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추락: 호카·온·살로몬이 주목받는 사이 나이키가 놓친 것 👟

나이키의 추락: 호카·온·살로몬이 주목받는 사이 나이키가 놓친 것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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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요즘 어떤 운동화를 신고 있나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운동화 하면 나이키지’라고 생각했는데요. 언젠가부터 길거리를 걷다 보니 낯선 운동화 브랜드들이 많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나이키가 줄어든 건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올해 상반기 국내 러닝화 검색에서 브랜드별 점유율은 호카가 24%로 1위, 아식스가 19%로 2위였어요. 나이키는 16%로 3위에 그쳤고, 얼마 전 미국 대표 기업 100곳을 모은 주가지수에서 나이키가 18년 만에 빠진다는 소식도 크게 화제가 됐고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든 브랜드들은 나이키와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평생 파트너까지 쓴소리를 하는 나이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7월, NBA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한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에요. 그는 2003년에 열여덟 살의 나이로 나이키 모델이 됐고, 2015년에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평생 모델 계약에 사인했는데요. 그렇게 브랜드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꺼낸 거죠. 그는 마이클 조던과 함께 농구화의 개념을 바꾼 에어 조던(Air Jordan)을 개발한 도전 정신, 30주년 모델로 미식축구 경기에서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1인 시위로 큰 화제가 된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모델로 기용하는 과감함 등 나이키의 ‘Just Do It’ 정신이 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어요. 한때 모두가 세계 최고로 인정하던 나이키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현재 나이키가 처한 상황은 심각해요. 당장 이번 달 21일부터 대표적인 미국 주가지수인 S&P100에서 퇴출되거든요. 실적도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9.7%, 순이익은 45.5% 감소했고요. 나이키에 대한 이런 부진 우려는 2024년 여름, 분기 매출이 10% 이상 크게 꺾이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는데요. 나이키는 32년간 나이키에서 일한 베테랑을 새로운 CEO로 임명하고 현지 스포츠팀 투자 강화, 프리미엄 가격 정책, 재고 관리 개선 등 여러 해결책을 도입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부활’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와요. 핵심 시장인 중국 매출은 8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줄어들고만 있거든요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신발 시장 자체는 오히려 커지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러닝 열풍에 힘입어 러닝화가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캐주얼 운동화, 스포츠화 등 시장도 같이 성장 중인데요. 이런 성장은 각자 뚜렷한 개성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들이 이끌고 있어요. 두툼한 쿠션으로 장거리 러너들에게 호평받은 호카(Hoka), 프랑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트레일 러닝에 강한 살로몬(Salomon), 착지 충격을 줄이는 기술에 깔끔한 디자인을 더한 온(On), 비싼 가격에도 트레일 러닝화 하나로 이름을 알린 캐나다의 노다(Norda) 같은 브랜드들이 대표적이죠. 

이 브랜드들은 최근 러너들이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진출하고 있는데요. 호카는 지난해 국내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했고, 온은 벌써 브랜드 매장 2개를 열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살로몬, 노다도 각각 패션 애호가들과 트레일 러닝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고요. 반면 나이키는 글로벌 스포츠화 시장 점유율이 3년 연속 감소했고, 한국에서도 실적이 좋지 않아요. 지난 2023년 스포츠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넘겼다가 2년 만에 1조 원대로 돌아왔거든요.

이런 나이키의 부진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두 가지가 특히 자주 언급돼요. 첫 번째는 소비자 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D2C) 전략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도매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거예요. 2010년대 후반 스니커즈 열풍을 본 나이키가 ‘직접 고객들과 연결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전략에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는 거죠. 두 번째 원인으로는 생산량을 늘리고 할인을 확대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스스로 희석시켰다는 게 꼽혀요. 코로나19 시기 리셀 시장의 과열을 지켜본 나이키는 스테디셀러를 더 많이 제작하는 식으로 대응했어요. 이 과정에서 에어포스 1, 덩크 등 브랜드 대표 제품들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옅어진 거죠. 이 둘의 뒤를 이을 만한 대표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하지만 나이키가 마냥 손을 놓은 건 아니에요. 2024년 10월에는 32년 동안 나이키에서만 일한 베테랑을 새 CEO로 임명하고, 비즈니스와 브랜딩 전략 전반을 다시 쓰는 강수를 뒀는데요. 이를 통해 도매 매출이 6% 증가하고, 러닝 부문에서도 5개 분기 연속 성장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죠.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분위기에요. 글로벌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는 지난 6월 실적에 대해 “조직 재정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이다”라고 짚었고, JP모건은 나이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췄거든요. 나이키가 브랜드 전략을 통째로 바꿀 정도로 고군분투 중인데도 계속 고전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멈추지 않고 묻는다

앞에서 언급한 잘 나가는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선언하고, 그 방향성을 계속해서 알린다는 거죠. 온은 프로 철인 3종 선수가 계속 부상에 시달리면서 몸에 무리가 덜 가는 러닝화를 직접 만들면서 시작됐어요. 정원용 호스를 잘라 신발 밑창에 붙여 시제품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대표 제품 ‘클라우드텍’이 됐죠. 이후에도 온은 ‘기술을 활용해 더 편한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메시지를 지켜오고 있어요. 2024년 로봇을 이용해 양말처럼 편한 신발을 찍어내는 '라이트스프레이' 기술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죠. 

살로몬은 1947년 프랑스 알프스의 작은 철공소에서 시작해 산에서 뛰는 사람들을 위한 장비를 만들어 왔는데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제품을 브랜드가 문을 연 곳의 디자인 센터에서 직접 개발하고 있어요. 다양한 지형을 고려해 밑창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요. 호카는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내리막길을 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다칠 걱정 없는 운동화’라는 이미지를 굳혀 왔죠. 

나이키는 사실 이런 브랜딩 전략을 선도적으로, 가장 잘 구사해 온 브랜드였어요. 1988년 광고에는 유명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매일 27km를 달리는 80살의 아마추어 러너를 모델로 기용했어요. ‘일단 해(Just Do It)’라는 브랜드 정신이 도전하고 싶은 모두를 위한 메시지라는 점을 강렬하게 각인시킨 캠페인이었죠. 이후에도 나이키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다양하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파해 왔어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나의 불가능을 넘어서자’ 광고 시리즈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한계는없다’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한 챌린지 이벤트를 열었어요.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러닝을 컨셉으로 한 매장을 열어 트레드밀에서 신발을 직접 신고 뛰어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요. 이처럼 나이키는 브랜딩 메시지를 기억에 남기는 캠페인부터 러닝 커뮤니티, 컨셉 매장까지 오랫동안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왔어요. 지금 잘 나가는 브랜드들도 어떤 식으로든 나이키에게 배운 게 있는 거죠. 

그랬던 나이키가 요즘은 어떤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지, 예전만큼 깊게 고민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D2C 전략이나 인기 제품군 의존 같은 것들보다도 이게 더 근본적인 문제로 보였고요.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벌어진 논란이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나이키는 대회를 앞두고 보스턴 거리 쇼윈도에 ‘러너는 환영합니다, 걷는 사람들은 받아줄게요(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라는 간판을 내걸었어요. “엘리트 마라토너들만 마라토너인가”, “뛰다 걷는 사람들은 한 수 아래인가” 같은 거센 비판이 쏟아졌어요. 보스턴 마라톤은 언덕 코스도 많고 날씨도 자주 변해서, 뛰기와 걷기를 번갈아 해야 하는 경기인데도 말이죠. 저는 이 논란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서 ‘나이키가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의 ‘Just Do It’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스스로 고객을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거니까요.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사랑받는 브랜드는 ‘우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세계 1위라고 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라고 해서 항상 그 답변을 잘 내놓는 건 아니더라고요. 요즘 나이키가 그런 걸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뉴니커는 예전과 비교했을 때 요즘 나이키가 무엇에 가장 부족하거나 아쉽다고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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