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용 독서라도 좋다! 텍스트 힙이여, 오라
작성자 지구정복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시용 독서라도 좋다! 텍스트 힙이여, 오라

숏폼의 세상 속 태어난 '텍스트 힙'의 아이러니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라는 기사를 봤다. 10명 중 6명 정도는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를 살펴보니 1994년 첫 조사 당시 86%를 넘겼던 종합 독서율은 2013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3.9권이었는데, 직전 조사인 2021년보다 0.6권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74.5%로 독서량이 가장 많았고, 30대가 68.0%, 40대가 47.9%, 60세 이상은 15.7% 등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즉, 한국 사회에서 책을 읽는 어른들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요즘 MZ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책, 텍스트다. 숏폼, 유튜브, 인스타 등 볼 콘텐츠가 너무나도 많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텍스트다. 숏폼의 세상 속에서 태어난 것이 '텍스트'라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헤드셋을 끼고 어디에서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시집이나 소설을 읽는 사람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정말, 아주, 가끔 보는 사람들. 독립서점 투어를 하고, 지인의 생일에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들. 숏폼의 시대 속에서 기꺼이 지루한 고요 속에서 기나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쿨한 사람이 떠오른다.
글을 읽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는 '텍스트 힙'에 동조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이것이 진정한 독서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엇이든 그렇게 시작된다. 누군가를 따라하다보면 자신의 취향이 생기고, 후에 자신의 경험이 더해져서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 그게 진정한 '힙'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시용 독서요? 독서가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기까지.
앞서 언급한 기사처럼 한국은 성인 연간 독서율이 처참한 나라이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돌아와서 내 일상을 돌볼 시간도 부족한데,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독서라니. 한국 어른들이 '독서' 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1월 다이어리에는 늘 독서를 새해 목표로 적어두곤 하니까. 정 안되면 하루에 30분이라도, 10분이라도 읽어보자 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나 하나 챙기기도 급급하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무언가를 할 기력도,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독서'가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해도 되지 않을까.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 직원들은 어땠을까. 아마 나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즐겨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을 살펴보면 그 어떤 산업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는 마케팅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출판사 직원들의 노고를 일부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외에도 너무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사례만 가져왔다.
민음사 직원들과의 내적 친밀도가 저절로 높아집니다. - 민음사 tv
유튜브로 유명한 민음사 tv. 출판사 편집자, 마케터 모두가 책 덕후인 그들의 추천작이라면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하나 사고 싶어진다. 또 그 덕력으로 이 책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황홀하게 설명하는 그들의 영상은 저절로 책 구매로 이어집니다.
또 출판사 직원들의 비하인드를 풀어주면서 시청자와의 내적 친밀도를 차곡 차곡 쌓아간다. 다양한 독서 방법, 독서 아이템 등과 같은 독서를 하나의 가벼운 취미나 놀이처럼 생각할 수 있는 영상도 꾸준히 업로드 된다. 조금은 진지한 '독서'를 '놀이'로 만들어주는 민음사 tv.
노래 들으면서 책 읽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 예스 24 유튜브
필자는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다가 결국 피곤을 이겨내지 못하고 졸다가 책을 떨어뜨린 경험이 여러번 있다. 조용해야 집중이 잘 되는데, 조용하면 또 졸리다. 이런 독서인의 니즈를 파악한 예스 24에서 최근 공식 유튜브를 통해 책 읽을 때 틀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했다.
구독자는 14.9 만 명이지만, 7개월전 업로드 된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56만회. 예스 24를 이용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까지 댓글을 달면서 그야말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악과 독서의 조합이라니! 다시한 번 생각해도 듣기만 해도 좋은 조합이다.
전화로 시를 읽어줄게. 이게 낭만이니까... - 문학동네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홍보할 때 ARS 를 이용한다는 것은 자주 들어본 마케팅 사례인데, 시 낭송이라니 문학동네 마케팅 소식을 듣자마자 기립박수를 쳤다. 작가가 직접 낭독한 시를 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걸어 듣는 형식의 경험이라니, 수능으로 시를 처음 접한 사람도 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이다. AI가 그림을 그려주고, 논문도 써주는 미친 속도로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직접 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걸어 시 낭송이 끝날 때까지 수화기를 놓지 않아야 하는 아날로그, 낭만이었다. 홍보 효과 역시 1주일에 23만 건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굳이데이를 잘 설명하는 영상을 함께 첨부.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했고, 긴 글보다 유튜브 영상이 익숙한 MZ 세대, 알파세대에게 '낭만'과 '아날로그'는 경험해보기 어려운 가치다. 종이책은 정보의 여러 형태 중 가장 아날로그의 형태이므로 종이책 자체를 '아날로그'와 '낭만'에서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 낭만을 찾아헤매는 MZ 세대가 결국 쿨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도 결국은 텍스트 아닌가. 설령 보여주기 식 독서라고 해도, 나는 텍스트 힙 트렌드가 단순히 '유행'으로만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는 다른 유행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더라도 다시 '독서'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하다. 우리가 예전에 사두었던 책을 책상 정리하다 발견해서 그 자리에 앉아 읽게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