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CS(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 첫 시즌의 성과와 미래
작성자 이스포츠크리틱
e스포츠 연구실
OWCS(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 첫 시즌의 성과와 미래
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OWCS)가 첫 시즌의 막을 내렸습니다. 오버워리 리그 종료 후 새롭게 출범한 OWCS의 규모는 대규모 다이어트를 했지만 실속 있는 구조 조정과 대회 운영에 중점을 두면서 첫 시즌을 무탈하게 소화했습니다. 파이널은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스웨덴에서 열린 드림핵의 일환으로 진행됐고, 팀 팔콘스가 크레이지 라쿤을 격파하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OWCS 페이즈에 돌입한 오버워치 e스포츠의 변화가 산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2025 시즌에는 어떤 변경점들이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OWCS 첫 대회의 성과들
✅ OWCS 출범 배경
오버워치 e스포츠는 큰 부침을 겪었습니다. 지난 2018년 야심 차게 출범했던 오버워치 리그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지역 연고제, 홈/어웨이 시스템, e스포츠 전용 유료 아이템 판매 등 획기적인 시스템과 천문학적인 프랜차이즈 가입비 등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Covid-19 팬데믹, 게임 자체의 인기 하락과 함께 너무 크게 시작한 규모로 인한 비효율적 유지 비용 등으로 인해 2023년을 끝으로 폐지됐습니다.
✅ 오버워치 e스포츠 에코 시스템 구조의 변화
오버워리 리그 폐지 후 새롭게 출범한 OWCS는 가장 큰 변화는 에코 시스템 구조의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e스포츠 에코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대회 운영, 방송 제작, 파트너십 및 스폰서십 비즈니스는 물론 참가 팀에 대한 지원 및 관리가 모두 블리자드의 몫이었죠.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대부분의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콘셉트입니다.
하지만 OWCS에서 블리자드의 역할은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실질적인 대회 운영 및 방송 제작을 써드파티에게 맡겼습니다. 아시아 지역 리그 운영 총괄은 WDG, 북미와 EMEA(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리그 운영 총괄은 ESL FACEIT이 맡았죠.
✅ 블리자드 기조 변화, 써드파티와의 협력
오버워치 리그 폐지는 오버워치 e스포츠에 치명적인 위기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팬들은 블리자드의 '히오스 e스포츠 포기' 사례를 떠올리기도 했죠. 하지만 우려와 달리 2024년 오버워치 e스포츠는 써드파티와 적극 협력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OWCS를 운영하고 제작하기 위한 파트너들을 빠르게 찾았고, 7월에는 사우디에서 열린 EWC에서 오버워치 2 대회가 꽤 흥행했습니다. EWC를 앞두고는 프나틱이 OWCS에 출전 중인 팀 '예티'를 인수해 오버워치 팀을 재창단 하기도 했습니다.
오버워치 리그-컨덴더스 시절과 달리 2024년에는 FACEIT 리그, 사우디 e리그 같은 A~B 티어 대회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SOOP이 오버워치 컵을 개최하면서 팬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는데요. 써드파티들의 참여는 e스포츠 콘텐츠의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 선수 인프라 붕괴 방어를 위한 마지노선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오버워치 리그의 폐지는 힘들게 쌓아 올린 e스포츠 인프라를 단숨에 붕괴시킬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가 드리프트 전환 이후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차기 시즌에 대한 계획을 빠르게 발표하지 못하면서 인프라가 무너진 것처럼요. 다행히 오버워치 e스포츠는 오버워치 리그 폐지 이후 상당히 빠르게 후속 계획들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OWCS의 방식을 예선부터 시작하는 오픈형 리그로 바꾸면서, 오버워치 리그의 폐지 이후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류제홍, 도현처럼 스트리머 활동을 하고 있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예선에 도전해 본선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총평
2024년의 OWCS를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완전히 무너질 뻔했던 e스포츠 인프라를 잘 지켜내며 무난한 운영을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FPS 대회 운영의 명가인 ESL FACEIT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WDG도 큰 사고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냈습니다. 사실 오버워치 리그의 화려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OWCS의 규모는 초라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e스포츠를 히오스처럼 버리지 않고 효율적인 구조로 리부트 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 합니다.
💡 2025 OWCS 변경점
블리자드는 OWCS 2024 파이널 기간 중 2025 시즌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2024 시즌의 종료와 함께 곧바로 새 시즌을 예고하는 것은 꽤 좋은 의미인데요. 블리자드가 OWCS의 첫 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다시 오버워치 e스포츠에 힘을 싣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 Stage 개수 증가 (2 -> 3)
가장 큰 변화는 스테이지 개수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역마다 방식은 약간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숫자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메이저 대회의 경기 수는 해당 e스포츠 종목이 얼마나 흥하고 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상금을 획득할 기회이며, 팀에게는 더 좋은 비즈니스를 위한 조건입니다.
✅ 참가 팀 개수 증가
참가 팀 숫자도 확대됩니다. 특히 일본의 OWCS JAPAN 참가 팀이 8개에서 12개로 크게 늘어납니다. PACIFIC 지역은 호주가 새로운 지역으로 추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스테이지 개수와 함께 참가 팀 개수의 증가는 오버워치 e스포츠가 양적으로 다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스포츠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출전 선수 Pool이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 파트너십 지원 프로그램 도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블리자드가 출전 팀들을 위한 파트너십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e스포츠 산업에서는 에코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게임사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파트너십 지원 프로그램은 북미, EMEA, 아시아의 최대 9개 팀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이 되는데요.
사실 이런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블리자드가 상당히 큰 리소스를 가동해야 합니다. 오버워치 리그 폐지 이후 e스포츠 조직을 크게 축소했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오버워치 e스포츠에 대한 블리자드 내부 조직의 구조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회 운영과 방송 제작, 홍보, 마케팅 등 주요 실무를 써드파티가 하기 때문에 블리자드가 보다 더 효율적, 집중적으로 종목사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총평 및 숙제
오버워치 팬들은 OWCS의 이러한 변화를 반기고 있습니다. 오버워치 리그 때에 비해서 절대적인 규모는 작아졌지만, 써드파티들의 적극적인 참여, 다양해진 대회들 덕분에 볼거리는 더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블리자드가 이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오버워치 e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물론 오버워치 e스포츠는 숙제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게임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OWCS 2024 파이널 때에도 보는 재미가 떨어지는 대회 메타였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인게임에서의 변화가 선수들의 수준과 팬들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EWC에서 사용했던 영웅 밴 시스템 같은 규칙으로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 OWCS가 던지고 있는 화두
오버워치 리그에서 OWCS로의 변화는 e스포츠 산업계에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을까요?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e스포츠를 게임사들이 주도하던 시대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여전히 LoL Esports처럼 게임사가 모든 것을 다 하는 경우도 존재하고, 이 구조의 장점 역시 명확합니다. 롤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에 모든 것을 집중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e스포츠는 산업적 한계를 계속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숙제는 '지속가능성'입니다. e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에코 시스템은 게임사가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를 통해 실패를 겪었습니다. 많은 비판과 비아냥을 받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e스포츠에서 게임사(종목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게임사가 모든 것을 다 하는 e스포츠가 유일한 정답은 아닙니다. 밸브는 이미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도타 2에서 써드파티들과 적극 협력하는 형태의 e스포츠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유럽에서는 ESL, 스타래더, PGL처럼 능력 있는 e스포츠 프로덕션 기업들이 꽤 오래 유지되고 있죠. 상대적으로 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의 영향력이 컸던 우리나라에서는 두 게임사가 e스포츠를 직접 주도하면서 써드파티 e스포츠 기업들이 발전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T1의 CEO 조마쉬는 지난 8월 ESI(Esport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게임사들이 e스포츠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제 3자가 토너먼트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크게 전환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DRX의 박정무 대표 역시 e스포츠 크리틱과의 인터뷰에서 "게임사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티어1 e스포츠를 단독으로 투자하고 운영하기 보다는 에코 시스템 내에서 EWC 또는 EWC와 비슷한 규모의 이벤트 등과 결합을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라고 비슷한 견해를 밝혔죠.
이러한 측면에서 OWCS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실험입니다. 물론, 이 모델은 밸브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검증한 상태입니다만, 블리자드 역시 이 모델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안정화시킨다면 e스포츠 에코 시스템 내에서 'OPERATORS(써드파티, 제작사, 주관사)'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