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불러올 파장은?🚨
작성자 강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불러올 파장은?🚨

지난 16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강등했습니다. 물론 금융시장이 즉각 크게 흔들리진 않았지만, 무디스가 밝힌 ‘미국 의회의 재정관리 불신’이라는 평가가 더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현재 미국의 적자 상황을 살펴보고, 신용등급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 및 실제적 영향, 그리고 무디스의 평가를 통한 트럼프의 정책 방향의 암시를 짚어보며 앞으로의 미국 경제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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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쌍둥이 적자 💸
미국은 현재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를 동시에 겪는 쌍둥이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을 더 많이 하고, 나라 전체로도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구조죠.

왼쪽 그래프는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2021년 이후 정부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 GDP의 약 120%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해왔다는 것을 보여주죠.
오른쪽 그래프는 GDP 대비 경상수지(무역수지 포함) 비율을 보여주는데요, 그래프가 계속 음수(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2021년 이후 무역적자가 더 심화된 모습이죠.
이런 쌍둥이 적자의 문제는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재정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 국방비, 복지 등으로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금 수입은 턱없이 부족하죠. 이걸 매우기 위해 미국은 국채 발행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부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부채를 발행하는 ‘돌려 막기’ 구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죠.
여기서 문제는 채권을 찍어내는 건 쉽지만, 그걸 사줄 투자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채권을 살 사람이 많아야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데, 최근처럼 국채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면 금리를 올려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과도한 국채 발행 부담이 금리를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죠.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집니다. 그래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미국 국채)을 사기 위해 달러를 매수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달러가 너무 강해지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제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고, 결국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는 경상수지 악화를 불러옵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쌍둥이 적자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거죠.
여기에 더해 지금처럼 미국 국채를 계속 사줄 투자자들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서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 일본 등 미국 국채 주요 보유국들이 미국 국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죠.
이런 분위기가 더 커지면,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진짜 국채 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S&P, 피치가 먼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춘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고 등급을 유지해온 무디스까지 하향을 언급했다는 건 시장에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을 줄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 국채 시장 불안이 본격화될지, 달러 강세가 꺾일지, 경상수지 적자가 더 심화될지 시장이 더 민감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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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이 베어스티프닝을 초래할 것이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 발표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베어스티프닝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어스티프닝이 뭘까요?
베어스티프닝 현상이란 채권 시장에서 단기 금리가 비교적 적게 움직이는 반면, 장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여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 장기 금리가 오른다는 건 장기적인 불안이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무디스의 발표가 그 불안을 자극한 것이죠.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시장의 장기 불안을 더 키운 겁니다.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돈을 쏟아부을 텐데, 그걸 메울 방법은 더 많은 국채 발행밖에 없을 거라는 신호를 준 셈이죠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국채가 앞으로 쏟아져 나올 텐데 굳이 지금 싼 금리로 살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장기 국채 금리를 더 높여야만 살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온 거죠.
그렇다고 단기 금리를 막 올리기도 애매합니다.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연준(미 중앙은행)은 단기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이렇게 되면, 단기는 내리고, 장기는 올리는 베어스티프닝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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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이 채권 금리에 미치는 영향 이론 vs 과거 사례
이론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금리는 올라야 맞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는 건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죠, 이게 바로 교과서에서 말하는 신용등급 하락 -> 금리 상승 메커니즘입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항상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입니다. 당시 미국은 신용등급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그래도 미국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며 위험을 피하려는 자금이 오히려 미 국채로 몰렸기 때문이죠.

2011년 당시 미국 채권 금리 추이
즉, 이론과 시장 반응이 다르게 나왔던 사례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 무디스의 조치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가 흔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금융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미 2011년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차례씩 내렸던 전례가 있고, 이번 무디스의 발표가 새로운 충격이 아닌 예고된 이슈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등급 하락이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줄지 말지는 앞으로 시장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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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과 트럼프 정책의 모순 점 🤔
개인적으로 이번 기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번 무디스가 지적한 지출 축소 의지 부족이 트럼프의 정책 방향과 미묘하게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또한 미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디스는 의회가 현재 추진 중인 예산안이 지출과 적자를 다년간 실질적으로 감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죠.
여기서 나올 수 있는 해석은 트럼프가 재정 문제를 ‘지출을 줄여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을 키워서’ 해결하려는 쪽에 더 가깝다는 점입니다.
국가의 부채비율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부채의 비율로 집계됩니다. 즉, 국가가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선 1) 부채를 줄이거나 2) 국내 총생산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트럼프는 여기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바로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정책, 그리고 이번 예산안 기조로 연결되는 것이죠.
다시 말해, 트럼프는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생산과 성장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려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한국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