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 사이에서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도파민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 사이에서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 🍽️]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트렌드 따라가기 벅찰 때 있잖아요. 매주 금요일, 뉴닉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트렌드를 모아서 소개해요. 다정하고 뾰족한 관점과 한 뼘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담아 차린 트렌드 요리 코스 즐기고 나면 세상을 더 다채롭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메뉴
메인 메뉴 🍴: 오늘의 메인 이슈를 소개해요.
TMI 드링크 🍹: 쓸데없지만 흥미로운 TMI를 모았어요.
한입 디저트 🍨: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빠르게 훑어봐요.
뉴니커’s 오더 🛎️: 뉴니커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요.
메인 메뉴 🍴: 도파민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 사이에서
인간의 감각만큼 믿기 어려운 게 또 없잖아요. 시각은 종종 착시를 일으키고, 후각은 쉽게 무뎌지며, 미각은 컨디션에 따라 둔해질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감각만큼 확실한 게 또 없기도 해요. 기쁨과 쾌락, 흥분, 쾌감 같은 수많은 자극을 우리는 즉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으니까요. ‘즉각적 감각’은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이라는 단어와도 연결 지을 수 있는데요. 오늘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은 도파민을 둘러싼 엇갈린 현상에 대해 살펴봤어요.
첫 번째 요리 🍝: 도파민, 세상의 모든 자극
자극적인 무언가를 경험했을 때 언젠가부터 ‘도파민 터진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도파민이 그냥 ‘나오는’ 것도 아니고 ‘터진다’니, 정말 도파민 가득한 표현이 아닐 수 없는데요. 도파민은 흔히 ‘뇌에 작용하는 쾌락 물질’로 알려져 있어요. 인간이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하는 물질의 대표 격으로 자주 언급되고요. 숏폼 영상을 끝없이 스크롤 하는 습관이나 ‘좋아요’ 숫자를 확인하러 쉴 새 없이 소셜미디어에 드나드는 행동,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증상 등은 ‘도파민 중독’으로 규정돼요.
최근에는 도파민이라는 단어의 용례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발성 자극을 ‘도파민’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것.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의 짜릿한 전개부터 미각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마라탕후루의 맵단맛’까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이런 ‘도파민 파티’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쯤 되면 도파민이야말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일정 기간 동안 끊는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하고 있는 것. 체중조절을 위해 단식원에 입소하듯 ‘디지털 단식원’을 찾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입장할 수 있는 ‘디톡스 북카페’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생기기도 했어요. 일본의 한 리조트는 “마음과 몸을 새롭게” 만들어준다는 ‘디톡스 숙박 패키지’를 운영 중이고, 핀란드의 한 지역은 ‘디지털 디톡스 무인도’를 관광상품으로 내놨다고. 스마트폰을 버리고 구닥다리 사양의 플립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늘고 있고요.
이런 흐름 때문인지, 집중력을 상실한 현대 인류를 조명한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는데요. 우리는 대체 언제부터 도파민에 중독됐던 걸까요?
두 번째 요리 🍲: 도파민 중독 권하는 사회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은 2010년대 초에도 있었어요.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모두가 스마트폰에 흠뻑 빠져든 것.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가 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디지털 디톡스’라는 단어가 새로 추가된 건 놀랍게도 2013년이에요. 당시 이 소식을 전한 신문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어요. “2020년대 중반이면 디지털 디톡스를 전문으로 상담하고 제시해주는 전문가가 신종 직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디지털 디톡스와 도파민이 다시 키워드로 떠오른 건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컸어요. 내가 올린 포스트에 달린 댓글이나 ‘좋아요’, 리트윗 숫자를 확인하러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앱을 열어보기 시작했기 때문.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은 뇌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신호로 작용하고요.
소셜미디어가 애초에 중독을 위해 치밀하게 설계됐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에요. 타인의 관심과 반응을 원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 ‘좋아요’ 숫자가 주는 쾌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만든 저스틴 로젠스타인은 페이스북 같은 앱에 마약인 헤로인과 비슷한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고.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쇼핑 등 다른 분야에서도 앱에 ‘좋아요’ 기능을 넣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사용자를 중독시켜 오래 머물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게 서비스의 목표가 된 것.
‘좋아요’ 말고도 중독을 유도하는 장치는 많아요. 숏폼 영상은 초 단위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해요. 내 관심사와 취향을 놀라울 만큼 자세히 알고 있는 알고리즘은 우리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고요. 아무리 화면을 내려도 끝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한 스크롤’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중독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이런 다양한 장치들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불현듯 디지털 디톡스가 구원처럼 다가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지털 디톡스가 일종의 환상일 수 있다고 말해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와 완전히 헤어지는 건 불가능하고, 며칠짜리 ‘디톡스 캠프’ 같은 처방의 효과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 중요한 건 나를 중독적 행동으로 이끄는 원인과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기분이나 상태일 때 스마트폰을 꺼내 숏폼 영상을 끝없이 넘겨 보는지 돌아보자는 것. 그 유해한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만 있다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좀 더 건강하게 쓸 수 있다는 거예요.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당장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때요?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어둔 채 주변의 풍경이나 사람을 관찰해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 있어도 충분히 괜찮은 경험일 거예요.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니까요. 혹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좀비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며 소름이 쫙 돋을지도 모르고요.
한입 디저트 🍨
가기 전에 가벼운 디저트 한 입 어때요? 편의점 신상부터 화제 동영상까지, 이주의 트렌드를 빠르게 소개해요. (🦔광고 아니슴!)
1. 마라+로제+엽떡= 🤯: ‘마라떡볶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엽기떡볶이가 더 강해진 신메뉴 ‘마라로제떡볶이’로 귀환했어요. 마라 + 로제 + 떡볶이라는 한국인이 환장하는 조합으로 떡볶이 러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고요. #푸드
2. 내 남편과 결혼해 줘: 웹툰 원작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8%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이슈몰이하는 중이에요. 하이라이트 영상이 여러 SNS를 떠돌아다니는 등, 많은 사람들이 ‘빡침+사이다’ 맛으로 챙겨보고 있다고. #드라마
3. 바오 하우스 전격 오픈: 꿈에 그리던 푸바오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바오하우스’가 17일 오픈했어요. 강철원 사육사와 아이바오·러바오의 첫 만남,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만나볼 수 있어요. #전시
4. 아날로그 포토부스, 이터널로그: 유럽 아날로그 감성의 포토부스 ‘이터널로그’가 유행 중이에요. 서울 홍대 한복판에서 흑백 유럽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데, 하루 딱 100장만 촬영 가능해서 아침마다 대기줄이 생긴다고. #사진
5. 마녀배달부 키키 팝업스토어: 추억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의 팝업스토어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었어요.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굿즈와 디저트, 음료가 가득해 ‘지브리 덕후’들이 심장을 부여잡고 실려나가는 중. #팝업
6. 크라임씬 리턴즈의 리턴: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예능’으로 꼽는 ‘크라임씬’이 7년 만에 다시 부활했어요. 샤이니 키부터 IVE 안유진까지, 은은하게 돌아 있는 ‘예능캐’들의 출연이 예정돼 있어 기대를 모으는 중이에요. #예능
뉴니커’s 오더 🛎️
지난주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에서 소개한 ‘맨발걷기’에 대해 뉴닉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
“대전 계족산에 황토길에 유명해서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처음엔 이질적이었지만, 쫀득하고 시원한 감촉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무엇이든 맹신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한 번 경험해 보고 즐길 수 있다면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꽥꽥)
-
“갯벌에서 맨발걷기를 하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맨발걷기가 주는 압력 때문에 염생식물 군락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관계자 인터뷰도 나왔어요. 건강을 챙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맨발걷기 운동은 너무나 환영하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혜원)
오늘 소개한 도파민 중독에 대한 이야기는 어땠나요? 뉴니커들의 경험과 의견을 뉴닉 커뮤니티에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