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 게임’ 로블록스에 2030세대가 빠진 이유: 로블록스 클럽부터 무신사 팝업 오픈런까지 🧱

‘초통령 게임’ 로블록스에 2030세대가 빠진 이유: 로블록스 클럽부터 무신사 팝업 오픈런까지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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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혹시 로블록스 플레이해 본 적 있나요? 저는 주로 콘솔 게임기로 하는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로블록스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핫한 게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며칠 전부터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로블록스 클럽 체험기’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는 스트리머 침착맨도 ‘말로만 들어봤던 로블록스의 세계’를 구경하러 들어갔고요. 한때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던 로블록스에서 요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20대, 30대는 왜 이곳을 찾기 시작한 걸까요?


‘초통령 게임’ 로블록스에 2030세대가 모이기 시작했다

로블록스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던 미국의 두 엔지니어가 2004년에 처음 만들었어요. 두 창업자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원하는 물리 현상을 직접 만들어서 테스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사용자가 스스로 원하는 걸 만들고,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아이디어를 많은 시행착오 끝에 구현한 게 로블록스였죠. 

그렇게 2006년 출시된 로블록스는 2년 후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로블록스 스튜디오’ 런칭을 계기로 게임업계에서 주목받고,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로벅스(Robux)라는 로블록스만의 화폐를 통해 유저들에게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 계기를 제공했죠. 이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메타버스가 주목받으면서, 로블록스는 ‘현실 대신 모일 수 있는 공간’의 역할까지 하게 됐어요. 2021년에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이 5000만 개를 넘었고, 뉴욕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 380억 달러를 기록했죠. 2024년에는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의 연간 수익이 10억 달러를 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지사를 세운 후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는데요. 디지털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크기에, 로블록스에게 한국은 아시아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장이었어요. 이후에도 꾸준히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고 온라인 방송 플랫폼과도 협력하며 존재감을 키워왔죠. 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고,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초통령 게임’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런 로블록스가 올해 8월 들어 2030세대의 SNS 피드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큰 계기는 크리에이터 ‘밤으깡’의 영상이었는데요. ‘더 코너’라는 게임에서 초등학생 플레이어 ‘햄토리’를 만나 친구가 되고 어울리는 모습이 인스타그램에서 100만~4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이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퍼지서 “주변에서 로블록스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20대도 생겼고, SNS에서 퍼진 말랑이 ASMR 맵을 보고 들어왔다가 여자친구와 함께 즐기게 됐다는 30대 직장인도 등장했죠.

특히 로블록스 속 클럽이 2030세대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진짜 클럽처럼 DJ가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관리하는 가드도 있고, 사람들이 각자 꾸민 아바타로 춤 실력을 뽐내는데요. 그중에서도 ‘미드나잇 플라자’라는 콘텐츠가 특히 유명해요. 한 공간(서버)에 최대 70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아직 정식 출시 전 시험 버전인데도 누적 방문 횟수가 380만 회를 넘었어요. 춤을 추면서 포인트를 쌓고, ‘비기너’부터 ‘플라자 갓’까지 레벨을 올리는 재미도 있죠. 

SNS에서 시작된 인기는 성수동 거리까지 번졌어요.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12일까지, 로블록스가 무신사와 함께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 ‘마이 라이프 위드 로블록스(My Life with Roblox)’를 열었는데요. 매장 곳곳에서 보물찾기 같은 로블록스 테마 액티비티를 운영하고, 협업 굿즈도 판매했어요. 첫 주말에만 1만 명 넘게 다녀갔고,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오픈런 줄이 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죠. 로블록스 측은 이 협업이 ‘2030세대를 타깃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도 많았어요.

사실 해외에서는 몇 년 전부터 로블록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어요. 이미 2022년에 일일 이용자의 38%가 17세 이상이었고,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연령대도 17~24세였거든요. 올해 1분기에는 하루 평균 1억 3200만 명이 로블록스에 접속했는데, 그중 4분의 1이 성인이었어요. 매출도 1년 전보다 39% 늘어난 14억 달러를 기록했고요. 나이 확인을 마친 이용자로 좁혀 봐도 13세 이상이 약 3분의 2를 차지해요.

이런 변화에는 로블록스의 적극적인 행보도 한몫했어요. 로블록스는 2023년 6월 17세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게임을 허용했고, 이듬해에는 아바타 패션 대결을 벌이는 ‘드레스 투 임프레스’로 성인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로블록스를 해 왔다는 한 미국 대학생은 이 게임 덕분에 “(20대에도 로블록스를 즐긴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쓰기도 했고요. 지금 미국에서는 18~34세 이용자가 매년 50% 넘게 늘고 있는데, 이들이 로블록스에 쓰는 돈도 18세 미만 이용자보다 50% 많아요.

로블록스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플레이할 수 있고, 음성 채팅으로 친구들과 떠들며 놀 수도 있고, 무엇보다 무료라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로블록스라는 게임 자체가 그래픽이 뛰어나거나 한 건 아니에요. 로블록스 측에서도 올해 성인 이용자를 겨냥해 더 깊이 있고 개성 있는 그래픽의 게임을 늘리겠다고 나섰을 정도죠. 앱은 무료라도 아바타를 꾸미려면 로벅스라는 유료 화폐를 따로 사야 하고, 무엇보다 2030에게는 유튜브, OTT, SNS처럼 즐길 거리가 이미 차고 넘쳐요. 그런데도 왜 이런 것들을 제쳐 두고, 돈까지 쓰면서 로블록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까요?


로블록스는 몇 안 남은 ‘놀기만 하면 되는’ 놀이터다

로블록스를 찾는 2030세대의 삶은 복잡해요. 지난 6월 한 조사에서 20대의 70%, 30대의 67%가 자신의 삶이 복잡하다고 답했는데요. 응답자들은 그 원인으로 인간관계, 하루 종일 쏟아지는 알림과 정보, 회사나 학교와 가정에서 뒤섞인 역할을 들었어요. 이렇게 하루가 온갖 자극과 신경 써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길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많아진 건 맞아요. 하지만 그런 커뮤니티들의 핵심은 결국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거죠. 우연하고 부담 없는 연결을 메시지로 내세우지만, 내 나이나 직업, 외모, 취향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로블록스는 이런 ‘필터’를 끄고 온전히 놀기만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원하는 게임에 들어가서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고 재밌게 놀기만 하면 되거든요. 미드나잇 플라자만 해도 그래요. 금요일 밤이면 지금 클럽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글이 올라오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달라고 했다가 세 번이나 거절당한 끝에 성공했다는 후기도 나와요. 춤을 잘 못 춰도 다른 사람 아바타와 ‘싱크’하면 같은 춤을 따라 출 수 있고, 기본 아바타로 처음 들어갔다가 아무도 곁에 안 와서 혼자 남은 사람도 “치이카와를 사면 껴줄까”라며 웃어넘겨요. 입구에서 가드가 ‘수질 관리’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 어색한 순간도 여기서는 다 같이 웃고 영상으로 남기는 놀이 소재가 되고요.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가 일상과 구분된 ‘매직 서클(마법의 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진다고 봤어요. 이 개념을 연구해 온 핀란드 게임학자 야코 스텐로스 역시 원 안에 들어온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약속이 있다고 보았는데요. 바깥 세상의 동기나 개인적인 사연을 놀이 안으로 가져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는 사람들이 이 약속을 믿을 때 평소라면 어색하거나 이상하다고 여길 일에도 과감하게 빠져든다고 설명했어요. 로블록스 클럽에서 어색한 순간까지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이 약속 덕분이에요. 게임을 켜는 순간 나이, 직업, 평소 나를 재던 기준은 밖에 두고, 오늘 이 클럽에서 어떻게 놀지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하위징아는 이렇게 만들어진 놀이 공동체가 게임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고 봤어요. 특별한 상황 속에서 ‘함께 떨어져 있다’는 느낌, 평소의 규범에서 벗어나 중요한 무언가를 나눴다는 감각은 게임이 끝난 뒤에도 유지된다는 거예요.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에 쉽게 지치는 요즘, 2030이 로블록스에서 얻는 건 바로 이런 감각일 거예요. 유튜브나 OTT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면, 로블록스는 누군가와 직접 어울려 노는 즐거움을 주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자기도 모르게 재고 따지게 된 요즘, 로블록스는 사회적 필터를 끄고 오로지 노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에요. 그곳에서는 “야, 같이 놀자” 한마디면 충분하니까요. 뉴니커에게는 필터를 끄고 오로지 놀기만 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오프라인에서도 로블록스처럼 정말로 순수하게 노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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