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도 월드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는 Esports World Cup(이하 EWC)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3일 개막해 무려 8주 동안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21개의 종목으로 열리는데요. 전세계에 인기 있는 게임들은 거의 다 모아서 대회를 연 만큼 '월드컵'이라는 명칭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가 축구의 월드컵과 같은 위상이 있는 대회는 아직 아닙니다. 무엇보다 주최가 '사우디 아라비아 e스포츠 연맹'으로 구체적입니다. 대부분의 재원 역시 사우디 국부펀드와 국영 기업들이 조달을 했기 때문인데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 펀드는 '섀비 게임즈 그룹'이라는 회사를 만든 뒤, 유럽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기업인 'ESL'을 인수했어요. 그리고 유명한 e스포츠 종목 게임을 소유하고 있는 게임사의 지분을 사거나 파트너십을 맺는 등 공격적인 확장을 했죠.

2022년과 2023년에는 Gamers8이라는 대회를 열었는데요. 이 대회 역시 총 상금이 4,500만 달러, 한화로 약 618억원에 달했습니다. 전세계 프로게임단, 프로게이머들이 이 대회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스타크래프트 2>처럼 개발사가 e스포츠의 의지를 잃은 종목의 경우 선수 뿐 아니라 팬들도 '오일 머니의 축복'이라며 감사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EWC 역시 화제입니다. '페이커' 이상혁의 T1이 개막 첫 주에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우승을 자치했고, 매주 엄청난 상금을 획득했다는 우승 팀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인기 종목인 격투 게임 <철권 8>과 <스트리트 파이터 6>는 물론 <스타크래프트 2>에도 한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할 예정이라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될 예정입니다.

다만, EWC는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 EWC는 워낙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사우디 국영 기업은 물론 '펩시', '소니', '킷캣', '아디다스', '아마존', '틱톡' 등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사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상금 뿐 아니라 방송 제작비, 대회 운영비 등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 대회가 얼마나 이런 식으로 유지될지 궁금해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전히 부족한 인권, 여성 평등 의식이 비판 받고 있어요.
  사우디는 e스포츠 월드컵을 진행하면서 특히 인권, 여성 평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어요. 이에 대해 서구권 게이머들은 사우디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e스포츠를 앞세워 그런 척을 한다며 'e스포츠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해요. 대회 출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팀도 있을 정도에요.

이래저래 확실히 화제의 e스포츠 대회는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EWC 기간 중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사우디 e스포츠 연맹과 12년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부터 e스포츠 올림픽 게임을 개최한다고 발표하기도 해서, 전세계 게임,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는데요.

한 때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이라며 뿌듯해 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우디 아라비아가 단숨에 그 자리를 빼앗아 간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아무튼, e스포츠 크리틱이 이번 뉴스레터로 EWC 중간 점검 특집을 발행했으니 EWC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클릭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