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이 애플에게 미칠 영향은?
작성자 강준
한국경제 경제에디터 The Brief
관세 압박이 애플에게 미칠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게 자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25% 부과한다며, 애플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애플에게는 상당히 큰 난관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애플의 생산 구조를 먼저 살펴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애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애플의 제품 생산 구조 🏭
애플은 ‘디자인은 미국에서, 조립은 해외에서’라는 글로벌 분업 체계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 기업입니다. 애플 본사(미국 캘리포니아)는 제품의 기획과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전담하며, 실제 하드웨어의 조립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의 생산 파트너를 통해 이뤄집니다.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업체는 폭스콘(Foxconn)으로, 아이폰을 포함한 주요 제품의 생산을 맡고 있으며, 중국 정저우에 위치한 아이폰 시티는 전 세계 아이폰의 50% 이상을 생산합니다. 그 외에도 페 카트론(Pegatron), 위스트론(Wistron) 같은 업체가 애플의 다른 제품(아이패드, 맥북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품 조달 역시 글로벌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 시리즈 칩셋은 대만의 TSMC가,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삼성과 LG디스플레이, 일본의 소니는 카메라 센서를 공급합니다.
이처럼 애플의 제품은 수십 개국 수백 개의 업체들이 협력하여 완성되는 초국가적 구조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구조는 재고를 최소화하고 유연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공급망 충격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단점도 함께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어느 한 국가에서 생산 차질이나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전체 공급 체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애플에게 미치는 영향 📉
이러한 글로벌 분업 구조는 단순히 생산 효율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애플이 전 세계에 걸쳐 공급망을 구축한 이유는 바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같은 품질의 아이폰을 미국에서만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면 인건비, 생산비, 설비 투자 등 모든 면에서 비용이 수직 상승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인건비는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수 배 이상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가격대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즉, 현재 애플이 유지하고 있는 가격과 마진 구조는 글로벌 생산 체계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애플은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죠.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애플의 이런 모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라고 주장하며 애플에 전 과정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죠.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글로벌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라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애플은 지금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가며 이 체계를 만들어왔습니다. 단순히 부품을 모아 조립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력, 공정 노하우, 품질 관리, 물류 시스템까지 모두 정밀하게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이걸 통째로 미국으로 욺 긴다는 건 비용과 시간 측면 모두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다음은 현재 애플의 주요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 또는 미국 내 생산이 현실화될 경우 가격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세계적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미국에서 애플 제품을 제조할 경우 가격이 최소 20~30%, 많게는 100%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죠.

관세가 적용되면 가격은 약 25% 인상에 그치지만,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모든 생산 과정을 미국 내에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되면, 그 비용은 단순한 인상 수준을 훨씬 넘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품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게 되는 것이죠.
애플의 전망 및 대응 🍎

미국에서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관세를 맞이하든, 미국 내 생산을 강제 받든, 혹은 다른 우회의 방식을 찾든 간에, 결국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지금처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이나 구글, 그리고 점점 고급화를 추구하는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이에 애플은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 중국 중심이던 생산 체계를 인도와 베트남 등지로 신속하게 이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2026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및 다른 제품들을 전량 인도에서 조립 및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팀 쿡 CEO는 단기적인 리스크보다 장기적인 방향성과 공급망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입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전략은 미국에서 모든 것을 만드는 무리한 대응이 아니라, 설령 관세를 감수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을 재정비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읽힙니다.
결국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집니다. 1)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지 2) 애플이 현재 받고 있는 여러 압박에 대응해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의 생산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 3)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애플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죠.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을 압박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플처럼 수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정교하게 다져온 기업에게 미국 내 생산만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선택지를 지나치게 좁혀버리는 결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애플이 이번 압박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모든 과정은 앞으로의 기업가나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적이자 배움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