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생 임명자의 갓생 비결, ‘맨발걷기’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62년생 임명자의 갓생 비결, ‘맨발걷기’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 🍽️]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트렌드 따라가기 벅찰 때 있잖아요. 매주 금요일, 뉴닉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트렌드를 모아서 소개해요. 다정하고 뾰족한 관점과 한 뼘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담아 차린 트렌드 요리 코스 즐기고 나면 세상을 더 다채롭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메뉴
메인 메뉴 🍴: 오늘의 메인 이슈를 소개해요.
TMI 드링크 🍹: 쓸데없지만 흥미로운 TMI를 모았어요.
한입 디저트 🍨: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빠르게 훑어봐요.
뉴니커’s 오더 🛎️: 뉴니커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요.
메인 메뉴 🍴: 62년생 임명자의 갓생 비결, ‘맨발걷기’
삐비비빅!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요란한 알람 소리가 울리자 명자 씨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해요. 알람을 끄고, 기지개를 켜고, 그릭요거트를 먹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 마시며 명상도 하고요. 이제 외출 준비가 모두 끝났네요. 날이 추우니 옷을 단단히 껴입고,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요. 언제든 쉽게 벗을 수 있는 신발과 그걸 담을 주머니, 그리고 뽀송한 맨발 🦶. (🦔: 맨발이라고슴?) 건강하고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임명자 씨의 루틴, ‘맨발걷기’를 하러 갈 시간이거든요.
오늘은 최근 중·노년 세대를 강타한 최고의 트렌드, 맨발걷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첫 번째 요리 🍝: 어느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혹시 요즘 공원이나 산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본 적 있나요? 아니면 부모님이 “내가 요새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는데 말이야...”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은? 혹시 “어 맞아, 나 있어!” 했다면, 놀랍지 않은 일이에요. 요즘 중·노년 세대에서 맨발걷기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거든요. 전국의 공원, 산책로 등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목격되는 것은 물론, ‘맨발걷기 하기 좋은 곳 5선’, ‘전국의 맨발 성지 11곳’ 등을 추천하는 기획 기사들이 우르르 나오기도 했어요.
맨발걷기 운동을 모든 국민에게 확산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단체인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공식 가입자는 벌써 3만 명을 넘어섰어요. 맨발걷기의 효과를 설명하는 책이 쏟아져나오고, 원주에서 열린 ‘제1회 원주맨발걷기축제'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접수 시작 3일 만에 조기 마감되기도 했어요. 한겨울이 돼도 맨발걷기 유행은 사그라들지 않았는데요. 추운 날씨에도 맨발걷기를 하기 좋은 ‘혹한기 맨발걷기 명소’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고.
여러 지자체들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자 유행에 한층 더 불이 붙었어요 🔥. 여기저기서 앞다퉈 맨발걷기 전용 흙길을 새로 만들기 시작하더니, 작년 11월 기준 전국에 230곳이 넘는 맨발걷기 전용 길이 운영되고 있다고. 포항시는 “맨발걷기하기 좋은 최고의 도시, 포항!” 하며 (문자 그대로)발 벗고 적극 홍보에 나섰고, 부산시는 사람들이 해변에서 맨발걷기하다 발을 다치지 않도록 일부 해안가에서 아예 낚시를 금지하기도 했어요.
아예 ‘맨발걷기 조례’를 만드는 곳도 많아요. 부산·포항·울산·경주·인천·고양 등 ‘맨발걷기 문화 확산’을 위해 새로운 조례를 발의·통과시키는 곳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것. 여기에는 단순히 맨발걷기를 하기 좋은 흙길을 만드는 내용뿐 아니라,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교육·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공원을 새로 만들 땐 맨발걷기용 길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도 등도 담겼다고.
‘맨발족’들은 맨발걷기를 하면 혈액 순환도 잘 되고, 면역체계도 좋아지고, 전신의 근육들이 말랑해져서 암·고혈압에도 효과가 좋다고 말해요. 건강도 챙기고 자연과 교감도 하고, 일석이조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 그런데 혹시, 혹시 말이에요. 이 맨발걷기 유행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두 번째 요리 🍲: 맨발걷기의 (비)과학
이렇게 핫한 맨발걷기,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건 아니에요. 외국에서도 맨발걷기는 몇 년 전부터 특이한 사회 현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거든요. 영어로는 어싱(earthing), 혹은 그라운딩(grounding)이라고 하는데요. 2022년도 기준 틱톡에 #earthing, #grounding을 검색하면 각각 6600만 개, 1억 9000만 개의 동영상이 검색될 만큼 인기가 엄청났어요. 지금도 “어싱이 내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어요!”라는 내용의 영상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요.
어싱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한 단체도 있어요. 단체 이름 역시 ‘어싱’인데, 책도 여러 권 내고, 1시간 15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고. 이 단체의 창립자는 클린턴 오버(Clinton Ober)라는 백인 남성인데요. 건강 악화로 고생하던 어느 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벼락같이 어싱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세상에! 사람들이 땅과 분리되어서 고통을 겪고 있잖아!” 그 뒤로 맨발로 땅과 연결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단체를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클린트 씨의 주장이 모두를 설득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어싱의 효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거든요. 음모론과 유사과학을 각 잡고 파헤치기로 유명한 과학 교양 잡지, ‘스켑틱(skeptic)’은 어싱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기도 했어요. 기사의 내용은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어싱은 말도 안 되는 유사 과학이다!”
어싱 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싱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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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자유전자를 흡수해야 한다. 자유전자 없이는 우리 몸속의 해로운 활성산소와 균형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싱을 통해 지구 속을 흐르는 자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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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이 내뿜는 해로운 전자파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전자파는 우리 몸의 흐름을 방해한다. 어싱은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다.
기사는 이런 주장이 “몽땅 틀렸다”며 한 줄 한 줄씩 비판하는데요. 우선 우리 몸은 새로운 전자를 흡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전자파가 우리 신체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증거도 없고, 혹여 진짜 방해한다 해도 어싱이 그걸 막아준다는 근거는 없다는 거예요.
어싱족들이 “어싱은 과학 그 자체야!”라며 자주 언급하는 논문이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기사는 “아니, 완전 비과학 그 자체야” 반박해요. 우선 제대로 된 국제 학술지에 실린 논문도 아니고, 정상적인 실험 과정을 하나도 거치지 않았으며, 실험 결과도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 또 어싱 관련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회사의 대표들이 후원을 했다는 점도 논문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요.
문제는 이런 어싱족들의 주장이 우리나라 맨발족들 사이에서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거예요. “맨발걷기를 하면 지구의 자유전자를 흡수할 수 있고, 그러면 해로운 전자기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게 돼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맨발걷기 관련 사업에 우리가 낸 세금이 쓰이고 있는 셈이고요.
유사과학 문제가 아니더라도, 의학 전문가들은 맨발걷기가 누구에게나 보약이 되는 건 아니라고 경고해요. 맨발로 걸어 다니다 날카로운 유리조각 등을 밟으면 다칠 수도 있고, 파상풍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 여러 균에 노출돼 면역력이 약한 당뇨병 환자, 암 환자 등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걷기 자체가 좋은 운동인 만큼 많이 걷는 건 좋지만, 반드시 ‘맨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맨발걷기. 꼭 맨발로 걷는 게 아니더라도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다양하잖아요.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나만의 진정한 ‘갓생 비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입 디저트 🍨
가기 전에 가벼운 디저트 한 입 어때요? 편의점 신상부터 화제 동영상까지, 이주의 트렌드를 빠르게 소개해요. (🦔광고 아니슴!)
1. 윌리 웡카 팝업 스토어: 영화 ‘웡카’가 개봉 전부터 인기예요. 얼마 전 문을 닫은 팝업에는 8만 명 넘게 몰렸고, 굿즈도 나오자마자 매진되는 중이라고. 주인공 웡카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가 리얼하게 구현된 미디어 아트가 공개된 특별전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2. 꿈에서도 부를 그 이름, 핑크 스탠리 텀블러: 스타벅스·스탠리·대형 마트 타깃이 콜라보한 핑크색 텀블러가 미국에서 유행 중.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오픈런을 뛰고, 어린아이들이 스탠리 텀블러를 선물 받고 우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등 완전 미친 인기몰이 중이라고.
3. 행운버거, 맥도날드, 그리고 NCT 도영: 맥도날드가 연말·연초에 판매하는 한정 메뉴 ‘행운버거’ 때문에 오픈런이 벌어졌어요. 행운버거 찐팬으로 유명한 NCT 도영의 엽서 3종 + 기부증이 포함된 행운버거 스페셜팩이 출시됐기 때문. 행운버거 모델로 발탁된 도영은 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어요.
뉴니커’s 오더 🛎️
지난주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에서 소개한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뉴닉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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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플레이브를 좋아해서 생카(생일카페)에 갔는데 진짜 아이돌 생일카페처럼 꾸며놔서 좋았어요!” (박식한다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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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아이돌 콘서트를 한다고 길거리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처음에 애니메이션 광고인 줄 알았어요. 어느 날부터 유튜브 뮤직을 듣다가 귀에 꽂힌 음악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돌 음악이더라고요! 노래가 신나고 중독성 있어서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약간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겼어요.” (우주이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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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뒤에는 아직(?)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버추얼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나 봐요 ㅠㅠ” (리아)
오늘 소개한 맨발걷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땠나요? 맨발걷기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뉴닉 커뮤니티에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