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던 나를 구해준 선의에 대하여 ... <파리, 밤의 여행자들>

작성자 Hiver

🎬 film_zip.

부유하던 나를 구해준 선의에 대하여 ... <파리, 밤의 여행자들>

Hiver
Hiver
@hiver0620
읽음 34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도 쉬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스쳐 지나가는 완벽한 타인에게 하게 된 경험이 있나요? 오히려 더 편하게 비밀 이야기와 속마음을 술술 털어놓게 되지는 않았나요. 왜 그런지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종종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마주치곤 해요. 가끔 생각해 보면 들어주던 이들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지만 그들의 선의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종종 무너져 내릴 때 되새김질하듯 꺼내보곤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들어주던 이들의 마음 기저에 있던 선의를 느낀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2025년 12월 17일 개봉을 앞둔 <파리, 밤의 여행자들>입니다.

(원제: Les Passagers de la nuit)


📌 이베(Hiver)가 뽑은 관람 포인트 ...

1️⃣ 입체적인 인물들

엘리자베트 : 이혼 후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자녀들과 함께하는 홀로서기의 삶 속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마티아스 : 고등학교 졸업반이지만 글을 써 내려가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관심사가 없는 소년. 탈룰라와 엮이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주디트 :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엘리자베트의 딸. 시위에 나가는 등의 행동을 해 엘리자베트와 종종 부딪힙니다.

탈룰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던 떠돌이 소녀. 라디오 출연을 계기로 엘리자베트의 가족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소속감을 알게 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그녀에게 오래도록 지속된 불안이 계속 해서 이 소속감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해 괴롭힙니다.

각자의 이야기와 내, 외면의 갈등을 품고 있는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맺어가는 관계들과 그 관계들에서 파생되는 인생의 잔잔한 변화들은 때로는 마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와 부딪힘 속에서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또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격정적으로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만남’이라는 단순하고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통해서 발생하는 감정들은 자국을 남겨 꽤 오래 그 맛을 곱씹고 떠올리게 합니다.

2️⃣ 라디오와 선의라는 소재의 연계

영화는 선의가 교차하는 지점을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동시에 경청의 자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심야 라디오’라는 매체로 설정합니다. 그리하여 삶의 경로에서 이탈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들을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갈 곳 없던 ‘탈룰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엘리자베트’의 선의까지 이어지게 해줍니다. 즉, 심야 라디오는 각자의 이유로 밤을 부유하는 여행자들에게 선의를 제공하고 또 다른 선의를 낳게 함으로써 선순환을 가져옵니다.

또한 얼굴 모를 이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라디오에서 알게 된 서로가 현실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은 여운을 남깁니다. ‘엘리자베트’와 ‘탈룰라’의 관계에서 시작해 확장되는 관계들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따스한 위로를 느끼게 됩니다.

3️⃣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만큼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에펠탑과 센 강이 자아내는 낭만적인 분위기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80년대의 실제 기록 자료를 통해 생동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해 한층 더 시대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p.s.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에릭 로메르’의 영화 <만월의 밤>이 등장해요!


칠흑같은 어둠을 품고 한 치 앞도 모를 것 같이 구는 밤같은 인생 속에서 시작된 관계를 통한 여러 변화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려 앉은 어둠 사이를 지나 아침으로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모든 이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추천합니다. 🌙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