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신차 10대 중 6대가 전기차? 이렇게 빨리 바뀐 이유

싱가포르에선 신차 10대 중 6대가 전기차? 이렇게 빨리 바뀐 이유

그린피스
@greenpeace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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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선 요즘 누군가 새 차를 샀다고 하면 전기차일 가능성이 꽤 높아요.

실제로 2026년 1~7월 신차 판매에서 배터리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로, 국가별 비교를 보면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속도예요. 2023년만 해도 싱가포르의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20% 안팎이었는데, 2024년 31.3%, 2025년 41% 수준을 거쳐 2026년에는 약 60%까지 올라왔어요. 3년 만에 3배 넘게 뛴 겁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갑자기 전기차를 사랑하게 된 걸까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어요. 싱가포르 정부가 꽤 오래전부터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이렇게 간다”는 신호를 아주 분명하게 보내왔기 때문​이에요.

싱가포르의 2026년 1~7월 신차 판매에서 배터리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로, 국가별 비교를 보면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지금 내연기관차를 사도 될까? 아니!

싱가포르는 2020년부터 ‘Singapore Green Plan 2030’을 통해 자동차의 전환 방향을 제시했어요.

핵심은 이겁니다. 2030년부터 새로 등록되는 모든 자동차와 택시는 친환경차여야 하고, 2040년에는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 이미 2025년부터는 디젤 승용차와 택시의 신규등록도 중단했어요. 동시에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6만 개를 구축하고, 모든 주거단지를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추진했습니다. 

그러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이렇게 바뀌는 거예요. “지금 내연기관차를 사도 앞으로 몇 년 동안 괜찮을까?”라는 고민에 정부가 꽤 명확한 답을 준 셈이죠.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라고요.

전기차 전환의 핵심, 보조금만이 아니라…

싱가포르는 2030년부터 새로 등록되는 모든 자동차와 택시는 친환경차여야 하고, 2040년에는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만 퍼부은 것도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자동차를 살 때 내는 세금과 차량 배출량에 따라 부담을 달리하는 방식으로도 시장의 방향을 바꿔왔어요. 대표적인 게 차량 배출량 제도(VES)​예요.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는 등록 관련 비용을 깎아주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추가 부담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도 무조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았어요. 2022년 국제 유가가 상승하자 “기름값이 이렇게 비싼데 세금을 깎아달라”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이유는 유류세가 단순히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자동차 이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대기오염·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하죠. 

당시 재무장관이자 현 총리인 로런스 웡(Lawrence Wong)은 유류세를 낮추는 게 사실상 자가용 이용에 대한 보조가 될 수 있고, 더 나은 교통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저소득층일수록 자동차 보유율이 낮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고요.

게다가 유류세를 낮춘다고 해서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어요. 세금이 내려간 만큼 주유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세금 인하 혜택의 일부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공급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2026년 4월,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자 다시 유류세를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기조는 같았어요. 제프리 시오(Jeffrey Siow) 교통부 장관 대행은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것은 “너무 일률적인 방법이고, 오히려 너무 역진적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렇다고 싱가포르 정부가 기름값 부담을 외면한 건 아니에요. 유류세를 일괄 인하하는 대신, 오히려 영향을 크게 받는 가구와 노동자 등 필요한 사람들에게 현금이나 바우처 등 선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즉, 기름을 싸게 만들어 자동차를 계속 타게 하는 대신,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차로 바꾸도록 ‘가격 신호’는 유지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거예요.

중요한 건 일관된 신호와 원칙

물론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를 정부 정책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어요.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고, 차종이 다양해지고, 배터리 기술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줬죠.

하지만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건 정부가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냈고, 정부 정책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2030년부터 새 차는 모두 친환경차,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는 운행 금지”라고 신호를 보내면서, 전기차 혜택과 충전 인프라를 늘리고,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매겼어요. 기름값이 올랐을 때도 무조건 세금을 깎아 자동차 이용을 보조해주기보다는 가격이 사람들의 선택을 바꾸는 기능은 유지하려고 했고요.

이런 정책이 몇 년 동안 한 방향으로 이어지면 소비자와 자동차 기업들 모두 미래를 예측하기 쉬워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전기차 한 대에 얼마를 지원했느냐만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선택하는 게 맞는지”를 정부가 얼마나 일관되게 보여줬느냐​인 거죠.

우리에게도 필요한 건 ‘신호’일지 몰라요

자동차 총량은 관리하고, 대중교통은 강화하고, 내연기관차에는 환경 비용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면, 시장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교통정책은 자동차를 무조건 없애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 꼭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의 차량도 더 깨끗하게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속도를 내기 어려워요.

정부가 “전기차를 늘릴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내연기관차 이용을 계속 보조하고, 충전 인프라는 부족하고, 몇 년 뒤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뜻 움직이기 어렵겠죠.

반대로 싱가포르처럼 자동차 총량은 관리하고, 대중교통은 강화하고, 내연기관차에는 환경 비용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여러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시장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26년 싱가포르의 신차 10대 중 6대가 전기차가 된 건 단순히 사람들이 친환경적이어서만은 아닐 거예요. “자동차의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를 정부가 꽤 오래전부터 보여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차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과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 방법은 달라 보여도,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동을 미래의 ‘기본값’으로 만들 것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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