연 :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2024. 10. 11 청소년 관람불가 / 액션, 전쟁 / 126분 / 넷플릭스
메밀국수호랑이 평점 : 8.0
신나는 액션과 함께 인간의 처절함, 아둔함, 비정함, 배신, 분노, 우정까지 다 담아냈다.
[리뷰, 서평]
“편애는 소수의 교만을 낳고 박애는 다수의 무질서를 낳으니 다스리는 자들의 고달픈 숙명 아니겠는가.”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것 없는 조선. 기울어져 버린 민심이 들리지 않는 임금의 귀는 왜적이 올라와도 마찬가지다.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떠나는 선조(차승원)에 분노한 백성은 불을 지르지만 이마저도 이해하지 못한다. 편애와 박애를 줄 수 없는 임금의 무지로 결국 피해는 백성에 고스란히 돌아온다.
“어찌 미천한 자와 적의 없이 지내십니까? 개는 기르는 것이고 종은 부리는 것입니다.”
견고해진 신분은 더욱 더 낮은 자에 가혹하고 잔인하다. 천영(강동원)과 종려(박정민)는 이 신분의 벽을 넘어 둘만의 우정을 공고히 한다. 무신 집안의 대를 이어 무관이 되어야 하지만 번번이 낙방하는 종려를 대신해 천영은 노비문서를 걸고 대리시험으로 장원급제를 선물한다. 어김없이 사대부집 양반 댁은 약속을 번복하고, 천영은 도망 노비의 삶을 택한다.
'전, 란'은 이 셋의 이야기다. 아둔한 임금, 부족한 양반, 억울한 노비. 한 나라에서의 인연은 왜적의 침략으로 인해 격정적인 감정으로 발화된다. 백성을 배신자로 인식한 임금, 동지를 원수로 오해한 양반, 모두에게 버림 받는 노비의 사연이 각각 다른 의미로 처연하게 느껴진다.
"본디 짐승이란 말이 중생에서 나왔겄다! 중생이 곧 짐승이니 그 사나운 힘을 두려워함이 옳지 않은가!"
몇 백년도 지난 이야기 속에서도 지도자가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신분을 위아래로 나눠 놓을 때 발생한 부작용들이 이 시대에도 개선되지 못한 채 왼쪽, 오른쪽으로 나뉘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못하게 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여전하니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12월. 가뜩이나 추운데 지도력의 부재로 더 춥고 무섭다. 이런 위기에 외부에서 다른 위기가 국내로 상륙할까 두렵다. 위기에 하나 된 조선의 의병과 백성들이 결국 바로 잡았던 국란 극복의 민족성을 21세기 역시 국민이 나서 바로잡아야 할 차례가 온 것 같다. 참으로 피곤하구나.
리뷰 :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