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국산 e스포츠의 근본

✅ <카트라이더>는 무려 2005년부터 지속되어 온 e스포츠 종목입니다. OGN이 온게임넷이었던 시절, 온게임넷이 코엑스 메가박스 옆 스튜디오에서 모든 대회를 열던 그 시절부터 존재했죠. 거의 20년 가까이 이어져왔죠.

✅ 스타 플레이어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지금은 해설위원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김대겸을 비롯해 '소황제'라 불렸던 문호준 등 당시 인기있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박인재, 유영혁, 박인수 등 스타 플레이어의 계보가 계속 이어지기도 했죠.

✅ 지난 2022년에는 대만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평가 받는 'NEAL' 리우창헝이 FearX(당시 리브 샌드박스)에 입단했고, 곧바로 2022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을 넘어 중화권에서도 카트라이더 리그의 인기가 급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형보다 못한 아우

✅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후속작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수의 진을 칩니다. 원작 <카트라이터>의 서비스를 종료해버린 거죠. 후속작이 원작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 하지만 문제는 후속작이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재현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카트라이더> 특유의 속도감이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거의 20년 동안 쌓인 카트 유저들과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들이 많았지만 이들의 피드백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출시와 함께 프로게이머들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 'KDL'을 야심차게 출범시켰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습니다. 최고 레벨의 실력자인 프로들의 경기마저 원작의 재미를 못 살린다는 것이 더 확실해지고 만 것이죠.

카트라이더 e스포츠 위기 상황

✅ 넥슨은 2024년 상반기에는 e스포츠 대회를 열지 않고 게임성 재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선수들과 게임단들은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들려온 소식은 '게임 서비스 부분 종료' 및 '개발 인력의 감축'이었죠. 대회가 없는 상황에서 카트라이더 e스포츠 인프라가 계속 유지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 현재 카트라이더 프로게임단은 FearX와 광동 프릭스까지 총 2개 입니다. 게임단 입장에서는 차기 대회가 언제 열릴지도 모르고, 반년 넘게 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제는 슬슬 팀 정리를 고민하는 수순이라고 합니다.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다고 하네요.

✅ e스포츠는 결국 게임이 종료하거나 망하게 되면 운명을 같이 하게 됩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20년의 역사가 아무리 대단해도 지금은 돌아갈 <카트라이더> 원작이 없는 상황입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와 운명을 같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시간이 별로 없다

✅ 사실 게임은 적자가 나고, 유저가 적더라도 게임사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하면 서비스 종료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 인프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단 입장에서는 대회가 없는 종목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 물론, 게임단이 없어도 나중에 대회를 열면 다들 개인적으로 참가를 하긴 하겠지만, 한 번 없어진 프로게임단이 다시 창단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 그 동안 넥슨 e스포츠 팀은 프로게임단을 비롯해 세미 프로 팀들을 지원하면서 e스포츠 생태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