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힙 시대, 책을 파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할까?: 스타 마케터 ‘출판사 박대리’ 인터뷰 📚🎤

텍스트힙 시대, 책을 파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할까?: 스타 마케터 ‘출판사 박대리’ 인터뷰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읽음 35
*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 궁금했던 적 없나요?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트렌드 뒤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뉴닉의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가볍게 쓱쓱 읽히지만, 나만의 취향과 관점을 한 뼘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할게요.

‘출판사 박대리’, 어떤 사람이냐면요...

Q. 뉴니커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뉴니커! 저는 책을 홍보하는 출판 마케터 ‘출판사 박대리’ 박중혁입니다. 매일 구독자로만 보다가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출판 마케터로 일한 지는 12년 정도 됐고, 매일 책에 치여 살고 있답니다. 잘 부탁해요!

Q. 어떤 일을 하시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책을 알리는 일”

출판 마케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영업과 홍보. 여러분이 알고 계신 개념과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영업은 직접적인 유통사인 서점을 관리하는 것에 가깝고요. 홍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독자분들께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죠. 작가님을 유퀴즈에 출연시키거나, 신문 인터뷰를 잡는 일도 하고요. 매일 텍스트, 이미지,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책을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돼요.

Q. 마케터로서 본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 3가지가 있다면?

“좌절, 열정, 꾸준”

마케터는 하루에도 기대와 실망을 여러 번 겪는 직업 같아요. 만든 콘텐츠, 진행한 마케팅의 성적표가 바로바로 나오잖아요. 콘텐츠 조회수부터 판매량까지요. 좌절을 안고 살면서도 무너지지 않게 열정을 끌어 올리려고 하곤 해요. 5~10년 차 정도에 번아웃이 많이 오잖아요. 그때를 지나면서 아침 출근할 때 일부러 과격한 랩을 듣는다든가, 습관적으로 ‘해보자, 할 수 있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요. 열정을 끌어내는 저만의 루틴 같은 거죠.

그리고 기대와 실망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꾸준하게 콘텐츠를 생산해요. 콘텐츠로 다른 콘텐츠를 잊는 거죠. 그렇게 작년에 숏폼 콘텐츠를 500개 정도 만들었어요. 매일 성적표를 받는 초조한 학생의 기분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평균 조회수가 인게이지먼트가 다 높아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출판사 마케터의 실패하지 않는 ‘좋은 책’ 고르는 꿀팁 📚

Q. 오프라인 서점에서 재미있는 책을 고를 수 있는 꿀팁이 궁금해요.

출판사 사람들은 다 알지만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어요. 교보문고에 가면 모든 매장에 ‘이달의책’이라는 매대가 있는데요. 거기를 광고 매대라고만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데, 비용이 조금 들어가긴 하지만 사실 MD들이 추천하는 도서들만 놓여 있는 곳이에요. 선정 방식이 독특한데요. 한 달에 한 번 교보문고 직원분들 중 ‘이달의책 선서위원’ 열 몇 분이 한자리에 모여요. 자기들이 추천하고 싶은 책을 가지고 이달의책 선정 회의를 하는 거죠. 출판사의 어떠한 개입 없이 한 달에 수백, 수천 권을 마주한 MD들이 가장 좋은 책을 뽑기 위해 3~4시간 회의를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선정된 도서들만 ‘이달의책’이라는 매대에 놓일 수 있는 거예요. 그만큼 많은 사람의 동의를 받아 엄선된 책만 올라가는 매대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또 각 분야의 책이 두 권씩 놓여 있는 ‘뉴 앤 핫’이라는 작은 매대도 있어요. 보통 서점 매대에 깔린 책 90% 이상이 다 광고인데, 그 매대에 놓여 있는 책은 2주에 한 번씩 각 분야의 MD들이 추천하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좀 믿을 수 있죠. 그리고 이건 깨알 팁 아닌 팁인데, 오프라인 서점마다 각 서점에서 일하는 MD분들이 따로 계시거든요. 그분들이 책 진열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보통 매대나 동선 가장자리에 가장 잘 팔릴 만한 책들을 배치해요. 지나가다 집기 쉬우니까 마케터들도 가장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많이 하고, MD분들을 열심히 설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대 가장자리 부분을 신경 써서 보시는 것도 소소한 꿀팁입니다.

Q.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소소하고 귀여운 팁도 있을까요?

이건 좀 소소한 거긴 한데, 일단 양장으로 되어 있는 책들은 출판사가 공들여서 만든 거기 때문에 팔릴 만한 요소가 있는 책인 경우가 많아요. 다시 말해서 재밌다는 거죠. (웃음) 또 출판사 사람들은 책을 볼 때 웬만하면 띠지를 잘 안 보고 맨 뒷면을 봐요. 출판사 사람들은 보통 ‘표4’라고 부르는 곳이죠. 책 앞쪽에는 호화찬란한 미사여구가 많지만, 사실은 표4야말로 대표님 손을 안 거치고 편집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편집자가 이 책에 애정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냐, 이 책에 얼마나 진심이냐에 따라 표4도 달라집니다. 그런 것들을 살펴보시는 것도 소소하게 도움이 될 거예요.

맨 뒤에 있는 서지 정보, 특히 몇 쇄를 찍었는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쇄는 동일한 내용의 책을 몇 번이나 추가로 인쇄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인데요. 한 10쇄 넘어가는 책은 그래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 걸 기준으로 책을 고르셔도 좋아요.

Q. 온라인 서점에서 재미있는 책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온라인에서는 무조건 각 사이트 메인에 있는 ‘오늘의 책’ 섹션을 봐요. 교보문고는 ‘오늘의 선택’, 예스24는 ‘오늘의 책’, 알라딘은 ‘편집장의 선택’이라는 이름의 섹션이 있거든요. 그거는 아무런 비용을 받지 않고 각 플랫폼의 편집장이나 MD들이 책을 선정해서 올리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6만 4000권, 근무 일수 기준으로 나누면 1달 평균 250권의 책이 나오거든요.* 그 책들 중에서 한 주에 딱 두 번, MD가 ‘이 도서가 최고다’라는 도서를 뽑는 거예요. 그렇게 뽑힌 책들이 소위 ‘탑북’ 섹션에 올라가는 거니 믿을 만하죠. 광고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구좌니 출판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요.

* 2024년 기준 신간 6만 4306종, ‘2025 한국출판연감’, 한국출판문화협회

Q. 박대리님만의 ‘실패 없는 책 고르기’ 기준이 있다면?

일단 저는 작가를 보고 고릅니다. (웃음) 그리고 저는 보통 업계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스토리에 어떤 책을 올리는지 주의 깊게 봐요. 피드는 ‘나 이거 팔아야 돼!’ 하는 느낌이 있는데, 스토리에 올리는 건 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책 추천을 얻고 싶다면 아래 3개 계정을 추천해요.

아무런 제반 지식 없이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다고 하면 저는 차라리 스테디셀러 코너를 가요. 베스트셀러는 요새 마케팅용으로 책을 넣는 경우가 정말 많고, 책 구성도 금방금방 바뀌거든요. 반대로 스테디셀러는 그만큼 이 책의 인기가 오래 유지됐다는 뜻이니까 믿을 만한 거죠. 

Q. 내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을 친구에게 영업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예전에 이주혜 선생님의 ‘자두’라는 책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그걸 여기저기 추천을 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안 읽는 거예요. 하도 안 읽으니까 제가 시도한 방법이 “사서 읽고 재미없으면 다시 나한테 팔아!” 한 거였어요. 내가 진짜 살 테니까, 그러면 그 책을 팔아서 다른 사람한테 또 선물을 주면 되니까 일단은 무조건 읽어보라고 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까지 주위 사람에게 열심히 책 추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진짜로 제게 다시 팔았던 사람은 없었고, 극찬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좋은 책은 인정은 받더라고요.


전문가가 바라보는 텍스트힙과 출판 시장의 미래 ✨

Q. 요즘 ‘텍스트힙’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텍스트힙 유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텍스트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출판사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잘 팔리는 책들은 사실 한정돼 있어요. 제가 봤을 때 텍스트힙의 수혜를 입은 출판사는 문학동네, 창비,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등 문학을 주로 내는 출판사거든요. 문학 출판사뿐만 아니라 자본력이 강한 대형 출판사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몰리는 경향도 있고요. 대형 자본으로 몇천만 원짜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쏟아붓는 출판사들이 기회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나머지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형 출판사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어쨌든 전체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텍스트힙으로 인해 유입되는 새로운 독자를 잡을 게 아니라, 기존에 항상 서점을 찾던 일반적인 독자분들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걸 위해서는 브랜딩을 통해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고요. 그래서 편집자들은 기존 출판시장에 없던 신선한 저자를 찾는 기획이나 여러 분야를 접목해 다양성을 주려 하는 추세고, 마케터들은 릴스를 찍거나 외부 활동을 하면서 출판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텍스트힙 유행만으로 모든 출판사들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Q. 도서 시장이 지금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혹은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는 사실 지금의 출판계는 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콘텐츠 유행의 흐름이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지금은 또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이미 넘어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넷플릭스도 있고 유튜브도 있고, 볼만한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도 영상 미디어에 지친 분들 중 일부는 다시 텍스트로 회귀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하지만 그 믿음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출판계에서도 확실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계문학전집 내는 출판사’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한 번에 깬 민음사처럼요. 그런 맥락에서 박정민 대표님의 출판사인 ‘무제’도 출판계 전체에 엄청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찌 됐든 대중의 시선을 출판계로 가져왔기 때문에 ‘요즘 출판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관심 갖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니까요.

Q. 개인적으로 지금의 출판계에 가장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직도 대다수의 출판사들이 텍스트를 통해 텍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는 점이 아쉬워요. 릴스라도 찍어서 사람들이 볼거리를 계속 만들고,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에서 자주 보는 콘텐츠로 책을 알리자는 거죠. 영상을 찍든, 다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든 계속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직은 미진한 것 같아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Q. 그럼에도 책은 여전히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중요하죠. 책은 지식을 알려주는 기능 그 이상을 하고 있다고 봐요. 요즘은 지식을 주는 매체들이 너무 많잖아요. 근데 책은 텍스트 사이에 사유가 들어간 것 같아요. 타인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간 사이 내 의견을 넣을 수 있는 거죠. 그 시간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고요. 다른 매체들보다 훨씬 인간의 능동성을 존중해준다고 봐요. 

그리고 책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매체잖아요. 모든 물질은 재화가 있어야만 교환을 할 수가 있지만, 책은 재화가 없어도 교환이 가능한 유일한 매체라고 생각하거든요. 먹는 거나 입는 거, 전자기기 같은 것도 만져볼 수는 있지만, 그걸 온전히 내 걸로 소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책은 그렇지 않아요. 도서관이 있고, 서점에서 서서 책 본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 책의 내용을 읽고 내 지식으로 만들면 돈을 내지 않고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출판사 마케터가 보기에 ‘우리 사회에 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지금도 ‘동자동 사람들’이나 ‘일인칭 가난’ 같은 책들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절대적 빈곤이 존재한다고 느껴요. 그런 깊은 사회적 이슈, 그 이슈 속 내밀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매체는 많지 않거든요. (상대적)소수자를 위한 이야기는 다수자가 사는 세상에서 존중받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여러 기록을 모두 담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해요. 그 기록이 우리 사회 최소한의 지지 기반이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장치가 되기도 하고요. 물론 그 장치가 다수자에게도 필요하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책은 결국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감정들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도 생각해요. 저는 사실 평소에 거의 한국 소설만 읽는데요. 그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내가 평생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예를 들면 내가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몰랐던 여자의 감정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게 한국 문학, 나아가서 책이 주는 가장 큰 기반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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