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거제 수해 복구 현장: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마주한 기후재

2026년 거제 수해 복구 현장: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마주한 기후재

그린피스
@greenpeace_kr
읽음 19

2026년 8월, 거제에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쏟아진 후 수많은 구호의 손길이 지나갔습니다.
1차 응급 지원이 일단락된 지금, 과연 재난은 모두 끝난 것일까요? 남겨진 이재민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실까요? 그린피스와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복구의 사각지대를 돕기 위해 다시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마을을 찾았습니다.

거제에서 수해가 발생하고 보름이 지난 시점, 수해 현장 복구 상황과 이재민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거제로 향했습니다. 수해는 물이 빠진 뒤 본격적인 복구가 진행되면 보통 2~3일 내로 1차 응급 복구가 완료되고, 1주일 정도면 도로를 비롯한 공공시설과 침수 가옥 복구가 일단락되곤 합니다. 지난 방문 때와 달리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침수되었던 도심 상가들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해 보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해복구가 잘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전히 멈춰 선 일상, 거제 수해 이재민과 침수 피해 현황

지역 출신 환경활동가를 만나 거제 수해 복구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사태로 피해가 발생한 아파트는 여전히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주변 모텔이나 숙박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가 침수된 아파트는 배수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전기 시설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서 집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정 내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 냉방기도 돌릴 수 없고 엘리베이터도 멈춰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9월 1일 18시 기준 거제시에서 발표한 호우 피해 상황 및 응급 복구 추진 현황에 따르면, 공동주택과 일반 주택을 합쳐 총 1,450세대 3,499명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임시 주거시설과 숙박시설, 친인척 집 등을 전전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수해로 인한 차량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피해 신고가 접수된 차량만 총 2,228대에 달하며, 그중 침수 차량이 1,152대나 되었습니다. 각 손해 보험사는 침수 차량을 인근 고현항 인근으로 집결시켜 정비 가능 차량과 폐차 대상 차량을 구분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간 고현항에는 수많은 침수 차량이 서서히 정리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거제에 발생한 극한 호우로 침수된 차량이 고현항 인근에 집결된 모습

거제 둔덕면 하둔리 수해 복구 현장: 시민대응단의 자원봉사 활동

다음날,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마을을 찾아 복구 활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거제는 오가는 길이 멀어 봉사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피해 주민들의 하루 빠른 일상 회복만을 바라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준 시민대응단의 존재는 큰 위로이자 힘이 되었습니다.

하둔리 마을 역시 큰 도로변은 제법 복구가 이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수해 직후만 해도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돌덩이가 길을 메우고,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도로 곳곳이 푹 파여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그간 중장비들이 쉼 없이 드나들며 정비 작업을 펼친 덕분에 겉보기에는 틀을 갖춰가고 있었지만, 이재민들의 살림집 안쪽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사뭇 달랐습니다.

수해 직후 중장비로 침수된 도로 복구 진행중(좌) 복구가 일단락 된 마을(우)

자원봉사자들이 침수된 가재도구를 모두 밖으로 빼내고 청소까지 마친 한 가게는이를 다시 정리하는 일이 또 다른 큰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던 곳이라 식기류가 많아, 일일이 씻고 정리하는 데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배수로가 막혀 불안해하시던 한 어르신도 만났습니다. 다음에 또 비가 내리면 다시 집이 물에 잠길 까봐 밤잠을 설치고 계셨습니다. 면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큰 도로 배수관부터 정리를 해야 하니 나중에 처리해주겠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고령이라 혼자서는 토사를 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계시던 차에, 우리 시민대응단을 보시고 조용히 도움을 청하셨습니다. 저희는 기꺼이 장갑을 끼고 삽을 들어 배수로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빗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쌓인 흙과 이물질을 깨끗이 치워냈습니다.

극한 호우 피해를 입은 가구에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는 시민대응단

또 다른 집은 빗물이 밭을 쓸고 지나가 온갖 부유물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집주인께서는 "자원봉사자분들 덕분에 급한 집 안 정리는 잘 끝냈지만, 밭까지 도와달라고 하기엔 너무 죄송했다"라며 "직접 치우자니 몸이 아파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으셨습니다. 저희는 기꺼이 밭으로 들어가 나뭇가지와 잔해물들을 깨끗이 치워드렸습니다. 집주인께서는 연신 고마워하시며 음료수를 건네셨고, 어디서 온 봉사단인지 몇 번이고 물어보셨습니다.

저희 소개를 전해 들은 어르신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딸아이가 밭은 어떻게 치우냐며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봉사해 주시는 모습을 찍어 보내주면 정말 기뻐하겠다"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다음 날, 이장님 댁 포도밭 정리를 끝으로 1박 2일간 복구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장님의 포도밭 역시 빗물이 사람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지만, 다행히 진흙이 밀려들지 않아 바닥에 흩어진 잔가지와 부유물을 쓸어내는 것으로 정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장님께서는 잊지 않고 찾아와 마을 복구를 도와주어 고맙다며 봉사자들에게 싱싱한 포도를 건네주셨습니다.

작은 보탬을 전하고 다 함께 둘러앉아 나눠 먹은 포도라 그런지, 그 어떤 때 맛본 포도보다 훨씬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포도농장 침수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 시민대응단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 제대로 된 기후재난 대응을 향해

2026년 8월, 거제 문둥저수지가 정부의 '기후대응 댐' 건설 대상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댐 건설을 통해 장기적인 홍수 예방과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토목공사 중심의 댐 건설이 과연 극한 기후 시대에 실효성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습적인 폭우와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형 댐 건설은 막대한 예산 소요와 환경 파괴에 비해 실질적인 재난 예방 효과가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보여 주기 식 토목 사업을 넘어, 하천 생태계와 지역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실효성 있는 재난 예방 대안 체계 마련이 절실합니다.

그린피스는 9월 22일과 23일 양일간 거제에서 시민대응단과 그린피스를 후원하시는 분들과 함께 수해 피해를 본 포도 농가와 학교에서 2차 복구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구 사각지대를 찾아서 이재민들이 하루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기후재난 현장 조사와 더불어 시민대응단과 함께 긴급 수해 복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피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린피스의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에 지금 함께해 주세요.

>> 기후재난 대응 함께하기 <<

관련 태그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