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정리하며 내 소비를 돌아보는 기록 시작하는 법 <프로젝트333>
작성자 현의
나를 담는 기록
옷장을 정리하며 내 소비를 돌아보는 기록 시작하는 법 <프로젝트333>
며칠 전에 옷 정리를 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새로운 계절에 맞춰 작년 이맘때쯤에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보았는데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더라고요.
더욱 놀라웠던 점은, 이렇게나 수많은 옷들 중 진심으로 제 마음에 드는 옷은 손에 꼽힌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옷은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재질이 별로였고, 어떤 옷은 너무 크거나 작았고, 어떤 옷은 유행이 지나서 입을 수 없었어요.
진심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옷을 이렇게나 많이 끌어안고 살았다는 생각에 후회스럽기도 했고, 이렇게 옷이 많은데도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게 아찔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옷 정리를 시작한 김에, 제게 '정리의 미학'을 알려준 책 한 권을 읽어보았어요. 바로 <프로젝트 333입니다>
3개월 동안 33개의 패션 아이템으로 생존하기, 프로젝트 333
<프로젝트 333>은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으로 살아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옷뿐만 아니라 모자, 신발, 주얼리까지 모두 포함해 33개의 아이템만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미니멀리스트 챌린지이기도 해요.
이 책의 저자는 광고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요. 어느 날 문득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옷들로 가득한 옷장을 보고 자신이 직접 옷장 정리 챌린지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나는 그저 약간의 평화가 필요할 뿐이었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살지, 무엇을 보관할지, 무엇을 기부하고 판매할지, 무엇이 예쁜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피곤했다.
옷을 입어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거대한 옷장을 관리하는 일이 내 삶의 큰 부분을 소모했고,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해졌다. 평생 쇼핑을 했지만 항상 입을 옷이 없었다.
단, 이 챌린지가 옷을 그저 정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옷과 옷장, 쇼핑 습관에 대한 생각까지 바꿀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책 <프로젝트 333>에는 어떤 아이템을 남겨야 하는지, 어떻게 옷장을 실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비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루는 비중도 훨씬 큽니다.
그래서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더 많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언뿐만 아니라, 쇼핑 대신에 할 수 있는 것, 더 많은 아이템을 보유하지 못함으로써 예상되는 두려움(날씨 변화, 체중 변화, 유행을 따르지 못한다는 소외감 등)에 대처하는 방법, 33개 아이템밖에 없는 옷장이 지겨워질 때 시도해볼 수 있는 것 등등 소비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조언을 책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어요.
인생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빠르게 지나간다. 하루하루 그리고 매주 느림의 여유를 만들어 자신의 삶을 인식하고, 소소한 순간을 목도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즐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프로젝트 333을 통해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 패션으로 전환하는 지금이 바로 느린 삶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수많은 일을 통제할 힘이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삶, 덜어내기, 적게 소유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 333>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여름과 가을의 날씨가 극단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살면서 미니멀한 옷장을 만들기란 좀처럼 쉽지만은 않아보여요. 저도 이 책을 읽는 도중 제 옷장에 걸린 가을 옷의 개수를 세보았는데 50여개는 되었거든요.
그럼에도 저자를 따라 '프로젝트 333'을 시작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다는 즐거움의 목록을 읽어보니, 일생에 한번쯤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333은 단순히 옷장을 가볍게 비우는 것에 그치는 챌린지가 아니라,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매기고 불필요한 요소를 삶에서 제거함으로써 내게 정말로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챌린지가 될 것 같았거든요.
프로젝트 333, 어떻게 시작할까?
<프로젝트 333> 책의 초반부에는 이 프로젝트를 왜 진행하고 싶은지 스스로의 마음 가짐을 점검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 내용을 간단하게 정래하보자면 아래의 목록과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 나를 돌보기 위해 시도하면 좋은 기록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고행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으로 생활한다는 프로젝트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가혹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에요.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가혹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대신 정말로 가혹하고 극단적이라고 평가해야 할 일은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일들,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일들'이라고 말해요. 입지 않을 옷을 빚을 내서 사거나, 옷을 입을 때 체형, 피부 톤, 나이에 맞게 입어야 한다는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예로 들면서요.
그래서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좀 더 즐겁게, 그리고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이 챌린지를 해야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거리를 제시합니다.
아직 프로젝트 333에 도전하기 망설여진다면 저자가 제시한 질문들에 나만의 답을 적어보며 스스로를 탐구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프로젝트 333> 책에 등장한 질문 중 일부를 소개할게요. 더 많은 질문 목록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해 보세요.
1️⃣챌린지 시작 전 해야 할 질문
챌린지를 진행해야 할 동기와 확신을 찾기 위한 질문, 그리고 옷장을 새로 정리할 때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 질문입니다.
2️⃣챌린지를 진행하는 동안 해야 할 질문
이 때 저자가 제안하는 질문은 옷이 아니라 챌린지를 진행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묻는 질문입니다. 이 챌린지의 주인공은 옷이 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3️⃣챌린지가 끝나갈 때 해야 할 질문
옷이 아닌 내가 주인공인 프로젝트
33개 이하의 아이템으로 옷 입기를 실천한 사람들의 피드백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결국 이 패션 프로젝트가 패션이나 옷이 아니라 건강, 행복 그리고 마음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를 허락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 이 패션 프로젝트는 ‘사랑’이다.
<프로젝트 333>을 읽는 내내 '옷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에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옷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심심해서, 슬퍼서, 나를 위로하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경험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내면의 허전함은 오직 무언가를 소비함으로써만 채울 수 있는 건 아니고, 소비 외에도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단 무엇이든 시도해본다면 그 과정이나 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한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젝트 333의 목적은 완벽한 캡슐 옷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허락하는 공간을 갖는 데 있다. 이 패션 챌린지의 나비는 옷장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만든 캡슐 옷장은 결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매 시즌마다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완벽이 아니라 나아지는 것 말이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더 큰 행복, 더 큰 모험, 더 멋진 관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 자신과의 관계를 포함해서.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으로 생활하기 위해 어떤 아이템을 남길지 찾아가는 여정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 지금의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은 나와의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예요. 오늘은 소비 대신 나를 위해 선물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