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의 봄은 오는가? 김천과 김밥의 상관관계

작성자 지구정복

트렌드란 무엇인가

지역 축제의 봄은 오는가? 김천과 김밥의 상관관계

지구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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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sa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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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김밥 천국 아니에요?' 한 마디로 시작된 행사

지난 주말 아주 흥미로운 지역축제가 열렸다. 바로 경상북도 김천시의 김밥축제였다. 김천시는 2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5배에 달하는 10만 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행사 마감 전부터 김밥이 매진되고 김밥을 구매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기다리는 일도 발생했다. 축제장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역 축제의 봄은 이렇게 오나?

김천과 김밥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분께 대답하자면 김천과 김밥은 아무런 관련 없다. MZ 세대 대상으로 '김천'하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설문조사에서 '김밥천국'이라는 대답이 많았다는 점이 유일한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장난스러운 대답처럼 보일 수 있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접한 경상북도 김천시는 이를 무시하지 않고 대담한 지역 축제를 기획한다. 김밥과 관련은 없지만 김천 하면 김밥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의 말에 반응한 것이다. 김천 김밥축제 소식에 축제 전 sns에서는 소소한 인기를 끌었다. 독특하다는 반응과 함께 김천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까지. 지역 축제에 대한 긍정적 반응들이 높았다.

어딜 가든 비슷한 지역축제와는 다른 김천시의 김밥축제였다. 국내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데, 지역별 특색을 느끼기가 참 어렵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포토존이 대박을 쳤다고 하는 순간, 그 포토존이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생겨난다. 조용한 바다를 즐기고 싶어 떠났던 어느 지역의 바다에 생뚱맞게 하트 조형물이 덜렁 설치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선은 넘지 말고, 유우머를 섞어서

공공행사는 선은 지키되, 재미는 있어야만 하는 모순적인 행사를 기획해야만 한다. 트렌디하면서도 지역적 전통과 역사를 담아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사라니.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요구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실질적으로 수많은 보고를 통해 허가와 승인이 나기까지 끊임없이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의 축제와 비슷한 사례를 그대로 활용하는 행사들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그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김천의 김밥축제가 대박을 쳤다. 이 소중한 선례를 시작으로 각종 지역에서 조금은 진지한 힘을 뺀 행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2024 공주 페스티벌 포스터

김천시의 김밥축제 성공에 뒤이어 대박 예감을 보이는 또 다른 지역 축제가 있다. 바로 지역명을 활용한 '공주'의 지역축제다. 조금은 유치하게 들리는가? 하지만 공주시는 '유우머'도 놓치지 않게 다양한 행사를 구성했다.

분명 공주들의 우아한 만찬인데, 행사 이름은 '공주에서 날밤까기'다. 정말 재미난 말장난 아닌가. 누가 날밤을 까러 공주에 가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난 너무 가보고 싶다. '공주들의 우아한 만찬'이 어떻게 '날밤'을 까면서 가능한지 너무 궁금하고 체험해보고 싶다. 심지어 시간대는 늦은 저녁이다. 공주의 밤에 날밤을 까는 공주라니. 키보드를 치면서도 알쏭달쏭한 말장난같다.

트렌드가 없는 시대에서 트렌드를 담은 행사 기획을 하다.

지역축제라고 하면 이상하게 화려하지만 비싸고 맛없는 푸드트럭이 떠오른다. 지역음식을 바가지 씌워 판매하는 일은 최근에 여러 번 뉴스를 통해 접해서 그런 것일까. 아님 우연히 국내 여행을 하던 중 방문한 야시장의 음식맛이 최악이었던 경험 때문일까. 차갑게 식어버린 닭꼬치와 분명 한국 지역 축제인데 탕후루를 파는 것까지. 지역의 특색을 담은 푸드트럭이 아닌, "양산형" 푸드트럭. 푸드트럭도 분명 '트렌드'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트렌드는 아닌 듯하다. 야시장이라고 사진 찍은 모습을 보고 어느 지역 축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트렌드가 무엇이다!라고 콕찝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맞다. 패션 업계를 잠깐 살펴보면 하루가 다르게 oo코어, xx코어 등 별의별 코어들이 다 등장한다. 오늘 산 옷이 내일에 '구식'이 되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트렌드를 담아서 행사를 기획할까. 적어도 이렇게 큰 규모의 지역 축제라면 몇 개월 전부터 기획을 시작하는 것일 텐데.

김밥 밑에 깔린 이거 뭐야?"…김천김밥축제 머리 잘 썼네 < 핫이슈 < 기사본문 - 더타이틀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특히나 공공행사라면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한다. 행사 이후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위는 김천 김밥 축제의 한 음식 사진이다. 뻥튀기에 아이스크림을 올리는 것에 착안하여 김밥을 뻥튀기 위에 올린 것이다. 사실 뻥튀기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려먹는 트렌드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김밥'을 뻥튀기에 올린 것은 처음 아닌가. 환경적인 삶을 지향하는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행사 이후 쓰레기 문제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외 말고 국내를 여행하고 싶은 청년들도 있다.

요즘 mz들은 다 일본을 간다더라, 한국 지방 여행은 재미가 없다더라. 수많은 카더라 에 속지 말아야 한다. 요즘 청년들도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 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지역은 없다. 아무리 백날 이런저런 방송에서 소개해도 어딘가 다 비슷비슷한 느낌. '차별화'가 이토록 중요한 때다. 김천의 김밥축제처럼.

재미난 행사와 지역 축제를 기대하는 건 요즘 청년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이외에 새로운 도파민 장소를 찾아 헤매는 어린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어른도, 아이도, 청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해한 무언가가 필요한 지금이다.

그렇기에 차별화 요소가 확실한 경주와 같은 지역은 늘 다른 지역의 부러움 대상이었다. 하지만 김천은 보란 듯이 '김밥'이라는 새로운 요소로 선수를 쳤다. 과연 다음 타자는 어떤 요소로 지역을 차별화시킬까?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