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는 흥행작일까, 망작일까? 1000만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논쟁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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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는 흥행작일까, 망작일까? 1000만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논쟁의 모든 것 🍿
영화 ‘대홍수’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금, 이 영화는 ‘역대급 망작’과 ‘신선한 수작’이라는 거친 반응의 파도를 번갈아 맞고 있습니다. 우선 아주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의 누적 시청 수 기준으로 환산되는 ‘역대 넷플릭스 글로벌 탑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대홍수’가 7위에 등극했거든요. 공개 3주 차에 111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3주 연속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고요. 특정 국가에서만 집중적인 관심을 얻은 게 아니라, 전 세계 80개국에서 고르게 상위 10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1110만명이라니! ‘천만 영화’의 위력이 떠오릅니다. 모두가 같은 영화를 보았을 거란 전제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게 만드는 게 바로 천만 영화잖아요. 천만 영화 속의 대사는 유행어와 밈이 되고요. 동시에, 특정 영화를 본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관객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다양한 연령, 젠더, 문화권을 가진 사람들의 감상이 섞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의견이 분산되기 마련이고요.
하지만, 어쩐지 ‘대홍수’를 향한 반응에는 무척 날이 서 있고 또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 한 달간,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반응을 중심으로 관객이 영화 관람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해 살펴봅니다.

‘대홍수’, 1000만 영화지만 ‘불호 리뷰’가 훨씬 많다고?

여러분은 새로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될 때 무엇을 참고하시나요?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 왓챠피디아 평점을 차례로 확인하고,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 ‘언제나 영화처럼’에 접속해 보시나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레터박스, IMDB, 로튼토마토처럼 해외 플랫폼에 올라온 리뷰들까지 살펴보실 수도 있겠고요.
직접 보고 경험하기보다는 최소한 한 번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나름의 검증을 통해 관람 여부를 선택하려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배달 음식 리뷰와 별점까지 고려하는 시대의 소비자는 확실한 만족을 주는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에, 잘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은 유효하죠.
실제로, ‘대홍수’를 둘러싼 국내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1월 13일 기준) 네이버 영화 평점에는 약 1만 6천여 명이 참여했고, 평균 별점은 10점 만점에 4.21점입니다. 그 중 1~2점을 부과한 관객이 총 60%로 가장 많고, 9~10점을 부여한 관객은 차순위인 24%에 해당합니다. 왓챠피디아에서는 약 2만 명이 별점을 부여했는데 평균 별점은 5점 만점에 1.9점으로 집계됩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다른 영화 대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 내 별점 평가에 참여했고, 저조한 별점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입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듯, 혹평이 일부의 의견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죠. 확실히 ‘불만족’한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왜 ‘대홍수’를 욕하는 걸까?: 생존 스릴러에서 복잡한 SF 퍼즐로의 어색한 전환

‘대홍수’는 지구에 대홍수가 덮친 어느 날,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젊은 엄마 ‘안나’(김다미)와 6세 아들 ‘자인’(권은성)의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 물입니다. 어느 날 아침 남극에 떨어진 운석이 홍수를 불러와 안나와 자인 모자가 살고 있던 집에 빠르게 물이 차고, 그들은 점점 고층 아파트의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게 됩니다. 중간중간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하고요. 계단은 인파나 쌓인 짐으로 막히고, 집집마다 가스 배관이 폭발합니다. 탈출 과정에서 산통을 겪는 임산부, 엘리베이터에 갇힌 어린이,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를 마주한 안나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결국 옥상에 도착했을 때, 안나는 재난의 현장으로부터 무탈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로 인해 관객은 장르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영화는 안나가 인간의 감정을 가진 인공 생명체를 통해 인류를 복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는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보안 전문가 ‘희조’(박해수)는 안나를 보호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고요. 살아 남은 안나는 이제 인류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되죠. 그렇게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후반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영화 중반부터 나타나는 서사적 불일치다. 생존 스릴러에서 복잡한 SF 퍼즐로의 전환이 어색하게 이루어진다.” 한 외신 기자가 ‘대홍수’에 대해 내린 입장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설정들이 새롭지 않으며, 기존에 존재했던 요소들을 얼기설기 덧대어서 작품을 완성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홍수’는 다른 영화에서 성공했던 요소들을 억지로 짜맞춰봤자 소용없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 되어버렸다”라는 의견과 같은 거죠. 다음은 ‘대홍수’와 유사한 설정을 공유했다며 여러 사람들의 리뷰 속에서 종종 언급되어 온 영화들입니다.
- 인물에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루프 형식: ‘사랑의 블랙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재난: ‘콘크리트 유토피아’
- 가족에 대한 기억을 기초로 한 부모의 사랑: ‘인터스텔라’
영화 속의 화려한 특수 효과가 만족스러운 만큼 오히려 특수 효과를 제외한 단점이 도드라지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수많은 수중 장면, 대규모 파괴 장면, 우주와 내면을 넘나드는 여정까지, 스턴트, 디자인, 특수효과 담당자들의 손을 거쳐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볼거리가 많고 지루할 틈이 없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훌륭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있는 것처럼요.
김병우 감독은 2025년 여름 극장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에 이어, 지난 연말에 공개된 ‘대홍수’까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전자는 판타지 액션 영화였고, 후자는 재난 블록버스터 SF 물이었죠. 두 영화에는 각각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습니다. 연달아 제작에 참여한 VFX(시각특수효과) 전문 기업 M83의 정성진 대표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 전체 컷 중 80% 이상이 VFX 컷이고 VFX 작업에만 약 100억 원 이상이 쓰였다고 합니다.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원작 웹소설 세계관을 구현하고, 다양한 크리쳐들을 실사화한 결과였죠.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최소 600만 관객을 동원해야 했지만, 극장 최종 관객 수는 100만 명대 초반으로 그쳤고요.
“이 영화 너무 싫어 😡!” 분노 리뷰 = 영화 흥행의 새로운 공식?

‘대홍수’는 공개 직후부터 혹평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내 취향에 맞지 않다는 식의 감상을 넘어, 분노를 섞은 리뷰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도록 부추기기도 했어요. 이를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단어 '분노 미끼(rage bait)'라는 개념을 통해 해석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관심을 끌려는 ‘낚시(click bait)’를 넘어, 읽는 사람에게 분노와 짜증만을 유발할 뿐인 콘텐츠가 양산된다는 점을 짚은 용어인데요. 이러한 ‘분노 미끼’가 결국 이 작품의 화제성을 넘어선 대대적인 흥행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함께 욕할 대상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고 한마디 말을 얹는 일은 일종의 문화적 이벤트가 되어버린 것이죠.
'대홍수'를 둘러싼 반응들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중에서도 특히 분노와 혐오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주목 경제’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분노가 더 많은 트래픽을 만든다는 것이죠. ‘이 영화가 얼마나 별로인지 직접 확인해보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안티 담론’에 참여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창작자를 위축되게 만들고 결국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 또한, '대홍수'를 재미있게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창작활동을 그만두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둘러싼 혹평에 대해 허지웅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주합니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어야 합니다”며 영화를 보는 사람의 윤리에 대해 말했습니다. 황석희 번역가는 “요즘 영화는 대체로 후지다고들 하지만 만듦새를 보자면 졸작, 평작, 수작의 비율은 아마 과거에 비해 지금이 나을 거다. 우리는 과거의 수작들만을 기억하니까 요즘 세상에만 망작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 라며 착시에 대해 짚었고요. 분노가 더 많은 트래픽을 만들고, 그 트래픽이 다시 더 많은 분노로 이어지는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한편, 분노나 혐오가 아닌 호기심을 자극하는 입소문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은 “사전에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말고 일단 극장에 가라”는 ‘No 스포일러 챌린지’라는 홍보 방식이 제대로 작용한 결과를 보여주었는데요. 개봉 전, 윤 감독이 “중심인물과 줄거리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 없이 관람할 때 더 큰 영화적 재미를 느끼고 새로운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 구조로 진행된다”라고 말했고, 이 당부를 수용한 관객들 또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로 작품을 추천하는 행렬에 동참했죠.
이처럼 예고편조차 보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데에 더 가중치를 두는 이가 있다면, 영화 홍보 단계에서 관객이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사전에 안내받는 편이 더 세심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세계의 주인’은 그 기로에서 전자를 선택했고, 이는 분명히 개봉 초기 관객들을 모으는 입소문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아티클을 마무리하며 뉴니커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걸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참고하시나요? 만일, 혹평을 접하기 전에 ‘대홍수’를 봤다면 여러분의 감상은 지금과 달라졌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