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 살로몬 모두 ‘이 브랜드’ 거라고?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브랜드, ‘안타 스포츠’의 모든 것 🇨🇳
아크테릭스나 살로몬이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고프코어 패션과 아웃도어, 러닝 트렌드 속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니 들어보신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타 스포츠라는 브랜드는 어떨까요. 낯선 이름일 수도 있지만 중국 브랜드인 안타 스포츠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스포츠웨어 분야 글로벌 3위 기업으로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푸마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스포츠웨어 분야는 모회사와 자회사, 직진출과 라이센스 등이 얽혀 있어서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 브랜드는 어느 나라 회사다!;’ 라고 확실히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아크테릭스의 바람막이를 쫓아 올라가다 보면 중국의 안타 스포츠라는 본진을 만나게 되는 건 분명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크테릭스의 다운 파카를 입고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었죠. 오늘은 안타 스포츠를 중심으로 세계로 도약하고 싶어하는 중국 스포츠 브랜드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타 스포츠의 과거: 저가 신발 브랜드에서 ‘세계의 안타’가 되기까지

안타 스포츠의 시작은 중국 경제가 막 개방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 후반입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딩 스종은 친척의 공장에서 제작한 600켤레의 신발을 들고 베이징으로 향했고, 그걸 판 돈으로 푸젠성 남동부 진장시에 제조업체를 차리며 1991년 안타 스포츠를 시작했습니다. 안타(安踏)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편안하게 밟다’라는 뜻으로, ‘안전하게 견실하게 발걸음을 내딛는다’라는 의미를 담아 딩 스종의 부친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엄격한 감독 아래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국 정부는 각 성별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을 실현해 갔습니다. 진장과 동부 해안을 따라 인접한 도시들에는 다양한 종류의 신발에 초점을 맞춘 여러 생산 단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자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해외 공장을 찾고 있던 운동화 대기업들의 투자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안타는 진장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제품을 제조하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안타는 하청업체보다 잘 알려진 브랜드가 되는 게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체 브랜드를 내놓습니다. 2005년에는 “중국의 나이키가 아니라 세계의 안타가 목표다”는 포부도 밝힙니다. 중국 전역의 소매업체에 광범위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새로운 매장을 열면서 전국 농구, 탁구 대회와 같은 스포츠 행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안타는 2007년 홍콩 주식거래소 상장을 통해 당시 중국 스포츠 기업으로는 최대액인 35억 홍콩 달러를 조달하는데 성공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터닝 포인트로 삼기 위해 중국 내 매장 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중국의 스포츠 시장 전체가 과대평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안타도 재고 위기를 겪으면서 600여개의 매장을 닫게 됩니다. 거기에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붙어버렸죠.
하지만 성장의 기회는 다시 찾아옵니다. 안타는 2009년 브랜드 필라의 중국 본토 내 상표권을 인수합니다. 필라는 안타의 주요 수익원이 되었고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습니다. 인수할 때 필라는 중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2021년에는 매출이 3조 7천억원에 달하며 안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되죠. 지금은 비중이 약간 줄었지만, 판매가 줄어서라기보다 이후 합작 투자 방식으로 설립한 데상트, 코오롱스포츠 등의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안타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고, 자국 브랜드(안타)는 중저가로 유지하면서 구입한 브랜드(필라, 아크테릭스, 살로몬)로 중고가 시장을 커버하는 멀티브랜드 전략의 원형을 만들었습니다.
중국 브랜드들이 세계화될 수 있었던 이유: 젊은 세대의 ‘애국심’ 때문이라고?

중국 내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몸집을 키우게 된 계기로 2018년의 미중 무역분쟁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2021년 인권 문제로 인해 불거진 나이키, 아디다스, H&M 등 브랜드의 신장 지역 면화 사용 금지로 이어지며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이 커졌습니다. 이를 ‘궈차오’라고 하는데, 중국을 뜻하는 ‘궈’와 ‘유행’을 의미하는 차오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특히 궈차오를 주도하는 세대가 젊은 계층입니다. 1990년대 출생을 뜻하는 ‘지우링허우’와 2000년대 출생을 의미하는 ‘링링허우’는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고,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습니다. 궈차오는 초기에는 의류, 식료품 등 생활용품에 집중되었고 이후 휴대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 일상, 소비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궈차오는 안타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안타는 신장 면화 불매운동 이후 중국에서 타격을 받은 서구 브랜드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렸고, 2022년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치고 중국 스포츠 브랜드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궈차오가 다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타는 2011년 당시 중국 1위 스포츠 브랜드였던 리닝을 제쳤고, 2010년대 중반부터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핵심 상권에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궈차오를 만나면서 가속이 붙게 된 거죠. 아무튼 궈차오는 다른 영역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중국 기업들이 자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후 세계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은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인식 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의 눈으로 볼 때는 여전히 품질이 낮고, 카피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이 안타가 브랜드 구입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필라와 데상트, 코오롱 스포츠와 합작해 자국 내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자국 내에서 고급화를 꾀합니다. 그리고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을 인수했고, 2018년에는 아머 스포츠의 경영권을 인수합니다. 살로몬과 아크테릭스, 윌슨 외에도 피크 퍼포먼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죠. 그리고 2026년에는 푸마의 지분 26%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무신사가 안타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회 진출은 안타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서구 브랜드를 관문으로 삼는 전략입니다. 중국산 브랜드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조금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죠.

한편 안타가 인수합병과 라이선스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약간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는 리닝의 예도 흥미롭습니다. 리닝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중국의 체조 선수인데요. 은퇴 후 1990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2011년 중국 내 1위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대표적인 중국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죠. 리닝은 안타와 다르게 단일 브랜드를 패션화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2018년 중국 전통 문양과 한자를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으로 자국의 16~35세 소비 주력군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2019년에는 매출이 30%가 넘게 증가했죠.
그렇지만 궈차오에 지나치게 의존한 접근은 궈차오 열풍이 약화되면서 가장 먼저 한계를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리닝이 해외 패션위크에 진출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으며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저가 스포츠 제품도 동시에 전개해 나가다가 포지셔닝의 혼란을 겪게 된 것처럼 말이죠. 안타가 자체 중저가 브랜드, 필라나 아크테릭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 등으로 가격대와 타겟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신중하게 해외에 접근하고 있는 게 아직은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와 있습니다. 리닝의 배드민턴 제품들도 국내에 총판 방식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여러 장벽이 있습니다. 미국 태생의 중국계 스키 선수 구아이링은 미국 대신 중국의 대표를 선택하고 안타 브랜드 앰버서더가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죠. 2019년에는 미국 프로농구 휴스턴 로케츠의 관계자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중국과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여러 NBA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안타도 NBA 보이콧에 동참했고, 이를 두고 SNS 등지에서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신장 면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과연 안타, 그리고 리닝 같은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접근 전략이 이런 벽을 뚫고 목표대로 글로벌 1위 기업이 되고, 사람들이 모두 아는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이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바라볼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