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는걸까? 👀
작성자 강준
한국경제 경제에디터 The Brief
연준은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는걸까? 👀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기관에서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고, 잠재 물가 상승률은 높아지는 등 경기 둔화의 징후가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향해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월은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꿋꿋하게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파월이 왜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지켜내는지, 그 배경을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금리를 섣불리 내리지 않는 이유 🧐
파월이 자신의 입장을 꿋꿋이 고수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코로나 시기의 미국 경제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020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는 급격한 경기 침체를 직면했었습니다.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1분기부터 -5.5%를 찍기 시작해 2분기 때는 -28.1%를 찍으며 급격한 경기 침체를 기록했었죠.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하였지만, 추가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연준은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자산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 추가로 시행하게 됩니다.
2020년 3월 15일 연준은 1차로 7,000억 달러를 시중에 공급했고 2020년 3월 23일 국채와 MBS를 ‘필요한 만큼’ 매입하겠다며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습니다. 2020년 4월 9일에는 추가로 최대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였고, 매월 1,200억 달러 규모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등 사상 최대 수준의 유동성이 미국 금융시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M2 통화량은 대폭 증가하고 미국의 GDP 성장률은 3분기부터 빠른 회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양적완화의 부작용 💸
이 당시 연준의 시선은 오로지 경기 부양 하나에만 꽂혀 있었습니다.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잠시 잊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무제한으로 풀린 돈은 경기 회복만 일으킨 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위 지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지수 상승률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먼저 왼쪽 지표를 보시면 2021년도 1월부터 물가가 급격히 치솟아 2022년 6월에는 최대 9.1%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른쪽 지표를 보시면 주택 가격은 2020년 6월부터 급등하여 2021년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최대 19.1%까지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죠.
인플레이션. 이게 바로 돈이 과도하게 풀렸을 때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돈과 상품의 가치는 하나의 저울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그만큼 상품의 가치(가격)는 올라갑니다. 반대로, 돈이 부족해지면 돈의 가치는 높아지고, 상품 가격은 내려갑니다.
그런데 연준은 바로 이 저울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합니다. 물가가 매년 2% 정도만 오르도록,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게 연준의 핵심 역할이죠.
하지만 팬데믹 이후 연준은 균형 따윈 잊고 돈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물가 9%, 집값 19%라는 기록적인 상승으로 돌아왔습니다.
물가가 이렇게 급격하게 오르면 기업은 생산 비용 부담이 커져 투자를 줄이게 되고, 가계는 생활비가 부담돼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투자도, 소비도 줄어들면 경제는 결국 멈춰 서게 되는 거죠. 게다가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으면 서민들의 삶이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집세, 식비, 교통비 같은 필수 지출이 감당 안 되는 수준까지 올라버리면 경제 성장이고 뭐고, 고통만 남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때 또 하나의 심각한 부작용이 바로 부동산 버블입니다. 버블이란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들이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만으로 실체 없는 가격 상승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그 가격은 계속 오르는 듯 보이지만, 결국 누군가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되죠. 그리고 그 순간, 버블은 터지며 시장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집값, 소득은 그대로인데 치솟는 생활비,, 이런 상황은 소비도 투자도 얼어붙게 만들고, 결국 경제는 침체의 길로 빠지게 됩니다.
경기를 살리려 했던 연준의 선택이 오히려 또 다른 위험의 씨앗이 되어 돌아온 셈이죠.
이후 연준의 움직임과 교훈 👨🏼🏫
연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과감하게 높였고, 중간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고통은 있었지만 비교적 빠르고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낮추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당시의 상황을 나타내는 아래 지표를 통해 어땠는지 한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였고, 그 결과 미국의 물가는 2022년 6월부터, 부동산 가격은 2022년 5월부터 추세적 하락을 만들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새롭게 태어난 불확실성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결하였지만, 이 사건 이후 연준은 느꼈을 겁니다. 돈을 섣불리 풀면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는 것을 말이죠. 결국 돈을 적절히 풀어야 올바른 경제 부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돈이 흘러들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 ☝️
돈은 재투자가 일어나는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재투자가 이뤄져야 일자리가 생기고, 그 일자리에서 나온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며, 이 소비가 다시 기업의 매출이 되고, 이 매출이 또다시 다음 투자의 재원이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돈이 부동산이나 금융투기처럼 단순히 가격만 올리는 곳으로 쏠리게 되면, 이 선순환 고리가 제대로 돌지 못하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주식·채권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그게 당장 일자리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돈이 돌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면, 그건 언젠가 버블이 터질 위험을 키우게 됩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방향의 끝에는 ‘기업의 재투자’가 있어야 하죠. 왜냐하면,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 모든 걸 실제로 해내는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금리입니다.
돈이 진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무조건 싼 돈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적정한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돈’이 흘러가야 합니다. 금리가 적정 수준에 있어야 그 비용(금리)을 감당할 수 있는 진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돈이 너무 싸지면 누구나 쉽게 돈을 빌려 생산성 향상과 상관없는 곳으로 돈이 남발될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버블이 형성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게 되죠.
결국 금리는 ‘돈의 무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진짜 성장 동력으로 돈이 향하도록 경제의 흐름을 잡아주는 중요한 기준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파월 의장(연준)은 또다시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까스로 경제를 안정시킨 연준은 이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죠. 관세가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는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파월 의장을 향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은 여전히 쉽게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파월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함부로 낮추는 순간, 지금까지 힘겹게 안정시켜온 경제의 중심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말이죠.
눈앞의 압박에 넘어가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는 또다시 통화정책이 통제력을 잃는 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월은 지금 조급함 대신, 인내심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움직이지 않기로 말이죠.
[이미지 출처: 연합인포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