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값·비트코인이 고공행진하는 이유? 투자 전 꼭 봐야 하는 인터뷰 feat. 서울대 경제학부 최재원 교수
작성자 헤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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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값·비트코인이 고공행진하는 이유? 투자 전 꼭 봐야 하는 인터뷰 feat. 서울대 경제학부 최재원 교수

뉴니커, 올해 내내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잖아요. 계속해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금값에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1000억 원을 넘어섰고 골드바도 '품귀 현상'이 일어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라는데요. 한편 금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 들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비트코인도 3개월 만에 10만 달러를 다시 돌파하는 등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투자란 모름지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이지만 이렇게 가격이 계속 오르면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냐?” 마음이 들게 마련이잖아요. 그렇다면 금과 비트코인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알아두는 게 좋은데요. 투자를 고려한다면, 혹은 투자를 꼭 하지 않더라도 알아두면 유익한 금값·비트코인 시세의 모든 것, 서울대 경제학부 최재원 교수님에게 물어봤어요.

PART 1. 금값이 계속해 사상 최고가를 쓰고 있잖아요. 금값이 오르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크게 다섯 가지 주요 시나리오를 살펴보면서 하나하나 따져볼게요:
- #1: 이 주장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때 금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 #2: 가장 보편적인 시나리오예요. 달러 가격이 떨어지면 그걸 방어하기 위해 금을 사기 때문에 금이 오른다는 건데요. 이것도 그대로 받아들이긴 무리가 있어요. 데이터를 보면 역사적으로 달러가 오를 때 금값도 함께 오를 때가 많았기 때문.
- #3: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등 자산 대신에 금은 가격이 잘 변하지 않는 안전 자산이기 때문에 값이 오르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는데요. 이것 역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주가가 폭락할 때 금값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 #4: 최근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어!” 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근본 화폐로의 복귀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각국 정부들은 '주조차익'****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는 법정 화폐 시스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지금 금본위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금본위제로 돌아간 나라는 아직 없는 것처럼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봐요.
- #5: 결국 제가 생각하는 지금의 금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제한된 공급에 비해 늘어나는 수요예요. 특히 중국과 같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려는 수요를 늘리고 있는데요. 투자자들도 이러한 흐름에 함께 “우리도 금을 사놓자!” 하는 수요가 맞물려 금값 상승을 이끈 거죠.
✍️ ** ‘근본 화폐’가 뭐야?: 금과 같이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이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에요. 금본위제가 폐지되며 근본 화폐 시스템은 지금의 종이돈을 기반으로 한 신용 기반 화폐 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요. 여전히 금의 실체를 강조하며 ‘근본 화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 *** ‘금본위제’가 뭐야?: “지폐는 언제든지 정해진 양의 금으로 바꿔줄게!” 라고 정부가 약속하는 시스템이에요. 예전 미국에서는 1달러 = 금 1.5g이라고 정해져 있었는데요. 이렇게 돈의 가치가 금에 의해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 바로 금본위제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경제가 커지는 상황에 금은 한정되어 있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쓰기 어려운 등 문제점이 생기며 결국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하고 지금의 신용화폐 시스템으로 넘어왔다고.
✍️ **** ‘주조차익’이 뭐야?: 정부(또는 중앙은행)가 돈을 만들면서 얻는 이익이에요. 만약 1만 원짜리 지폐를 만드는 데 100원이 들었다면, 남는 9900원이 주조차익이에요. 정부가 세금 말고 돈을 얻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Q. 그래도 달러와 금 가격은 최근 ‘달러가 떨어지면 금이 오르는’ 상관관계가 커 보이는데요. 요즘 특히 더 달러와 금 가격이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금과 달러의 관계는 과거에는 크게 상관관계가 없었어요. 오히려 달러가 오르면 금값도 오르는, 약한 양의 상관 관계가 있었죠. 하지만 최근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등 모든 댐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달러에서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와 금의 관계는 미국이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달려 있어요. 미국이 계속 무역을 흔들어서 다른 나라들이 달러에서 자산을 빼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이전처럼 자유무역주의로 돌아가 금과 달러 관계를 안정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Q. “지금 금값은 거품이 낀 거야!” 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금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금값에 거품이 끼는 게 꼭 안좋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금값에 거품이 끼었는지 판단할 땐 금의 내재가치*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내재가치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 금은 내재가치 없어! 🙅: 워런 버핏의 경우 금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보는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예요. 금은 내가 갖고 있어도 이자나 배당 등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현금 흐름이 없고, 오히려 보관료만 들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오직 수요와 공급의 심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 아냐, 내재가치 있지! 🙆: 한편 레이 달리오 등 다른 투자자들은 “금은 희소하고, 오랫동안 사람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해 온 자산이야!” 하며 내재가치를 인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자산 포트폴리오에 금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결국 두 관점은 내재가치의 기준이 수익인지, 신뢰와 희소성인지에 따라 갈리는 건데요. 제가 봤을 때는 금은 내재가치가 적은 편에 속해요. 따라서 내재가치 측면에서는 분명히 버블이 맞아요. 하지만 '버블'이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닙니다. 화폐에도 버블이 있어요. 지폐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지만, 이것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건 사람들의 믿음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금도 내재가치는 적지만,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치가 보존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주식 시장을 대회로 비유하며 ‘내가 생각하는 1위’가 아니라 ‘심사위원 등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1위’를 맞추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이는 곧, ‘가치란 내가 아니라 남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죠. 그런 측면에서 시장은 내재가치보다 높은 금값을 받아들이고 있고, 따라서 버블이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버블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 ** ‘가치투자’가 뭐야?: 진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 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가는 투자 방식을 말해요. 워런 버핏은 “1달러짜리를 50센트에 사는 투자”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가치 투자자인데요. 따라서 내재가치가 없는 금에 투자하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요.
PART 2. 비트코인이 금과 함께 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 🪙
최근 두 자산이 함께 오르는 건 맞지만 둘이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아요. 가령 ‘금값이 오르니 비트코인도 오르고 있다’는 잘못된 가정일 공산이 큰 거죠. 금과 비트코인은 둘 다 시장의 기대에 의 해 가격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고 각자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것들이 우연히 겹친 거라고 보는 게 좋죠. 다만 각자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때도 비트코인은 훨씬 변동성이 크다는 건 알아둘 필요가 있고요.
이 둘의 움직임이 겹치게 된 건 사실 트럼프 영향이 크다고 봐요. 일단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달러의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가, 신흥국의 중앙은행들도 마침 금을 쟁여놓으려하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고 있죠. 게다가 트럼프가 선거 운동할 때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 같은 말을 하면서 가상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여럿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관련 정책이 나오지 않고 지지부진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죠. 하지만 관세 전쟁에서 중국과 협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돈이 소위 ‘위험 자산’으로 인식되는 비트코인에도 유입되며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Q. 비트코인 시세는 이전부터 나스닥 등 미국의 기술주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는데요. 최근 그 경향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여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씀하신대로 비트코인은 나스닥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왔는데요. 비트코인이 독립적인 투자 대상으로 매력을 갖기 보다 여전히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비트코인 가격이 나스닥과 함께 움직이는 주요 이유는 비트코인 ETF 등이 출시되며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비트코인을 하나의 ‘위험자산’으로 인식하며 포트폴리오에서 조정을 반복하는데요. 이 때문에 주식 시장의 상황에 따라 비트코인 ETF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크게 움직여 주식 시장과 움직임이 비슷해진 겁니다. 나스닥을 구성하는 기술주 역시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비트코인 ETF 투자와 유사해서 둘의 움직임이 비슷한 거고요.
요즘 나스닥과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지만 이것 역시 저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봐요. 비트코인 ETF들이 나오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같은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이 있는 한 비트코인 시세는 주식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기금 투자자들도 최근 비트코인 ETF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시작했는데요. 따라서 앞으론 비트코인 시세가 주식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고 봐요.
Q.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라고 불리기도 하잖아요. 비트코인이 언젠가 금을 대체하는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점이 있어요. 먼저 (1) 내재 가치는 없지만 사람들이 가치를 믿기 때문에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과 (2) 공급이 완전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에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라고 부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언젠가 비트코인이 금처럼 될 거야’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거죠.
하지만 나머지 특성은 금과 완전히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안전자산도 아니고, 화폐 대체 가능성도 금보다 낮아요. 금은 (1) 적어도 과거에 화폐로 쓰였고 (2)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화폐로 쓰일 가능성이 지극히 낮습니다. 공급이 이렇게 제한되어 있으면 정부가 화폐로 채택해 통화 정책을 펼칠 수가 없거든요. 화폐로서의 수요도 매우 낮은 상황이고요. 내재가치 역시, 금은 액세서리나 생산 공정에 조금이라도 쓰이긴 하잖아요. 그러니 내재가치가 아예 없는 비트코인과는 달라요.
PART 3. 금·비트코인에 투자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교수님이 바라보는 투자 전망 💰
Q. 그래서 지금 금과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괜찮을지가 개인 투자자라면 가장 궁금할 것 같은데요. 지금 투자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장기적으로는 두 자산 모두 포트폴리오에 약간씩 포함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봐요.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니 포트폴리오의 1~2%, 많아야 3~4% 정도만 배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건 아니라서 분산 투자 효과가 있고,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장기적인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거든요.
금도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수요가 계속되고 있어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좋은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중국 등 신흥국에서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면 지금보다 수요가 늘 것 같아요.
하지만 단기적인 금과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전적으로 트럼프 정책과 관세 문제에 달려 있어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이 불확실성이 빨리 해결되면 금값은 안정을 찾겠지만, 계속 시장을 흔든다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단기 예측이 더 어렵고요. 단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보단 중장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한 마디해주신다면?
오웬 라몬트라는 금융학자가 한 말이 있어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오징어 게임하듯 투자한다" 도박처럼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누구나 2배, 3배 수익률을 내고 싶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고수익을 쫓는 종목들은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심해서 개인 투자자가 불리한 게임이거든요. 복권과 비슷해요. 당첨되면 큰돈을 벌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1) 분산 투자하고, (2) 테마 ETF·레버리지 ETF·인버스 ETF 같은 것은 피하라는 거예요. VTI, SPX, QQQ 등 시장 전체를 사는 ETF에 분산 투자해서 리스크를 낮추고, 투자 호흡을 5년, 10년으로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아요.
월가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번다. 하지만 돼지는 학살당한다." 리스크 컨트롤을 못하고 탐욕에 넘치는 투자자는 결국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 점을 항상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