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방향성을 담은 '나를 위한 기획서' 작성하기 <마이너리티디자인>

내 삶의 방향성을 담은 '나를 위한 기획서' 작성하기 <마이너리티디자인>

작성자 현의

나를 담는 기록

내 삶의 방향성을 담은 '나를 위한 기획서' 작성하기 <마이너리티디자인>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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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heyb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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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막막해질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 기획의 목적이 '내가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기 위함이라면 훨씬 더 어렵게만 느껴지지요.

그러던 중 <마이너리티 디자인>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이름난 광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저자가 어느 날 하나뿐인 아들이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로 광고 업계에서 활용했던 기획력을 사회복지 분야로 확장하게 된 과정을 담은 책이었어요.

저자는 '아빠가 광고를 만들어봤자 아들은 그걸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일에 대한 의욕을 잃기도 했다고 해요. 그래도 소중한 아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적으로 200명이 넘는 장애 당사자 및 주변인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약점은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못하는 일을 억지로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회를 바꾸면 돼. (…) 내가 할 줄 아는 ‘광고’로 장애 당사자를 비롯해 이른바 ‘마이너리티’라고 불리는 이들의 과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가치를 빛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아들을 위한 사랑이 저자의 커리어에서도 큰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누구를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를 독려하는데요. 만약 딱히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이 없다면 우선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인물로 가정하고 자신의 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제안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가 제안하는 '나 자신을 위한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에 관해서도 소개해보려고 해요.

갑자기 기획서를 써야 한다니 막막하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 혹은 앞으로 하고자 할 일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앞으로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탐구해 보는 과정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나 자신을 광고주 삼아
콘셉트를 제안하니 알게된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서 기른 역량을 광고 업계 외부에서 활용하게 된 과정입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커리어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의도로 어떤 목적의 캠페인을 기획할지, 이를 위해서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오랫동안 지속되는 광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광고를 만들 때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갈 수 있거든요.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한 핵심을 발굴해야 하는 광고 업계의 특성을 활용하여 자기 삶에 대해서도 뚜렷한 컨셉이 있는 기획을 시도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광고주에게 광고를 제안할 때는 항상 '콘셉트'를 내밉니다. 앞으로 기획이 길을 잃지 않게끔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전체를 꿰뚫는 한 가지 개념을 언어화합니다.

저는 새삼 그 공정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단, 저 자신을 광고주 삼아서 말이지요.

(...) 오늘날 이런저런 이유로 '장애'라 여겨지는 것들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 아니, 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는 '약점' '서투름' '못하는 것' 등 소수자 특성을 활용해 이 사회를 더욱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

'마이너리티 디자인'. 소수자를 기점으로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자. 그것을 제 인생의 콘셉트로 삼자고 결의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지금까지 대기업 광고주에게만 제안했던 콘셉트를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기로 마음먹고, 고민 끝에 자신의 인생 콘셉트를 '마이너리티 디자인'으로 정의합니다.

그 결과, 이러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서 쌓은 업무 역량이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찾게 돼요.

애초에 카피라이터의 일이란 대상이 무엇이든 발견 혹은 재발견을 한 다음 이런저런 방법으로 말로 표현해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는 맡은 일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가장 빛날 곳에 빛을 비추었습니다.

(...) 아들이 태어나고, 전부 초기화되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기른 기술과 경험이 온전히 제게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제자리걸음을 하던 날들에도 분명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착실하게 매일매일 쌓아올린 것을 아직 미개척지인 사회복지의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대중'이 아닌 '한 사람'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오히려 그 가치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습니다.

아들이 살아갈 세상을 긍정하기 위해 쓴 카피, 휠체어 바퀴에 끼이지 않는 스커트, 턱받이로도 활용할 수 있는 드레스 등 책을 읽다 보면 이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읽어볼 수 있어요.

'오프 타임''보이지 않아. 그뿐.'도 실은 아이를 위해 쓴 카피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인생을 생각할 때 '보이지 않아. 그뿐'이라고 단언하고 싶었습니다. 눈이 '오프(OFF)'인 채로도 타인과 다채롭게 소통하는 시각장애인의 일면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아이를, 아이의 인생을 소리 높여 긍정하겠다는 강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나답게 일하기 위한
내 삶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8단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저자처럼 '내 삶의 콘셉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저자처럼 회사에서 기른 능력을 다른 분야로도 확장해 볼 수 있을까요?

저자는 우선 반복되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취업 준비할 때처럼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점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굴해 보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강점과 약점을 포함한 고유한 역량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현하는데 연결 지으라고 조언합니다. 더욱 뛰어난 실력, 더 좋은 회사, 더 높은 지위를 추구하며 계속 높은 곳을 올려다보는 대신 시야를 양옆으로 돌리라는 말과 함께요.

우수한 사람을 옆에서 바라보다 한 생각이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너무 많이 타인을 위해 쓴다."라고. 저기서 더 지나치면 항상 자신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일에서 얻은 능력을 모두가 자신의 인생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한다면, 소중한 사람을 위해 활용한다면, 자기 내면의 약점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이 사회를 더욱 살기 좋은 장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진 역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곳만 바라보는 대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능력으로 지금 당장 다른 분야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때, 광고주에게 기획서를 건네듯 내 삶을 위한 기획서도 마련되어 있다면 향후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자는 '나 자신을 위한 기획서' 쓰는 법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내 삶의 방식을
내 손으로 직접 탐색해보자

저자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작성한 모든 것이 '다시 한번 일하는 방식을, 삶의 방식을, 자신의 손으로 되찾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소개한 항목에 차례로 나만의 답을 적다 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해답은 나를 즐겁게 만든 순간뿐만 아니라 나를 눈물짓게 하고, 화나게 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던 속상한 순간에서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돼요.

그렇지만 어쩌면 나의 못난 모습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정말 큰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자가 아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세상에 내보인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뜻깊은 가치를 전해주었듯, 나라는 한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 또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양한 주변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영어로 '작다'를 뜻하는 'small' 속에는 '모두'를 뜻하는 'all'이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 '한 사람'을 위해 시작한 작은 일에는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커다란 가능성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어 제 삶을 돌아보고, 저자가 소개한 항목 중 몇 가지에 저만의 답을 적어보았어요. 아래는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슬라이드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희로애락 중에는 권위에 휘둘려서 타인의 말에 따라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판단했던 순간이 있었고, 저의 특기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언제나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로 스스로 삶을 정의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을 제 라이프 컨셉으로 잡아보았습니다. 타인의 의견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을 좀 더 믿어주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직접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에 따라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될 일을 정했고,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하되 제 주관은 분명하게 밝히는 명료한 톤앤매너로 이러한 라이프 컨셉을 풀어내 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뿐만 아니라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서도 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나를 위한 기획서'에는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나를 위한 기획서'는 '나와 같은 모든 사람을 위한 기획서'가 되어서 세상에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를 좀 더 더해볼 수도 있을 거예요.

'나를 위한 기획서'를 적는 과정에서 나의 역량과 이력으로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면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읽어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