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1년 뒤 100만 원은 왜 오늘 100만 원보다 쌀까?
갑자기 누군가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고 해보겠습니다.
A. 지금 100만 원 받기
B. 1년 뒤 100만 원 받기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나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아마 대부분 지금 100만 원을 선택할 겁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두 선택지 모두 받는 돈은 똑같이 100만 원인데, 왜 우리는 지금 받는 100만 원을 더 가치 있게 느끼는 걸까요?
밸류에이션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돈에는 시간이 붙습니다 ⏱️
지금 가지고 있는 100만 원은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에 넣을 수도 있고, 채권을 살 수도 있고,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1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 100만 원은 1년 뒤
100만 원 × 1.1 = 110만 원 이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1년 뒤 받을 110만 원은 지금 얼마의 가치일까요?
정답은 100만 원입니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V = FV / (1+r)
PV : 현재가치
FV : 미래가치
r : 할인율
결국
미래의 돈을 오늘 기준의 돈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현재가치의 기본 원리입니다.
이걸 그대로 기업에 적용해보겠습니다 🏭
어떤 기업이 앞으로
1년 뒤 100억 원
2년 뒤 100억 원
3년 뒤 100억 원
의 돈을 벌어 투자자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총 300억 원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현재 가치도 300억 원일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받는 돈은 미래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할인율을 10%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년 뒤 받을 100억 원의 현재가치는
100 ÷ 1.1 = 약 90.9억 원 입니다.
2년 뒤 받을 100억 원은 한 번 더 할인됩니다.
100 ÷ 1.1² = 약 82.6억 원
3년 뒤 받을 돈은
100 ÷ 1.1³ = 약 75.1억 원 입니다.
세 금액을 모두 더하면
약 248.6억 원이 됩니다.
미래에는 분명 300억 원을 받지만, 현재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 가치는 더 작습니다.
이것이 DCF, 즉 현금흐름할인법의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왜 할인율은 10%일까요? 🤔
할인율은 투자자가 그 투자에 대해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예를 들어 별다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연 3%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실적이 나빠질 수도 있고,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으며,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똑같이 3%만 기대한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위험한 투자일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합니다.
가령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비교적 안전한 투자 : 3%
안정적인 기업 : 7%
위험한 성장기업 : 12%
처럼 요구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할인율 안에는 위험에 대한 판단이 들어 있습니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기업가치는 왜 떨어질까요?
이번에는 1년 뒤 받을 100억 원 하나만 놓고 비교해보겠습니다.
Case 1) 할인율 5%
100 ÷ 1.05
= 약 95.2억 원
Case 2) 할인율 10%
100 ÷ 1.10
= 약 90.9억 원
Case 3) 할인율 20%
100 ÷ 1.20
= 약 83.3억 원
미래에 받을 돈은 똑같이 100억 원입니다.
달라진 것은 할인율 뿐입니다.
그런데 현재가치는 계속 낮아집니다.
그래서 가치평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관계 하나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할인율이 높아질 수록 현재가치는 낮아진다"
여기서 금리가 주식시장과 연결됩니다 🔁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금리 상승으로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발생했다.”
처음 들으면 금리와 기업 실적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연결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이 매우 낮은 자산에서 2% 정도밖에 벌 수 없던 환경이라면 투자자는 주식에서 7%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면서도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전한 국채에서도 5%를 벌 수 있게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위험을 감수하는 주식에는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금리 상승
→ 투자자의 요구수익률 상승
→ 할인율 상승
→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하락
→ 기업가치에 부담
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실제 주가는 금리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적, 성장률, 산업 상황, 위험 변화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리 상승은 가치평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성장주는 특히 금리에 민감할까요? 🤔
두 기업을 비교해보겠습니다.
A기업
이미 지금부터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1년 뒤 100억 원
2년 뒤 100억 원
3년 뒤 100억 원
B기업
지금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만 먼 미래에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년 뒤 10억 원
2년 뒤 30억 원
3년 뒤 300억 원
B기업의 가치는 어디에 가장 크게 의존할까요?
당연히 3년 뒤의 300억 원입니다.
즉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이 먼 미래에 있습니다.
그런데 할인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크게 작용합니다.
공식도 조금 달라집니다.
PV = FV / (1+r)ⁿ
여기서 n은 시간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인 효과가 누적됩니다.
예를 들어 10년 뒤 받을 100억 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할인율이 5%라면 현재가치는 약 61.4억 원입니다.
그런데 할인율이 10%라면 약 38.6억 원까지 떨어집니다.
같은 미래의 100억 원인데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현재 이익보다 먼 미래의 성장에 가치가 크게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할인율 변화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성장주가 금리 상승기에 밸류에이션 압박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할인만 한다면 모든 기업의 가치는 계속 낮아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업에는 반대 방향의 힘인 '성장'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의 이익이나 현금흐름이
100 → 110 → 121 → 133
처럼 계속 증가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미래에 받을 돈 자체가 점점 커집니다.
그러면 기업가치에는 위쪽으로 힘이 작용합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에는 크게 두 가지 힘이 존재합니다.
미래의 돈을 깎는 힘
할인율 r
미래의 돈을 키우는 힘
성장률 g
이 관계를 아주 단순화하면 흔히 다음과 같은 형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치 ≈ 현금흐름 / (할인율 - 성장률)
즉,
V ≈ CF / (r-g) 입니다.
지금은 공식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r = 미래의 돈을 깎는 힘
g = 미래의 돈을 키우는 힘
할인율이 올라가면 기업가치는 낮아지고,
성장률이 올라가면 기업가치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같은 이익을 버는데도 왜 기업마다 가격이 다를까요?
이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A기업과 B기업이 모두 순이익 1,000억 원을 벌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A기업
성장률 3%
업황 변동성이 큼
부채가 많음
B기업
성장률 15%
반복적으로 매출 발생
높은 시장지배력 보유
라면 시장이 두 기업의 1,000억 원을 똑같이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B기업은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있고, 그 미래의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은 B기업의 이익 1원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보는 PER의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PER은 단순히 시장 참여자들이 분위기에 따라 아무 숫자나 붙이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 뒤에는 결국
성장과 위험에 대한 판단
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
이번 편에서 복잡한 공식은 모두 잊어도 괜찮습니다.
대신 하나의 저울만 기억해보겠습니다.
기업가치를 위로 끌어올리는 힘은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라는 기대입니다.
반대로 기업가치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은
“그 미래가 불확실하다.” 혹은 “다른 안전한 투자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가치평가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이 기업은 앞으로 얼마나 벌까?
그리고
그 미래의 돈을 지금 가치로 얼마나 깎아야 할까?
앞으로 배울 DCF, CAPM, WACC, PER 같은 개념들도 결국 이 질문을 조금 더 정교하게 계산하기 위한 도구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위험한 회사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적정한 요구수익률’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해보겠습니다.
![[1탄] 1년 뒤 100만 원은 왜 오늘 100만 원보다 쌀까?](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article/17bac8b8fca4424cbb1b77c84e87a7db.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