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람: 제니가 신은 ‘발가락 신발’, 파이브핑거스가 요즘 뜨는 이유 👣
뉴니커, 혹시 요즘 SNS에서 ‘발가락 신발’을 본 적 있나요? 마치 장갑처럼 다섯 발가락이 하나씩 나뉘어 있는 모습 때문에 “아무리 유행이어도 이건 못 신겠어...” 하는 반응과 “독특해서 오히려 좋아!” 하는 반응으로 나뉘는데요. 이 기묘한 신발의 이름은 ‘파이브핑거스(Five Fingers)’예요. 이탈리아 브랜드 비브람(Vibram)이 만든 신발로, 지난해 래퍼 도이치와 블랙핑크 제니가 신은 모습이 화제가 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비브람이 단순히 웃기게 생긴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나요? 비브람은 원래 기능성 높은 신발 밑창을 만드는 브랜드로, 오랜 시간 나이키·호카·코오롱스포츠 등 수많은 브랜드들의 밑바닥(말 그대로)을 담당해 왔거든요. 비브람은 어떻게 신발 밑바닥을 만드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걸까요?


제니가 신은 ‘발가락 신발’의 정체, 90년 역사의 신발 밑창 브랜드라고? 🥾

비브람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 이탈리아의 산에서 시작됐어요. 비브람의 창업자인 비탈레 브라마니는 알프스 산맥을 오르곤 하던 산악인이었는데요. 1935년 레시카 산을 오르다 기상 악화로 일행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자, 새로운 등산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해요. 당시의 등산화는 못 박힌 부츠를 신고 산을 오르다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펠트로 바닥을 덧댄 부츠로 갈아신는 식이라, 방수나 단열, 안전에 굉장히 취약했기 때문.
브라마니는 두 방식의 장점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1937년 ‘카라마토’ 아웃솔(신발 밑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요. 가볍고 탄탄하면서 눈과 비도 잘 막아주는 고무 소재에 마찰력을 배가시키는 패턴을 더해, 그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거예요. 카라마토는 이탈리아의 여러 등산화 브랜드들에 불티나게 팔렸고, 1954년 이탈리아 원정대가 카라마토 밑창을 댄 신발을 신고 K2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하며 비브람은 더 유명해졌어요.
이후 북미, 아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가던 비브람은 200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도약에 성공해요. 위험한 지면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두껍고 강한 밑창을 넘어서, 맨발처럼 지면을 느낄 수 있는 얇고 유연한 신발을 만든 것. 마치 손 장갑처럼 보이는 유연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신발, ‘파이브핑거스’였는데요. 2006년 글로벌 시장에 공개된 파이브핑거스는 영국 ‘타임’지가 선정한 ‘2007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되며 비브람을 대표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자리잡게 돼요.

비브람이 ‘노란 로고 밑창’에서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가 되기까지 🌏

튼튼하고 좋은 신발 브랜드는 많은데, 왜 그중에서도 비브람이 주목을 받았는지 궁금한 뉴니커도 있을 텐데요. 전문가들은 비브람이 그저 좋은 신발을 만든 게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으로 여러 브랜드와 신뢰를 쌓은 뒤 → 비브람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세운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분석해요. 처음 비브람은 다른 회사가 만드는 신발에 밑창을 공급하며 성장했지만, 제품에 따라 각각 다른 밑창을 개발해 적용했기 때문. 달리기, 등산, 외부작업 등 신발의 용도에 따라 고무의 배합과 무게, 요철 구조를 달리 설계해서, 각 상황에 딱 맞는 밑창을 붙인 거예요.
예를 들어 나이키의 트레일 러닝화 라인인 ‘울트라플라이’와 ‘제가마’에는 축축하거나 험한 지면에서 접지력을 높이는 메가그립과 트랙션 러그 기술, 그리고 밑창의 무게를 줄이는 라이트베이스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야 하는 신발 특성에 맞춘 밑창을 제공해, 신발의 퀄리티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거예요.
그리고 비브람은 여기에 한 가지 장치를 더했어요. 1947년부터 생산된 모든 밑창에 비브람의 팔각형 로고를 새기고, 1969년에는 로고를 눈에 확 뜨는 노란색으로 바꾼 거예요. 빨간색 하이힐 밑창을 보면 크리스찬 루부탱을 떠올리는 것처럼, 운동화 바닥의 노란색 팔각형 로고를 보면 “비브람이 만든 거구나. 그럼 믿을 만하겠네 👍!”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비브람은 신발 브랜드의 조연에서, 공동 개발·협업을 이끄는 파트너 자리로 올라섰어요. 더 나아가 자체 제작 신발인 파이브핑거스를 통해 브랜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치를 직접 보여주기 시작했고요. 비브람은 ‘무브 프릴리(Move Freely)’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통해 발의 원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다섯 발가락이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는 파이브핑거스의 디자인 역시 이런 비브람의 철학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이런 철학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그 결과 비브람은 소수의 운동 마니아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인기 있는 신발 브랜드로 자리잡았어요. 나이키 등 유명한 브랜드들의 신발 밑바닥을 만들던 회사가 자신의 이름과 철학을 내세운 독자적인 브랜드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거예요.

예쁘기보단 실용적이고 낯선 신발이 뜬다? 웰니스 트렌드가 불러온 변화 🌿

그렇다면 파이브핑거스와 비브람은 왜 하필 지금 다시 주목받는 걸까요? 이 배경에는 사람들이 신발을 선택하는 기준이 ‘얼마나 예쁜가’에서 ‘얼마나 내 생활과 몸에 잘 맞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 일상에서도 실용성이 중요하고 🏙️: 최근에는 러닝화·트레일화처럼 특정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도 출퇴근이나 여행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신잖아요. 아웃도어 제품을 일상복과 조합하는 고프코어가 유행하고, 실제로 산에 가지 않더라도 오래 걷기 좋고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신발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요. 이에 아웃도어 용도로 개발된 파이브핑거스 역시 유연한 기능성에 독특한 디자인까지 갖춘 ‘새로운 일상화’로 주목받고 있는 거예요.
- 자연스러운 게 더 매력 있어 ✨: 신체의 모습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더 힙한 걸로 여겨지는 비브람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어요. 일반적인 신발이 하나의 앞코 안에 발가락을 전부 모아 넣는다면, 파이브핑거스는 신발이 다섯 발가락의 모양을 그대로 따라가며 가장 자연스러운 발의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이런 디자인이 누군가에게는 불호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야!” 하며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두꺼운 쿠션과 화려한 장식 대신 얇고 유연한 밑창, 몸을 생긴 그대로 존중하는 듯한 디자인의 유행은 최근 커지고 있는 웰니스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명상이나 사우나 등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디자인의 신발을 통해 웰니스의 가치를 실천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거예요.
결국 파이브핑거스의 인기는 단순히 ‘못생긴 신발’이 바이럴된 사건만은 아니에요. 실용적인 제품을 일상에서 활용하고, 자신의 몸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형태를 새로운 멋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신호에 가까운 것. 이런 흐름이 다음에는 또 어떤 제품의 유행으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