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살해와 심각한 신체·정신적 상해 등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CPPCG)이 금지한 행위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어요. 또한 이스라엘에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치하고 직접적·공개적 선동은 방지·처벌하며, 집단학살 혐의의 증거를 보전함은 물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요구했어요. 다만 이번 명령에는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의 즉각 중단은 명시되지 않았어요. ICJ의 이러한 명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제노사이드 혐의로 이스라엘을 ICJ에 제소한데 따라 이루어진 임시 조치에요.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서구 국가가 아닌 아프리카의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제소한 이유는 남아공이 인권 운동가로 대표되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에 확고한 지지를 보냈던 국가인 것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 대표국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어요. 남아공은 ICJ에 제출한 소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며 9개 항목의 임시조치를 요청했고, 그 중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을 가장 먼저 제시했어요. 다만 이번 임시조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고, 본안 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로 집행할 방법은 없기에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여요.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집단학살을 방지하라는 ICJ의 임시조치 명령에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는데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CJ 결정 직후 낸 히브리어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국가를 방어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반면 하마스 측은 "ICJ의 결정은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를 폭로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은 ICJ 결정을 이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고,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공은 '결정적인 승리'라며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