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스피 3000 돌파, 5000까지 갈까? 코스피 상승 이유와 ‘이재명 수혜주’ 투자 전망
작성자 헤드라이트
이 주의 헤드라이트
[인터뷰] 코스피 3000 돌파, 5000까지 갈까? 코스피 상승 이유와 ‘이재명 수혜주’ 투자 전망

뉴니커, 요즘 주변에서 주식 투자 시작했다는 얘기 많이 듣지 않나요? 우리나라 증시인 코스피가 최근 3000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3000선을 돌파하는 건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에요.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상법 개정안·밸류업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연일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대로 “코스피, 이러다 5000선까지 가는 거 아냐?” 라는 말도 나와요.

여기저기서 코스피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제 정세도 심상치 않고, 관세 위협도 여전해 “정말 코스피 5000 가능할까?” 궁금할 텐데요. 뉴니커들이 궁금해하는 국내 주식 시장의 현황과 전망, 서울대에서 주식과 파생 상품을 강의하는 경제학부 최재원 교수님에게 물어봤어요.

PART 1. [코스피 상승 이유] 대선 이후 코스피 지수 3000 돌파,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
주로 다음 이유들 때문에 코스피가 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정치 공백이 메워지고 추경을 통해 유동성이 증가할 거라는 기대에 더해,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 즉 밸류업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 같아요. 투자 심리를 주식 시장에선 ‘센티멘트’라고 부르는데요. 언급한 요소들이 지금 센티멘트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투자 심리가 좋으니 나도 투자해야지”하는 ‘센티멘트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이 센티멘트가 계속 좋을 것이냐’인데, 센티멘트가 좋아 주가가 오르면 → 추세를 쫓는 투자자들도 몰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센티멘트가 당분간은 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센티멘트만 가지고 계속 오르진 않아요. 센티멘트가 기업의 펀더멘털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가는 다시 내려갑니다. 센티멘트만 있다는 건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이 상승장이 계속되려면 밸류업이 진짜 이뤄지는지가 중요해요.
PART 2.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 그동안 코스피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밸류업 정책·상법 개정안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지금 제시된 상법 개정이나 밸류업 정책 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요:
- 파이를 쪼개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 주가가 오르려면 (1)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하고 (2) 주주에게 분배도 잘해야 하는데요.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분배를 잘 하는 것에만 방점이 찍혀있어요. 기업이 번 돈을 충분히 환원하지 않고,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이 주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혁신이 필요해: 황금알을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1) 황금알을 더 많이 낳게 하거나 (2)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수를 더 늘릴 수도 있어요. 그러려면 기업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을 높이거나, 더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하도록 돕는 것도 필요한 거예요.
Q. 밸류업 정책에 있어 환원만큼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인 거군요?
맞습니다. 사실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액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업을 위한 결정을 하기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잖아요. 따라서 밸류업의 문제 진단이 재무 정책 쪽에만 집중되어 되어 있는 셈인데요. 기업 지배에 있어 ‘의결권을 누가 행사하는가’만큼 중요한 건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결정을 내리는가’예요.
혁신이 원활하게 일어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잘 대변한다면, 꼭 ‘주주 평등’에만 몰두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어요. 가령 미국엔 ‘차등의결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이에요. ‘기업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자!’ 결정 내리는 주주 총회 때, 1주가 1표의 권리를 갖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래서 기업 총수들은 어떤 방향으로라도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으려고 하고요. 그런데 미국의 혁신 기업들에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의결권이 더 센 주가 있어요.
이 차등의결권을 통하면 1주가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보통 회사의 혁신을 만들어낸 창업자들에게 부여되곤 해요.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나 장기 전략을 위해서 도입하는 건데요. 돈은 많지만 혁신을 창출할 능력이 없는 누군가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서 경영에 참여하면 창업자의 혁신 동력이 떨어지잖아요. 이를 막기 위한 거예요.
이건 우리나라의 관점에선 지배 구조가 나쁜 것에 해당하지만,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를 덜 신경 쓰는데요. 기업이 계속 혁신해서 파이를 늘리면 →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이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즉, 배분의 문제와 더불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야 주가가 계속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Q. 미국과 한국은 기업이 성장한 배경 자체가 되게 다르잖아요. 창업자가 혁신의 동력을 꾸준히 가져온 미국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재벌의 지배하에 자본을 승계하는 구조로 이뤄질 때가 많은데요. 미국의 사례를 적용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말씀대로 미국 주식 시장의 핵심은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혁신이고, 그 혁신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재무(벤처 캐피털)가 있었어요. 혁신적 아이디어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그게 성공한 거죠. 따라서 더 혁신적인 기업이 언제든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시가총액 1위가 20년째 삼성전자잖아요. 벤처 기업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결국 대기업에 돈이 몰리는 상황인데, 이걸 타파할 필요가 있는 거예요.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1) 기업의 조직이 너무 비대하고 (2) 기존에 있는 사업들과 다른 혁신 사업 사이에 일종의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일어나고 있어 혁신이 어려워요.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1위를 하고 싶어도, 반도체 설계도 같이 하고 있으니 엔비디아나 애플이 맘껏 설계도를 주면서 칩 생산을 맡기기 어려운 거예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1) 혁신에 집중하는 것 (2) 대기업이 혁신이 어렵다면 혁신 성장을 하는 작은 기업들에 주목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즉, 코스피가 3000을 넘어 5000까지 가려면 대기업의 분배에만 의존하기보다, 혁신 성장 기업에 집중하고 그런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따라서 민간에서 혁신이 잘 일어나게 하고, 그걸 받쳐주는 재무적 요소들(주식·벤처캐피털·사모펀드)을 선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ART 3. [코스피 상승 전망] 아직 해결되지 않은 트럼프 미국 관세·환율 리스크, 코스피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
저는 미국 관세·환율 리스크 자체는 현재 코스피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봐요. ‘TACO’라는 표현 들어보셨나요? ‘Trump Always Chicken Out’ 의 줄임말로,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도망간다’의 뜻이에요. 즉, 트럼프가 관세로 전 세계 무역을 뒤흔들어 놓을 것처럼 얘기했지만, 결국 관세를 유예하면서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예요. 따라서 트럼프가 관세로 겁박해도 시장이 덜 반응하는 것 같아요.
물론 중동의 긴장감이 올라가며 유가 상승의 우려가 있고 증시에도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관세 우려로 떨어진 증시는 많이 회복됐어요. 미국 나스닥·S&P 500도 사상 최고점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머물고 있고요. 결국 미국의 센티멘트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에 관세·환율 리스크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거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의 장기 상황을 더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어요. 미국의 재정 적자가 크기 때문인데요. 최근 미국 재정 적자가 급속도로 불어나며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정도였잖아요. 물론 미국이 국채 상환을 못 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어쩌다 기술적인 문제로 하루라도 늦어지면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미국의 기축 통화 위치가 흔들리고 →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주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벌어질 수 있죠. 따라서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른 환율·관세 리스크도 물론이지만 재정 적자 문제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해요.
PART 4. [코스피 투자 전략] 코스피 3000 시대,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
Q.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바탕으로 앞으로 핀테크·인공지능(AI) 종목들이 수혜를 볼 거라는 말이 나오며 주가가 오르고 있어요. 이른바 ‘정책 수혜주’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보통 이러한 ‘정책 수혜주’ 섹터 투자는 수익률 상승이 6개월, 1년밖에 가지 않습니다. 과열됐다가 더 빨리 거품이 꺼질 확률도 높고요. 물론 AI 섹터가 펀더멘털과 센티멘트 모두 좋은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밸류에이션이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은지 판단하는 건 개인 입장에선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앞으로 AI 기업들의 실적이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를까?’ 같은 걸 예측해야 하는 셈이잖아요. 물론 ‘사람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갈까?’를 가지고 센티멘트 투자를 해볼 수 있지만 언제 기대감이 생기고 꺼질지 그 타이밍을 보는 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전 개인적으로 섹터 투자를 추천하진 않습니다.
Q. 코스피 상승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다면요?
저는 항상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 1️⃣ 개별 종목 투자·빚투·공매도는 피하세요.
- 2️⃣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세요.
- 3️⃣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세요.
지난 3월 말, 공매도가 재개되며 개인도 공매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위험합니다. 주식은 다 떨어져도 0이지만, 공매도는 대상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한없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어요. 미국의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조차 공매도로 파산당하기도 해요.
빚투도 권하지 않아요. 시장에 갑자기 충격이 와서 변동이 생길 경우 빨리 주식을 청산해야 하는데, 빚내서 투자하면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다소 지루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결국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