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iN 해프닝이 남긴 질문: AI 시대에 사람들이 ‘사람 냄새’에 열광하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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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iN 해프닝이 남긴 질문: AI 시대에 사람들이 ‘사람 냄새’에 열광하는 이유 🤖🫂
지난 2월 4일, 네이버의 질문·답변 서비스 ‘지식iN’에서 해프닝이 있었어요. 네이버 인물 프로필에 지식iN 계정이 연동되면서, 유명인들이 과거 익명으로 남긴 질문과 답변이 공개된 거예요.
화제와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지만, 그 와중에 유독 주목받은 답변들이 있었어요. 이투스 사회탐구 이지영 강사가 가정 형편과 성적 문제로 힘들어하던 고등학생에게 남긴 진심 어린 답변,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시 '풀꽃'에 지인 이름을 넣어도 되겠냐는 질문에 단 직접 답글. 이 답변들의 공통점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고민을 읽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답해줬다는 거예요. 네이버의 조치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사람들은 답변에 담긴 진심에 감동했죠.
비슷한 시기,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사건도 화제가 됐어요. 무엇이든 자동으로 해주는 걸로 유명해진 AI 코딩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사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전송한 사실이 알려진 거예요. 사람 개입 없이 알아서 일하는 AI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시대. 왜 지금 사람들은 ‘사람 냄새’ 나는 것에 열광하는 걸까요?
모든 게 자동화되는 시대, 사람들은 왜 굳이 수동을 찾는 걸까?

지식iN은 네이버가 2002년에 공개한 질문·답변 서비스예요. 당시 네이버는 야후, 다음, 엠파스 등 다른 검색 사이트들과 경쟁 중이었지만, 한글로 된 문서가 적어 검색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웠는데요. 네이버가 찾은 돌파구는 유저 참여였어요. 정보뿐 아니라 삶의 지혜와 경험까지 오갈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설계한 거죠. 그리고 실제로도 지식iN에 ‘학교에서 친구와 잘 지내는 법’, ‘인생 재밌게 사는 법’ 같은 질문들이 모여들면서, 지식iN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서비스로 성장했어요.
이렇게 시작된 지식iN은 빠르게 네이버의 핵심이 됐어요. 런칭 1년 만에 네이버를 검색엔진 1위로 만들어줬고, 지난 20년간 누적 사용자 3,200만 명을 기록했죠.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AI까지 등장했지만, 지식iN은 여전히 질문을 매개로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커뮤니티라는 고유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어요. 이번 사건에서 사람들이 감동한 것도, 지식iN이 20년 넘게 쌓아온 연결의 감각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AI가 자리 잡은 지금도 지식iN 질문자 중 10~30대의 비율은 80%에 달할 정도죠.

지식iN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사람 냄새 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이 2023년 런칭한 ‘당근 모임’은 1년 만에 이용자 1,5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초에는 온라인에서도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당근 카페’를 선보였어요. 요즘 패션 트렌드로 언급되는 포엣 코어(poet)도 비슷하죠. 오래 입은 흔적이 보이는 옷, 노트와 볼펜, 책갈피가 끼워진 책이 필수 요소인 이 스타일은 '누군가의 시간이 묻어난 것'에 끌리는 감각을 패션으로 표현한 거예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AI에 대한 불안과 반감이 자주 거론돼요.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뉴스,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저품질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 같은 것들이요. 오픈클로 논란도 ‘사람 개입 없이 알아서 돌아가는 AI’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인공지능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카카오톡이 오픈AI와 협업해 판매한 챗GPT 프로 이용권은 사흘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우리나라는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축에 속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AI를 적극적으로 쓰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것’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게 깨끗하고 정돈된 세상에는 ‘연결’이 없다고?

최근 전문가들은 이 설명하기 힘든 공허함을 '무언가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찾아요. ‘경험의 멸종’을 쓴 크리스틴 로젠은 기술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수록, 인간은 타인과 교류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고 말해요. 지금은 모르는 게 있어도 언제든지 AI에게 물어볼 수 있고, 스마트폰 덕분에 심심할 순간이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모든 불편함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낯선 사람과 어색하게 대화하거나, 실수도 하면서 나와 타인을 알아갈 기회는 줄어들죠. 크리스틴은 이런 현상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공감할 ‘사회적 근육’을 퇴화시킨다고 경고해요. 그 때문에 사람들은 수많은 즐길거리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외롭고, 단절됐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작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더밀크 트렌드쇼 2026'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어요. 더밀크는 2019년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IT 산업의 혁신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미디어인데요. 토론회의 주제는 생성형 AI와 어떻게 경쟁할지에 대한 물음이었지만, 그 결론은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감각을 지켜야 한다’였어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몸의 신호를 무시해 왔으며, 감각의 복원이야말로 기술의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었죠.
사람들이 인간적인 냄새를 그리워하는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도 있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집필한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는 낯선 존재와 협력하는 능력 덕분에 더 강인한 네안데르탈인보다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해요. 다른 사람의 곤란함을 무시하지 못하는 마음, 모르는 사람의 고민도 같이 걱정해주는 행동. 이건 특정 문화권만의 정서가 아니라, 우리가 수십만 년간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본능에 가까운 거예요.
이처럼 인간은 원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존재에요. 내 고민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반응, 예상치 못한 조언, 때로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한마디.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세상과 이어져 있다고 느끼게 돼요. AI가 채워줄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죠. 사람들이 지식iN 해프닝에서 뭉클함을 느낀 것도, 투박하지만 누군가의 시간과 진심이 담긴 연결을 다시 만났기 때문일 거예요.
결국 우리가 사람 냄새 나는 걸 찾는 건 AI 같은 최신 기술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모든 게 디지털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금, 내가 직접 경험하며 연결되는 경험이 그리운 거죠. 지식iN이나 당근처럼 소소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인간적 연결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편리한 세상에서 사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