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번아웃 경험해 보셨나요? 아니면 지금 번아웃을 겪고 계신가요?

저도 웹소설 작가로서 작품 집필을 하는 동안 심각한 번아웃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번아웃이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지쳤다고만 생각했습니다. 1년 9개월 동안 거의 주 7일 12시간씩 작업을 했으니 그럴 만했죠.

작품을 완결하고,충분히 푹 쉬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멈추고 2개월을 그냥 쉬어봤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아직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거 같습니다.

그러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음>과 토드 부크홀츠의 <러쉬>라는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두 책은 저에게 분명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번아웃의 진짜 해결책은 휴식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점을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두 권을 읽다 보니 번아웃을 겪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 권의 책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번아웃의 해결책은 휴식이 아니라,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번아웃을 피하지 말고, 재설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움직여야 하는 이유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번아웃은 에너지가 없는 게 아니라, 통제권을 잃은 겁니다

우리는 흔히 번아웃을 텅 빈 연료 탱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휴식을 통해서 연료를 채우려고 하죠. 하지만 이 비유는 절반만 맞습니다. 번아웃의 진짜 문제는 연료의 양이 아니라, 고장 나 버린 운전대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가깝습니다.

<러쉬>에서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통제 불능의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글쓰기라는 행위보다 저를 소진시켰던 것은 매일매일 끊임없이 다가오는 마감 압박이었습니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었죠.

이렇게 외부의 통제권을 잃으면, 문제는 내부로 번집니다. <몰입의 즐거움>에서는 이 상태를 '정신적 엔트로피'라고 부릅니다. 목표를 잃어버리고 머릿속이 걱정과 불안, 잡념으로 가득 찬 혼돈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빼앗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번아웃의 모습입니다. 외부적으로는 통제권을 상실하고, 내부적으로는 정신적 혼돈에 빠져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고갈되는 상태죠.

그렇기 때문에 휴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내면의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번아웃의 해결책은 '쉼'이 아닌,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는 '몰입'에 있습니다.

번아웃의 해결책은 '완벽한 쉼'이 아니라 '최고의 몰입'입니다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Flow)'은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걱정과 불안마저 잊게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 몰입의 경험이, 앞서 말한 혼란스러운 정신적 엔트로피에 질서를 부여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입니다.

주말 내내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볼 때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맛있는 요리를 완성했을 때를 비교해 본다면, 어떤 활동이 더 머리를 맑게 하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느낌을 줄까요? 대부분 후자일 겁니다. 수동적인 휴식은 우리의 뇌를 계속 혼돈 속에 방치하지만, 능동적인 몰입은 에너지를 한곳에 모으면서 정신을 재충전시킵니다.

이는 <러쉬>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인간의 뇌는 원래 도전을 통해 활성화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도전 과제가 주어졌을 때 오히려 생기와 활력을 찾는 것이죠. 바로 이 건강한 도전이 우리를 최고의 몰입 상태로 이끌어 줍니다.

결국, 번아웃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뇌가 즐거워하는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번아웃 탈출을 위해서 3단계 원칙을 적용해 보세요

번아웃의 이유와 해결책까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 일상에서 이 '몰입'이라는 최고의 휴식을 설계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두 권의 책에서 제시한 원칙 중에서 3가지 핵심을 꼽아봤습니다.

원칙 1. 가치를 재창조하라: 평범한 일상을 몰입의 기회로 설계하라.

번아웃은 종종 '의미 없는 일의 반복'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노동)'과 '하고 싶은 것(여가)'으로 나누고, 노동의 비중이 커질수록 소진되죠. 하지만 <몰입의 즐거움>은 이 이분법을 파괴하라고 말합니다. 일의 가치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발견되고 창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메일에 답장하기'를 지루하고 일상적인 업무라고 여기는 게 아니라, "30분 동안 나는 최고의 문제 해결사가 된다"는 게임으로 재설계하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가장 어려운 문제를 10분 안에 해결해 볼까?"처럼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순간, 더 이상 지루한 노동이 아니라 나의 능력을 시험하고 성장시키는 즐거운 몰입의 기회로 바뀝니다.

원칙 2. 자기목적성을 키워라: 보상이 아닌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라.

많은 경우에 우리는 결과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이는 허무함과 탈진으로 이어지죠. <몰입의 즐거움>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자기목적성(Autotelic)'을 제시합니다. 결과나 보상이 아니라, 활동을 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태도입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내 행복을 외부에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목적적인 태도는 행복의 통제권을 나에게로 가져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 파고들었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다'는 경험 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 되는 것이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의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않기 때문에, 쉽게 소진되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갖게 됩니다.

원칙 3. 경쟁의 스위치를 켜라: 뇌의 본능을 이용해 에너지를 증폭시켜라.

내면의 의미와 동기를 찾았다면, 이제 뇌의 본능적인 작동 원리를 활용해 에너지를 폭발시킬 차례입니다. <러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고요한 휴식이 아닌, '건강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가장 크게 각성하고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내적 동기 없이 경쟁에만 뛰어들면 다시 번아웃에 빠질 수 있지만 자기목적적인 태도로 내면이 단단해진 상태에서의 경쟁은 즐거운 게임이 됩니다. 과거의 나와 경쟁하며 어제보다 딱 한 가지만 더 나아가거나, 동료와 선의의 라이벌이 되어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건강한 경쟁은 우리를 지치게 하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몰입을 유발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부스터가 됩니다.

여러분 삶의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글을 시작하며 제가 번아웃을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는데요. 당시에 분명히 오직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었음에도 왜 번아웃을 경험했는지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 통제권을 잃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마감 압박이 어느새 제게서 통제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때부터는 글쓰기가 더 이상 재밌는 놀이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노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마 많은 크리에이터와 직장인들이 힘든 이유도 이와 비슷할 거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는 어떠신가요? 혹시 모르는 사이에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그저 현실에 끌려가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오늘 여러분의 일상에서 아주 작은 가치를 재창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Build Your Story]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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