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LoL KeSPA컵에 대한 몇 가지 시선들
작성자 이스포츠크리틱
e스포츠 연구실
돌아오는 LoL KeSPA컵에 대한 몇 가지 시선들
2024 LoL KeSPA컵(이하 KeSPA컵)이 돌아옵니다.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LCK 10개 게임단과 함께 베트남과 대만 올스타 팀이 합류해 총 12개 팀이 참가합니다.
KeSPA컵은 지난 2021년 대회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재개됩니다. 대회의 역사는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대회는 지난 2015년에 시작했습니다. 스토브리그를 마친 팀들의 전력 점검 무대가 되면서 나름 흥행한 적도 있었으나 로스터 정비가 끝나지 않거나 LCK 시즌을 앞두고 연습 방해 및 전력 노출을 꺼려하는 1군 팀들이 많아지면서 2021년 대회는 완벽한 2군 대회로 치러진 바 있습니다.
3년 만에 개최되는 KeSPA컵은 고민의 흔적이 꽤 엿보입니다. 하지만 이전 대회들의 히스토리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복합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KeSPA컵이 어떤 부분에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지, 우려의 시선이 향하는 곳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엿보이는 고민의 흔적
KeSPA컵은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롤드컵이 끝나고 다음 LCK 시즌이 시작되는 휴식기에 치러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팀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할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일정이 스토브리그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참가 팀들의 조건이 제각각인 경우가 발생하죠.
이번 대회 역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이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1/2군이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대회 구조도 예선 / 스위스인터 스테이지 / 4강-결승으로 3등분했습니다. 출전 팀들이 각 라운드마다 팀 사정에 따라 전략적인 이유로 출전 스쿼드를 변경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스토브리그임을 감안하여 로스터 취합 및 발표 역시 최대한 늦게할 예정입니다.
4강과 결승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스토브리그는 선수들이 떠나고 합류하는 뒤숭숭한 시기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경기장에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것입니다. 짧은 일정 동안 많은 경기를 해야하므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여 선수들의 피로감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LCK 10개 팀 외에 베트남, 대만의 올스타 팀이 출전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게다가 출전 로스터의 무게감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무거운데요. 특히 대만 올스타 팀의 로스터가 상당히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만 레전드 Karsa, Maple 같은 선수를 직접 볼 수 있어 반갑다는 반응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이 Maple의 은퇴 대회라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KeSPA컵에 외국 선수들이 참여하는 것은 의외의 흥행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LCK 팀들의 베트남, 대만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마케팅 기회가 간접적으로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아슬아슬했던 KeSPA컵 일정
KeSPA컵은 언제나 대회 일정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너무 빠르면 스토브리그와 기간이 겹치고, 너무 늦으면 차기 시즌 연습에 집중해야 하는 팀들의 볼멘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기간은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인데요. 다행히 올해 스토브리그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11월 23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감독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LCK 1군 팀들의 로스터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년 스토브리그 기준으로는 12월 초반까지도 선수 영입이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광동 프릭스는 12월 5일 커즈의 영입을 발표했고, DRX는 12월 8일 테디의 영입을 발표했습니다. 2군 로스터는 더 늦게 마무리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T1은 12월 11일이 되어서야 2군 로스터가 발표됐고, kt는 1월 4일에 2군 로스터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즉, 2023년 스토브리그 상황을 고려했다면 올해 KeSPA컵 일정은 12월 중순이 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물론 KeSPA컵은 일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은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12월 15일에 Redbull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는 이벤트(Redbull League of Its Own)에 T1이 참가하기 때문에 일정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상황으로 보입니다. 또한 KeSPA컵 같은 서드파티 대회는 라이엇 게임즈가 대회 일정을 조율하기 때문에 늘 최적의 일정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2024년처럼 매년 1주일도 안되는 시간에 스토브리그가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때문에 대회 일정에 대한 우려는 매년 KeSPA컵이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될 것입니다. 차기 대회에 대한 계획을 빠르게 수립해 최대한 빨리 라이엇 게임즈와 일정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겠습니다.
동시에 대회의 규칙적인 보완도 필요합니다. 이번 대회는 스토브리그 시기임을 감안해 출전 팀들의 로스터 등록을 최대한 늦게 진행한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더해 대회 기간 중 영입되는 선수를 로스터에 등록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발과 연결되는 KeSPA컵?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7월 KeSPA컵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선발전 공고 시점으로부터 최근 1년간 국가대표 선발지표 활용대회 혹은 협회가 파견한 정식 국가대표 참가 대회 실적을 1회 이상 보유한 자만이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디어들 역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기준', '국가대표 선발 참고 대회'로 이번 대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시기적으로 모든 팀과 선수들이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대회의 참가 여부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2018, 2022년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 선발과 팀 운영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나고야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 선발을 하게 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2025년에 사우디에서 열릴 '올림픽 e스포츠 게임'도 국가대표 선발 이슈가 있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다른 스포츠처럼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다만, 지난 7월 기자간담회 이후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에 대한 한국e스포츠협회의 구체적인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KeSPA컵 참가가 언제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영향을 주는지, 이번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을 경우 자격을 갖추기 위한 다음 대회는 언제 열리는지 등의 설명이 있었다면 불편한 시선은 다소 줄어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7월 4일, '국가대표 선수 선발자격 개편 안내' 공지를 게시한 바 있는데요. 해당 공지 중 주목해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KeSPA컵 참여가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에 정량검토지표로 활용되는 대회와 종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다려봐야겠지만 'KeSPA컵 참가' 외에도 선발 자격을 갖출 수 있는 대회나 방법이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팀에서 뛰다가 LCK 시즌 중 영입되거나, 계속 해외 팀에 있었던 이유로 KeSPA컵에 참여하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 준회원 종목단체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은 e스포츠 국가대표가 다른 스포츠 국가대표 같은 혜택(훈련지원금 등)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영리 기업인 게임사(주로 해외 기업)가 개최하는 대회가 대부분이라서, 제도권 시스템에 e스포츠가 들어가려면 국가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투여되는 협회 주최의 대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배경까지 고려한다면 KeSPA컵이 단순한 '이벤트 대회'가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의 일부분이 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LoL Esports의 구조상 KeSPA컵이 '권위'를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는게 문제입니다. 대회가 열리는 시기도 애매하고, 걸려 있는 상금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가 아닙니다. 팀과 팬 입장에서는 KeSPA컵보다 LCK가 훨씬 중요한 대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한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한 시선들은 KeSPA컵이 환영 받으며 롱런하기 위해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매력적인 대회가 되기 위한 고민들
현재 e스포츠에서 '권위'는 주로 게임사가 직접 개최하는 대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롤드컵, 도타2의 TI, 발로란트의 VCT 챔피언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캡콤컵, 반다이남코의 철권월드투어(TWT)가 대표적이죠.
물론 서드파티 대회도 권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상금을 자랑하는 e스포츠 월드컵(EWC)이나 게임사 공식 프로 서킷 대회를 개최하는 ESL, 드림핵, IEM들이 그렇죠. 권위있는 대회가 되기 위한 방법은 게임사의 공인, 상금, 전통 같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서드파티 대회들은 '권위'보다는 '매력'을 어떻게 만들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대회는 높은 뷰어십을 가져오고, 지속적인 인기는 자연스럽게 권위를 가지게 됩니다.
레드불의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레드불이 개최하는 e스포츠 대회들은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다양한 종목과 방식을 채택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LoL에서는 T1이 유럽의 여러 팀을 한 번에 상대하는 'League of Its Own'으로 히트를 쳤고, 격투게임에서는 2015년부터 꾸준히 열리고 있는 '레드불 쿠미테'가 권위 있는 대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KeSPA컵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KeSPA컵은 앞으로도 시기적으로 참가팀의 로스터가 불안정한 스토브리그 중에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일단은 '매력'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기적으로 KeSPA컵은 차기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열리기 때문에 '프리시즌' 대회의 성격을 가집니다. KBO의 시범경기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같은 느낌으로 공식 경기는 아니지만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고민이 필요합니다. 1-2군 통합 로스터의 취지를 살려 세트마다 선수 교체를 할 수 있게 한다거나, 차기 시즌에 도입될 공식 규칙을 먼저 도입해보는 것을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KeSPA컵에 대한 우려와 불편의 시선을 주로 소개했지만, 비시즌에 볼 수 있고, 스토브리그를 마친 팀들이 첫 선을 보이는 대회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시선도 분명히 있습니다. 베트남, 대만 올스타팀이 참전하기 때문에 이전 대회들보다 훨씬 풍성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재밌는 경기와 좋은 퀄리티의 중계가 더해진다면 호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3년 만에 돌아온 KeSPA컵이 성공적으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협회가 급변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체계적인 국가대표 시스템 구축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