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도려낸다는 발칙한 상상 (feat. 이터널 선샤인)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기억을 도려낸다는 발칙한 상상 (feat. 이터널 선샤인)

메밀국수호랑이
메밀국수호랑이
@kee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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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멜로/로맨스, 드라마, SF

2005년 11월 10일 개봉

2015년 11월 5일 재개봉

감독 : 미셸 공드리

배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톰 윌킨슨 외

관객수 : 506,609명

수상정보 : 25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작가상, 영국여우주연상), 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각본상), 57회 미국 작가 조합상(각본상), 30회 새턴 어워즈(최우수 SF영화상), 5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각본상, 편집상), 31회 겐트 영화제(청소년 심사위원상)

평론가 평점에 빨대를 쓰윽...

이동진 평점 ★★★★★ : 지금 사랑 영화가 내게 줄 수 있는 모든 것

김봉석 평점 ★★★★☆ : 사랑은 기억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

황진미 평점 ★★★★☆ : 30세 이상, 연애전적 3전 이상 관람가. 사랑이란… 업보다

​메밀국수호랑이 평점 ★★★★☆ : 기억해줘.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니체

너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지금 그쪽 모든 게 맘에 들어요." 조심스럽게 꺼낸 그의 표현은 다소곳 읊조리는 대사에 불과했지만 그 마음은 한 없이 컸을 것이다. 그와 너무 다른 그녀. 그녀는 그와는 다르게 늘 들떠있었고, 행보는 괴짜 같았다. 그게 맘에 들었다. 그리고 그게 싫어졌다. 어느덧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부담스러워 질 때가 있었으며 자유분방함에 실망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도 그에게 실망하기는 마찬가지.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포용하는 듯 웃어보이던 그 수줍던 미소는 어느덧 입가에서 사라지고 그녀에 대해 실망을 하며 한숨짓는 그. 그리고 이따금씩 송곳처럼 마음을 찌르는 잔인한 말들. 어느새 나를 규정하고 무시하는 발언 속에서 그녀는 점점 무너져 간다. 그리고 그가 너무 미워진다. "내 기억에서 니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영원히. 너와의 추억 뿐만 아니라 너의 이름 조차도."

단순하면서도 참으로 편리한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과연 그 부분만 도려낸다고 없어지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기억을 제거하는 과정 속에 사랑했던 연인의 모든 것을 복기하며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던 모든 것이 아름답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음을. 내 과거로 기억을 옮겨서라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리고 다시 현재. 우린 언제고 다시 만날거라는 바람과 어느 곳에서 만나든 서로 직감적으로 알아보고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진부하지만 진실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지치거나 혹은 익숙함에 속은 이들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어른 동화.

조엘(짐 캐리)의 기억을 지우는 과정은 꽤나 몽환적이고 스펙타클하여 정신없는 꿈 속을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익숙함에 속아 사랑을 저버리는 아둔함이 비단 주인공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쉬이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결국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하고 다시 사랑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동화적인 마무리에 박수가 나온다. 그래 결국은 해피엔딩이지.

​또한 그의 기억속에 항상 맴돌고 있는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미소와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한다"는 이승환의 노래가사가 절로 생각난다. "그대는 나에게 끝없는 이야기. 간절한 그리움."

리뷰 : 메밀국수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