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리뷰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리뷰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메밀국수호랑이
메밀국수호랑이
@kee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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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평]

가히 충격적인 동화가 나타났다. '송곳' 의 최규석 작가의 동화라고 해서 어떤 반전이 있을지 기대하고 읽어내려갔는데 상상 이상이다. 헛된 인내를 강요하는 천사의 속삭임은 실제 같아 더 잔인하게 느껴졌고, 인생의 다시 못 올 비법을 발견한 대장장이가 업무에 치여 돌아보지 않는 부분엔 너무 공감되어 한참을 웃었다.

흔히 자기계발이나 마음관리 책들을 볼 때 현실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기 보다는 현재 사회의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하며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던지 정신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게 일반적이다. 작가는 이런 일관된 관점만을 제공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언급하고 있지 않은 사회구조나 체제의 문제점을 꼬집고 현재 사회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현실 속 진짜 이야기를 동화라는 방법을 통해 쉽지만 적확하게 전한다.

견고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희생된 청년에게 “힘을 내세요. 그 사람들도 제각각 괴로움이 있답니다. 모두가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그래도 당신에겐 제가 있잖아요.” 허울뿐인 값싼 위로를 통렬히 비판하고 개인의 역량으로 치부하는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일화도 인상 깊었고, 가위바위보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마을에서 손을 다쳐 매번 질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일화는 부당한 현실 앞에 이상하게 공평한 ‘법’의 체계를 꼬집는다. 마치 레미제라블의 축약서 같아 깊은 공감이 된다.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도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 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에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하게 쓰이기를, 그리하여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 고 말한 작가의 바람대로 이 솔직한 동화가 서동요가 되어 널리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뷰: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