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드아웃 서비스 종료·범고래 덩크 가격 하락, '한정판 리셀 시장'은 정말 끝난 걸까 👟🤔

솔드아웃 서비스 종료·범고래 덩크 가격 하락, '한정판 리셀 시장'은 정말 끝난 걸까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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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한정판에 관심 많나요? 저는 매일 쇼핑 앱을 들여다보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씩 꼭 갖고 싶은 게 생기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기대 없이 응모 버튼을 눌러 보는 정도였는데요. 그래서 ‘리셀’이라는 이름으로 패션 아이템이나 소품이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리셀 앱에 들어가 보니 주식시장처럼 실시간 가격 변동도 보여 주고, 사고팔 수 있는 물건도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옷이나 신발부터 트레이딩 카드나 피규어까지, ‘이런 것도 시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리셀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무신사는 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솔드아웃(soldout) 서비스를 종료하고, 중고거래에 더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네이버 크림(KREAM)도 2021년 말부터 지금까지 완전 자본잠식 상태고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크림 측은 리셀에서 ‘취향 거래’로 방향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분야에서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어요. 한때 새로운 세대의 거래 문화로도 주목받던 한정판 리셀 시장은 왜 지금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올까요? 사람들이 한정판을 바라보는 시선과 거래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주식시장처럼 뜨겁던 리셀 시장, 왜 하락세일까?

한정판 리셀은 정해진 수량만 나온 제품에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거래를 말하는데요. 처음엔 소수 마니아들 사이의 문화에 가까웠어요. 2005년 나이키가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만든 '피죤 덩크'는 전 세계에 150켤레만 풀렸는데, 이 신발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흘 전부터 눈 속에서 줄을 서는 바람에 경찰까지 출동했을 정도였죠. 이런 거래가 하나의 시장으로 커진 데에는 2016년 문을 연 스탁엑스(StockX)의 영향이 컸어요. '물건의 주식시장'을 내걸고, 한정판 제품 시세를 주식 차트처럼 보여 주며 진품 검수까지 맡은 거죠. 개인적으로만 이뤄지던 한정판 거래를 온라인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반응을 얻으면서, 스탁엑스는 3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았어요. 동시에 리셀도 하나의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우리나라에서도 리셀 문화가 의외로 역사가 오래됐는데요. 2000년대 초부터 압구정과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한정판 웃돈 거래가 일상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처럼 판이 크게 커진 건 2020년 전후인데요. 2019년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가 함께 만든 ‘파라노이즈’가 발매가의 100배 넘게 오르며 큰 화제가 된 게 신호탄이 됐어요. 2020년엔 크림과 솔드아웃이 연달아 문을 열며 리셀 문화를 대중화했고, 운동화를 주식처럼 사고판다는 '스니커테크(스니커+재테크)'라는 말까지 생겼어요. 인기가 높아진 만큼 한정판을 싹쓸이해 비싸게 되파는 부작용도 커졌는데요. 나이키 한정판 응모의 절반 가까이가 매크로 프로그램이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런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는데요. 2021년 평균 23% 올랐던 스탁엑스 인기 운동화 100여 종의 가격은 2022년 들어 7% 떨어졌고, 2023년 초부터는 국내에서도 운동화 리셀 시장이 식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KT의 ‘리플’, 한화의 ‘에어스택’ 등 경쟁적으로 생긴 리셀 플랫폼들도 사업을 접었고, 스탁엑스도 올해 국내 검수센터를 닫았죠.

살아남은 크림은 리셀의 중심을 스니커즈 밖으로 옮기고 있어요. 브랜드 입점을 받고 피규어와 공연 티켓, 트레이딩 카드, 테크 기기, 리빙 용품까지 거래 품목을 확대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2024년 거래액 절반을 차지하던 스니커즈 비중은 2025년 37%로 줄었어요. 반면 트레이딩 카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작년 대비 200배 넘게 늘었고요. 크림은 IP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어요.

명품과 한정판 리셀 시장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경기 악화가 가장 많이 언급돼요.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주식과 코인 시장까지 침체되면서, 명품과 한정판에 대한 구매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거죠. 여기에 플랫폼들의 가품과 검수 문제가 계속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고요. 업계에서는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한정판을 출시하면서 공급 자체가 늘어났고, 리셀의 핵심 원동력인 희소성도 떨어졌다고 보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분석과 달리 움직이는 물건들도 있어요. 스와치의 ‘문스와치’ 시리즈가 대표적인데요. 2022년 스와치가 오메가와 함께 33만1천 원에 내놓은 문스와치는 한정판이 아니었는데도 출시 첫날 런던 매장이 인파 때문에 문을 닫았고, 국내 리셀 플랫폼에선 18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어요. 이후 블랑팡과 만든 시계를 거쳐 올해 5월 오데마 피게와 만든 시계까지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줄이 이어졌는데요. 57만 원짜리 오데마 피게 협업 시계는 크림에서 357만 원에 거래됐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제지하느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어요. 명품 업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보이는데요. 지난해 LVMH와 케링의 매출이 줄어드는 동안 에르메스는 매출이 8.9% 늘었고, 정가가 2,500만 원대인 버킨백은 리셀 시장에서 4,000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요. 리셀 시장이 하향세라고 하는데, 왜 브랜드별로 이렇게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걸까요?


불황에도 줄 서서 사는 물건은 ‘브랜드가 약속을 지킨 결과’다

언젠가 제가 정말 사고 싶던 브랜드의 한정판을 사려고 굳이 매장까지 찾아가던 때를 떠올려 봤어요. 예전부터 좋아하던 브랜드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팬이던 연예인이 멋지게 코디해서 마음이 끌린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정해진 수량만 만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었어요. 동시에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매력도 느껴졌고요. 지금 리셀 시장이 침체기라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한정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브랜드가 한정판에 담은 말을 그 뒤의 행동으로도 지켜 왔다는 거죠.

문스와치와 이후 이어진 스와치의 콜라보들이 좋은 예인데요. 스와치는 처음부터 오메가와 협업하면서 한정판이 아니라고 밝혔어요. 이후 블랑팡, 오데마 피게와 콜라보할 때도 “몇 달 동안 계속 판매될 예정”이라며 같은 원칙을 지켰죠. 그래서 리셀 웃돈은 금세 빠졌지만, 문스와치 시리즈는 지금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특히 오메가와 함께한 제품들은 오메가 매장 매출까지 크게 끌어올릴 정도였죠. 

에르메스는 기계 대신 장인의 손으로,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걸 핵심 약속으로 지켜왔어요. 버킨백 하나에 장인이 15~20시간 넘게 매달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도 에르메스는 감당 가능한 만큼만 장인들을 양성하며 생산량을 천천히 늘려 왔어요. ‘희소성도 마케팅 아니냐’는 질문에 에르메스의 피에르 알렉시 뒤마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가 “에르메스에는 마케팅 부서가 없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요즘은 에르메스도 예전만 못하다는 뉴스도 나오지만, 장인들이 수제로 만드는 제품들은 오히려 매출이 더 늘었어요. 버킨백 역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명품의 대명사고요. 스와치는 ‘세계 최고의 시계 회사들과 함께한 제품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에르메스는 뒤마 디렉터의 “멀리 가고 싶다면 빨리 갈 수 없다”는 선언으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온 거죠. 이처럼 한정판이라는 제품에 어떤 가치를 왜 부여했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꾸준히 지켜왔는지 보여준 브랜드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줄 세우고 있어요. 


반면 나이키는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은 브랜드예요. 2000년대만 해도 나이키는 한정판 생산을 철저히 통제하던 브랜드였어요. 프랑스 화가의 그림을 입힌 2003년 ‘파리 덩크’는 202켤레만 생산해 60달러에 판매했는데, 2022년엔 8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나왔죠. 이듬해에 나온 런던 덩크, 도쿄 덩크도 정해진 수량만 만들었고요.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는 분명히 한정판인 덩크까지 거의 매주 새로운 색상과 협업 모델을 쏟아냈어요.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OFF WHITE)와 함께 만든 제품은 색상만 50가지가 넘었고요. 당시 CEO는 이를 '대규모 한정판'이라고 부르며 홍보했죠. ‘범고래’라고 불리는 ‘판다 덩크’도 거의 매달 매대에 채워졌어요.

한정판이 더 이상 한정판이 아니게 되면서, 덩크의 인기도 빠르게 떨어졌어요. 한때 50만 원 가까이 하던 범고래 덩크는 이제 발매가보다 싼 8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어요. 2024년엔 매장에 나온 덩크 전체로 보면 넷 중 셋이 재고로 남았죠. 2022년 나이키코리아가 리셀 목적 구매를 금지하자 "판 다 깔아주고 이제와서 금지하냐"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추첨과 한정 판매로 리셀을 부추긴 브랜드가 이제 와서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린다고 느꼈기 때문이었겠죠. 물론 경기 영향도 있었겠지만, 브랜드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예요. 


한정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어요. 리셀테크가 유행하면서 ‘얼마에 되팔 수 있는가’로 평가받던 것에서 다시 ‘내가 좋아해서 꼭 가지고 싶은 물건’으로 돌아오고 있는 거죠. 요즘 스니커즈는 되팔기보다 모으고 신으려고 산다는 분석이 나오고, 올해 상반기 크림에서도 포켓몬과 원피스 같은 팬덤 아이템이 거래를 이끌었거든요. 스포츠 업계에선 한정판 유니폼이 “팬덤의 애정을 표현하는” 물건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요. 

결국 지금 리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몰락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같았던 브랜드의 물건만 남는 과정이 아닐까요?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줄이 생기던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브랜드가 한정판에 담은 이야기를 얼마나 끝까지 지키는지가 그 물건의 인기를 정할 거예요. 뉴니커에게도 경기와 상관없이 기다려서라도 갖고 싶은 물건이 있나요? 있다면 리셀 시세보다 그 브랜드가 지난 한정판들을 어떻게 다뤄 왔는지 먼저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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