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원치 않는 기능을 만들뻔했다
안녕, 친구야. 오늘은 새로운 기능을 배포하면서 있었던 조금 아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자습성가는 기능 하나를 만드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팀이었어. 버블로 만들었던 앱을 네이티브로 옮기는 데 1년이 걸렸고, 얼마 전 배포한 함께하기(=공동 습관) 기능도 6개월이 걸렸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유는 꽤 명확해.
1. 개발 범위를 크게 잡았던 것
2. 급한 의사 결정으로 인한 시행착오
3. 경험 및 작업 스킬 부족
우리는 종종 하나의 기능을 너무 크게 바라봤어. 작게 나눠 하나씩 완성하기보다,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모습을 한 번에 만들고 싶어 했지. 그러다 보니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도 많았고, 예상했던 일정은 늘 뒤로 밀렸어.
그 사이 자습성가를 떠나는 친구들도 많았어.(주륵) 원하는 기능이 없거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면 계속 기다리기 어려운 게 당연하니까, 충분히 이해했어.(진짜야) 그래도 우리는 지금이 제품을 다듬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어.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경험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함께하기'를 만들고 배포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 오래 걸리더라도 꼭 만들어야 하는 것과, 친구들이 바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을 병행해서 만들기로 한 거야. 물론 걱정도 있었어.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 팀인데 리소스를 나누는 게 가능할까, 오히려 둘 다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그래도 믿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고, 그렇게 시작된 첫 번째 단기 프로젝트가 바로 '콕! 찌르기' 기능이야.
함께하기 기능 배포 후 알게된 것
사실 '찌르기'는 처음부터 계획된 기능은 아니었어. '함께하기'를 만들고 나서야 알게 된 게 하나 있었는데, 같이 습관을 하기로 약속한 친구가 인증을 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이 신경이 쓰인다는 거였어.
'오늘은 왜 안 했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 카톡이나 dm을 보내게 되더라고. 'OO야, 왜 아직 인증 안 해?'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정작 우리 앱은 이 과정을 담아주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생각했어. '굳이 카톡이나 dm을 켜지 않아도, 앱 안에서 가볍게 서로를 독려할 수 있으면 어떨까?'
처음 아이디어는 편지였어
내가 인증을 했는데도 친구가 한참 동안 인증하지 않으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었지.
"OO야,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바쁜 일상을 보냈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힘내서 같이 해보자!"
이렇게 조금 더 격려해 주고, 까먹지 않도록 관심을 표현하는 것. 자습성가의 온도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문제는 편지를 기획할수록 기능이 점점 무거워졌다는 거야.
'편지는 몇 번이나 보낼 수 있어야 할까?'
'내가 보낸 편지도 다시 볼 수 있어야 하나?'
'편지를 어디서 보내야 하지?'
'별도의 알림함도 필요하겠네?'
'받은 편지를 저장해야 할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상황과 아닌 상황은 어떻게 안내해야 하지?'
인증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습관 리스트마다 버튼을 만들었던 1차 기획..
분명 빠르게 친구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시작한 기능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또 하나의 큰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었어.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생겼지. “습관은 거의 매일 일어나는 행동인데, 편지를 매번 보내는 건 너무 무겁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길을 잃고 있었어.
길을 잃었다..
답은 친구들에게 있었어
다행히 우리에겐 자습성가를 아껴주는 친구들이 있어. 그래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지. “이런 기능이 생기면 어떨 것 같아?” 돌아온 답은 꽤 충격적이었어.
편지는 조금 부담스러워
해야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우리는 편지가 더 자습성가다운 기능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 조금만 늦었으면 (무려, 매우 감성적인 디자인의) 편지를 보내고 받고, 보관하고, 다시 읽는 기능까지 만들고 있었을지도 몰라.(사실.. 기획과 디자인은 이미 마친 상태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제야 보이더라. 함께하는 습관에 필요한 것도 거창한 격려가 아니라, 가벼운 응원과 관심이었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방향을 바꿨어
돌이켜 보면, 단순히 그 한마디 때문에 편지를 접은 건 아니었어. 사실 기획을 하는 내내 우리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거든. 이건 아니라는 걸. 그래서였을까? 결정은 생각보다 쉬웠어.
형식: 편지 -> 가벼운 메시지 혹은 버튼만으로 더 가볍게
발송 시점: 따로 들어와서 누르기 -> 인증 완료 직후
처음 그리던 그림과는 달라졌지만, 오히려 더 우리 다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암요암요맨~~)
이번 업데이트가 우리에게 남긴 것
이번 업데이트는 사실 대단한 기능은 아니야. 앱을 완전히 바꿀 만큼 거창하지도,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지도 않았으니깐. 하지만 우리에게는 꽤 의미있었어.
처음으로 장기 프로젝트와 단기 프로젝트를 나눠 진행해봤고, 친구들이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집중했던 기능이니까. 무엇보다 계획했던 기간 안에 기획부터 배포까지의 사이클을 완주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작은 자신감을 줬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게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습성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언제나 함께해줘서 고마워!
압. 도. 적. 감. 샥.
무슨 일이 있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