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이 도대체 뭐길래?

올해의 작가상이 도대체 뭐길래?

작성자 김진혁

올해의 작가상이 도대체 뭐길래?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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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yuk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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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거예요. 경복궁 근처를 지나다가 또는 우연히 뉴스를 통해 알게 됐을 수도 있고요. 바로 올해의 작가상입니다.

✓ 올해의 작가상이란?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SBS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운영해 온 전시이자 수상 제도예요. 매년 4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를 여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작품 활동 역시 지원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도모합니다.


#1. 지난 올해의 작가상과 2024년 선정 작가

올해의 작가상의 전신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되던 «올해의 작가» 전시랍니다. 시민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미술사에 기록되어야 할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2012년부터는 SBS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더 규모 있게 재기획 되었죠.

그렇다면 어떤 작가를 뽑아야 할지 기준과 시스템이 있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은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만들었고요. 자정능력을 지키기 위해 2년의 임기를 두고 있습니다. 이 운영위원회가 추천단과 심사위원단을 위촉해요. 그럼 추천단은 1차 심사 대상이 되는 4명의 후보 작가들을 추천하고요. 이후 심사위원단이 4명 중 단 1명, 올해의 작가를 최종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들이 꼭 한국 국적인 건 아니고요. 한국 미술가의 국제적인 행보를 지향하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도 함께합니다.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에서 명단을 모두 공개해두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해주세요.

그럼 이제 역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들을 간략히 살펴보고, 2024년의 후보들을 소개할게요. 2023년까지 후보에 오른 예술가들은 모두 44명, 그중에 최찬숙, 이슬기, 이주요, 정은영 등 11명의 최종 수상 작가가 있죠.

10주년에 수상했던 최찬숙 작가의 경우 이주와 이동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아시아 여성으로서 유럽에 이주하여 살아낸 개인사를 전쟁과 재해로 이주할 수 밖에 없는 난민, 기후 변화로 서식지를 옮겨야만 했던 비인간 동식물 등을 끌어들여 더 큰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개인의 미시사가 사회의 거시사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 예술 작품을 통해 목격할 수 있었죠.

✓ 여기서 잠깐!

2022년에는 올해의 작가상이 진행되지 않았는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과의 협약이 종료되었기 때문이에요. 1년간의 재정비를 통해 2023년부터 다시 시작되었답니다. 재정비 이후의 차이점은 신작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신작전작을 함께 선보인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겠죠.

전시장 내 « 올해의 작가상 2024 » 안내도, 직접 촬영

자, 2024년에는 어떤 작가들이 선정되었을까요?

권하윤 작가는 한국 전쟁 당시 매우 치열했던 지평리 전투처럼 지금의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을 VR, 3D 같은 기술을 통해 구현하여 경험해보길 제안합니다. 기술을 머금은 예술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공동의 기억”(이주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올해의 작가상 2024» 기획의 글' 중의 표현)을 갖게 될 수도 있겠죠.

양정욱 작가는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어요. 이 동적인 조각은 반복된 움직임을 보이며 농기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런데 기계나 시스템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그 속의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지속 가능한 체계를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윤지영 작가는 몸뚱어리를 떠올리게 하는 정지된 조각을 주로 보여줬어요.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묘한 불편감을 주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노력 같은 것 아닐까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은 필요하지만, 노력만능주의는 개인을 피폐하게 만들고, 제도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제인 진 카이젠제주의 모습이 가득 담긴 영상을 찍었습니다. 각각은 바다, 주민, 전통 등의 다채로운 주제와 앵글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영상 작품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관람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오직 제주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있을 거예요.


#2. 조금 난해한 작품들,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작가들은 모두 동시대 예술가입니다. 동시대 미술의 매체는 꼭 그림이 아니라 정말 다양해요. 사진이나 영상일 수도 있고요. 기계나 설치일 수도 있고, 지시문이나 퍼포먼스일 수도 있어요.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 꽃이나 바다를 그리는 대신, 은유의 은유를 적용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없죠. 그래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볼게요.

개인적으로 윤지영 작가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내장을 꺼내 그물을 짓던 때가 있었다> 조각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콕 집어 감상해보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내장을 꺼내 그물을 짓던 때가 있었다> 작품 일부, 직접 촬영

1) 관찰하기

우선 적정한 거리에서 작품을 봅니다. 제목조차 먼저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 작품은 사각형에 가깝고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게, 확실히 그물 모양 같습니다. 그런데, 바다에 던지는 그물이라기엔 구멍이 너무 커요. 아주 큰 생물을 잡는 용도이거나 아예 그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복숭앗빛에 붉은 기가 잔뜩 섞여 있네요. 표면에 돌기 같은 것도 보이고요. 전체적으로 규칙적이고 깔끔한 모양은 아닙니다. 약간 징그럽다는 느낌도 있네요.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의 몸 어딘가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불쾌감도 느껴지고요.

2) 설명 읽기

여기까지 스스로 생각했다면, 이제 제목을 확인하고 설명도 읽어봅니다. ”마음의 문제가 몸의 고통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한편,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고통은 간절한 바람으로 인한 행동을 낳기도 한다.“고 말하네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나 무언가를 욕망하는 마음을 마치 내장으로 그물을 짓는 것처럼 물리적으로도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표현한 작품 같아요.

3) 나와의 거리 측정하기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건, 번아웃에 빠진 경험 때문이었어요. 뭔가를 간절히 원했고, 몹시 노력하다가 번아웃이 왔을텐데요. 그때 몸에 상처가 난 건 아니었지만, 실제 몸도 아프고 무기력했어요. 마치 내장 그물에 걸린 것처럼요. 이 작품이 주는 인상이 저의 실제 경험과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작품의 의미와 나와의 거리가 가까울 수도 있고, 아주 멀 수도 있어요. 가끔은 아주 먼 거리의 작품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조금도 몰랐던,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죠.


전시 관람 후 카페 '미완성식탁'에서, 직접 촬영

#3. 전시를 200% 즐길 수 있는 꿀팁들

• 인터뷰 영상을 확인하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작가 4인의 인터뷰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리서치 과정을 거쳤는지 등 작업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요.

• 사이의 질문에 답해보세요

작품 옆의 큐알코드나 전시장 마지막 동선에 ‘사이의 질문’을 배치해두었습니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준비되어 있어요. 반대로, 관람객이 작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적을 수도 있답니다. 저는 뉴니커에게 질문 하나를 남겨볼게요.

• 수상자 맞추기 내기를 해보세요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보고 수상 작가를 맞추는 귀여운 내기를 해보세요. 작품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되고, 나름의 선정 이유를 정리하며 풍부한 감상이 될 수 있답니다.

• 관람 소요 시간 및 입장료 정보

직접 전시를 관람해보니,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걸렸어요. 아무리 못해도 1시간 정도는 필요할 것 같으니 참고하세요.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24»외에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이강소: 풍래수면시» 등의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는데요. 모든 전시를 다 볼 수 있는 통합권(7,000원)이 있고요.

만약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올해의 작가상 2024»만 볼 수 있는 입장권(2,000원)도 있어요. 매주 수요일토요일 야간 개장 시간(18:00~21:00)에는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이때를 노려보는 것도 좋겠죠.

*참조: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 김진혁

동시대 미술 안팎에서 기획하고 연구하며 글을 쓰고 있다. 뮤지엄 학예팀을 시작으로 갤러리, 복합문화공간과 신생공간 등 다양한 현장에서 예술에 관한 유무형의 것을 만들어왔다. 과거에는 영양학을, 현재는 미술사를 공부하며 동시대 미술 안에서 식이와 신체를 다루는 방식을 좇는다. 웹진이자 플랫폼 실험으로써 큐레이터의사생활(@magazine.curator)를 운영하며 전반적인 예술 생태계를 관찰하는 데에도 흥미를 둔다. 저서에는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202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