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사극의 오래된 미래, ‘고려거란전쟁’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정통 사극의 오래된 미래, ‘고려거란전쟁’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 🍽️]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트렌드 따라가기 벅찰 때 있잖아요. 매주 금요일, 뉴닉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트렌드를 모아서 소개해요. 다정하고 뾰족한 관점과 한 뼘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담아 차린 트렌드 요리 코스 즐기고 나면 세상을 더 다채롭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메뉴
메인 메뉴 🍴: 오늘의 메인 이슈를 소개해요.
TMI 드링크 🍹: 쓸데없지만 흥미로운 TMI를 모았어요.
한입 디저트 🍨: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빠르게 훑어봐요.
뉴니커’s 오더 🛎️: 뉴니커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요.
메인 메뉴 🍴: 정통 사극의 오래된 미래, ‘고려거란전쟁’
“요즘 넷플릭스에서 뭐 봐?” 친구들끼리 자주 하는 질문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그동안 아껴놓은 나만의 소중한 영화·드라마 리스트를 공유해주는 것도 큰 재미고요. 그런데 최근에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고려거란전쟁.” (“뭐라고?”, “고려거란전쟁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KBS가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의지를 불태우며 갖고 돌아온 정통 사극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최근 엄청 화제거든요.
첫 번째 요리 🍝: 정통 사극의 화려한 귀환
“정통 사극의 화려한 귀환”. 요즘 ‘고려거란전쟁’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에요. 11월 11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5.5%를 찍더니, 6화 방영 이후에는 7.8%까지 올랐어요. “엄마 아빠 세대만 보는 거 아니야? 🤷”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20세~49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2049 시청률’ 집계 결과 20대~40대 시청률이 1화 1.2% → 4화 2.6%로 단숨에 2배 넘게 올랐거든요. 요즘 잘 나가는 간판 예능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서도 입질이 오고 있어요. 방영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돼서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한 거예요. “지상파 정통 사극 최초 넷플릭스 동시 제공!”으로 주목을 끌더니, 기세를 몰아 정통 사극 최초 국내 시리즈 부문 1위라는 기록도 거머쥔 것. 원래 사극을 좋아하던 중장년층 외에도 다양한 세대가 ‘고려거란전쟁’을 보고 있다는 것.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두 번째 요리 🍲: 분명 아는 그 맛인데 조금 새로운 정통 사극의 맛
‘정통 사극 실종 시대’. 몇 년 전부터 나왔던 말이에요. 최근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정통 사극이 제작되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시대극이라 간접광고(PPL)를 받기도 어렵고, 제작비도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정통 사극의 시청률이 30%는 가뿐히 넘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유튜브·OTT 등이 등장하며 TV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고요.
정통 사극의 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퓨전 사극’들이었어요. 21세기를 살아가던 한 남성이 어느 날 눈을 뜨니 조선시대 중전(신혜선 분)이 되었다는 설정의 ‘철인왕후(tvN)’,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김혜수 분)의 고군분투 과정을 코믹하게 다룬 ‘슈룹(tvN)’이 대표적이었고요.
“너무 가볍고, 고증도 다 틀리고, 이게 뭐야... 🙁” 하는 반응도 일부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퓨전 사극 유행이 ‘고려거란전쟁’ 유행의 초석을 깔아줬다는 분석도 있어요. 퓨전 사극이 유행하면서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게 정통 사극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는 거예요.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고려거란전쟁’의 인기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는 것.
‘익숙하지만 뭔가 색다른 맛’을 잘 살렸다는 것 또한 ‘고려거란전쟁’의 인기 요인으로 꼽혀요. 정통 사극의 본질을 챙겨서 기존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한편,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거예요. 억지 로맨스·개그 요소를 싹 빼고, 그 자리를 철저한 고증으로 채웠다는 점도 대표적인 호감 포인트인데요. 궁궐 등의 세트장은 물론, 주인공들의 머리 모양과 의복, 심지어는 적국인 거란의 의복까지 ‘미친 디테일’을 자랑한다고.
스피디한 스토리 진행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데요. 기존의 사극이었다면 최소 10화~20화 동안 이어졌을 사건과 갈등이 한두 화 만에 정리되고, 다음 스토리를 향해 거침없이 팍팍 치고 나간다는 것. 여기에는 총 32부작이라는, 사극치곤 상당히 컴팩트한 구성도 영향을 미쳤고요.
특수효과를 아낌없이 팍팍 써서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주는 것도 큰 특징이에요. 1화부터 두 나라 군대가 드넓은 벌판에서 엄청난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더니, 지난 6화 흥화진 전투 장면에서는 불붙은 화살이 성벽에 우두두 날아와 꽂히는 등, “이게 고려거란전쟁이야 왕좌의 게임이야...? 👀” 싶은 장면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던 것. 귀주대첩 장면을 찍기 위해 야외에 초대형 크로마 세트장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는데요. 드라마의 퀄리티를 위해 회당 약 8억 4000만 원, 총 27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나요?
화려하게 변신해서 돌아온 정통 사극에 대한 오늘의 트렌드 다이닝, 어땠나요? 해가 갈수록 영화·드라마의 포맷도 다양해지고,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고퀄리티 대하극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은 ‘고려거란전쟁’ 정주행하면서 집에서 뒹굴뒹굴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입 디저트 🍨
가기 전에 가벼운 디저트 한 입 어때요? 편의점 신상부터 화제 동영상까지, 이주의 트렌드를 빠르게 소개해요. (🦔광고 아니슴!)
1. CU 라면 백화점: CU가 업계 최초 ‘라면 백화점’을 오픈했어요. 국내외 인기 봉지라면 105종과 컵라면 120종을 합쳐 총 총 225종을 구비한 ‘라면 특화 편의점’을 연 건데, 현장에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즉석조리기도 준비되어 있다고.
2. 뜻밖의 쇼펜하우어 유행: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인생은 고통이다’ 류의 염세적인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데, 자기계발서의 영혼 없는 위로에 지친 사람들이 ‘이게 바로 팩폭’이라며 쇼펜하우어의 어록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있는 것.
3. ‘듄 2’ 개봉, 그리고 듄친자들의 귀환: 2021년 아이맥스 대란을 일으켰던 영화 ‘듄(Dune)’의 속편 국내 개봉 일정이 내년 2월로 확정됐어요. 그리고 이 소식에 잠들어 있던 ‘듄친자들’ 또한 깨어나 다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각 영화관에서는 이들을 위해 ‘듄 1’을 재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뉴니커’s 오더 🛎️
지난주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을 읽고 뉴니커들이 공유해준 ‘다이소 최애탬’을 몇 개 소개해요.
1. “2000원짜리 헤어 브러쉬 클리너. 헤어빗에 남아있는 머리카락 이걸로 긁어주면 다 빠지슴!” (@윤이버스)
2. “다이소에서 산 털실 🧶. 1000~2000원대 폭닥폭닥한 재질이 많아 올겨울 취미로 삼기 딱 좋아요!” (@김젼밥튀김)
이번 주 ‘고슴이의 트렌드 다이닝’은 어땠나요? ‘고려거란전쟁’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뭔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면 뉴닉 커뮤니티에 와서 공유해주세요. 내 최애 캐릭터는 누군지, 좋아하는 이유는 뭔지 얘기해 보는 것도 좋고요. (🦔: 많이 놀러오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