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자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작성자 강준
한국경제 경제에디터 The Brief
떠오르는 자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개인적으로 저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사를 읽을때 비트코인이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위험자산이 아니라, 안전자산의 대열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말하면, 어쩌면 세계 공통의 화폐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가상화폐의 개념과 미국이 가상화폐를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의 의미와 함께 설명해 보려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상화폐의 특징 🪙
먼저 가상화폐의 특징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 보죠. 가상화폐, 특히 비트코인은 탈 중앙화된 화폐입니다. 이는 국가가 중앙은행 같은 특정 주체가 화폐의 발행과 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죠.
기존의 화폐, 즉 법정화폐는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갖고 운용합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고, 필요한 경우엔 돈을 찍어내서 경제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려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식으로 경제 흐름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통제를 못합니다. 비트코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특징 중 하나가 총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총 2,100만 개. 이 숫자는 절대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즉, 어떤 특정 주체가 비트코인을 늘리거나 줄여서 경기의 조절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희소성입니다.
희소성은 자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금을 들 수 있습니다. 금은 희소성이란 특성에 의해 수천 년간 전 세계 공통 화폐의 지위를 차지해왔습니다. 비트코인 또한 금처럼 희소성이란 핵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트코인은 가상의 자산에 불과한데,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희소성을 갖게 하는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을 다시 떠올려 보면, 이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금은 산업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보면 대단히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금에 대한 믿음을 가졌고, 금을 실물경제에서의 교환 수단으로 사용했죠. 법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법화 자체만으로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법화에 대한 믿음을 가졌고 이를 화폐로써 사용했죠.
즉, 근거 없는 믿음이 허상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심지어 법화는 희소성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마음대로 늘리고 줄여가며 경기를 조절했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이 믿음을 가졌다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금과 마찬가지로 희소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판단이나 정책으로 이 화폐의 가치를 조작할 수 없고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해지고 있는 시대에 다시 세계 공통의 화폐가 탄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을 지지하는 이유 🇺🇸
비트코인이 ‘앞으로 세계 공통의 화폐가 될 수도 있다’라는 가정을 세워두고 계속 나아가 보겠습니다.
미국이 코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결국 부채 문제 해결과,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로 연결됩니다.
먼저 미국의 부채 문제를 살펴보죠. 현재 미국의 연방 부채는 약 36조 달러를 돌파하며, 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미국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지금까지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가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 아래 달러로 국채를 발행했고, 만기가 도래해도 여전히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에 다시 국채를 발행해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식의 돌려 막기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시기 시행됐던 무제한 양적완화, 그리고 그 이후 지속된 글로벌 무역 갈등의 심화는 미국채 시장에 구조적인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미국채 공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신뢰는 점점 약해지면서 수요는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죠. 그 결과, 미국채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고, 이는 이미 과중했던 미국의 부채에 더 큰 이자비용 부담을 얹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미국채를 담보로 더 많은 빚을 내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마침, 세계 공통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점점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지지하고, 실제로 세계 공통 화폐로 안착시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미국에 대한 신뢰로 돈을 빌려오는 게 아닌, 세계 공통 화폐에 대한 신뢰로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미국이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세계 공통의 화폐가 탄생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달러에 대한 믿음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달러보다 더 희소하고, 더 통제 불가능한 자산이 생긴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 점이 미국에 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미국이 현재 직면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이상 달러가 무제한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어느 정도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국제 무역에서 달러의 사용 비중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다른 나라에 넘겨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무역화폐(세계 공통 화폐)로 사용하게 되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탈 중앙화라는 특성은 어떤 나라도 비트코인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기축통화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게 되죠.
다시 말해, 미국은 부채 문제를 위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일부 내려놓더라도 그 자리를 다른 국가에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미국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제도적·시장적·사상적 기반이 부족한 현실에서 여기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사이에도 미국채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하죠. 여기서 떠오르는 대안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떠오르는 대안 스테이블 코인 📌
스테이블 코인이란 1개의 스테이블 코인을 1 달러에 연동시킨 코인을 말합니다. 즉, 스테이블 코인 1개는 언제나 1 달러를 담보로 1 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죠. 쉽게 말해, 스테이블 코인을 사는 건 달러를 디지털화된 형태로 바꾸는 것과 같은 행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스테이블 코인 역시 암호화폐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는 전혀 다른 구조인 겁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하나 펼쳐집니다. 만약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성공적으로 확산시킨다면, 미국은 아주 강력한 금융 수단을 하나 더 확보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코인이 널리 사용될수록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죠.
비유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은행에 모든 고객이 동시에 와서 예금을 인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은행은 이 점을 이용해 일정 비율의 예금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대출이라는 형태로 시장에 풀어 수익을 얻습니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사람들이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점이죠,
스테이블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실제 현금을 들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 1 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수익을 만드는 대신 실물 달러를 들고 있지 않더라도 디지털 달러에 대한 수요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유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 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다면 미국은 1) 달러 수요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고, 2) 실물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고도 디지털 달러 수요를 바탕으로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조달한 달러는 곧바로 미국 국채 상환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이 구조를 통해 비트코인을 통한 담보 시스템이 자리 잡을 때까지의 과도기를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며 🧹
비트코인이 전 고점을 뚫으며 다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가격만 볼 게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정치·경제적 전략 구조를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가 투자의 대상이기 이전에 세계 공통 화폐로 등극할 수도 있다는 점, 이번 스테이블 코인 법안과 미국의 움직임은 그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