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렌· 파네토네가 요즘 가장 핫한 크리스마스 디저트가 된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슈톨렌· 파네토네가 요즘 가장 핫한 크리스마스 디저트가 된 이유 🎄🥖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특별한 케이크를 찾아 나선 뉴니커들 많죠?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화려한 케이크가 연이어 등장했는데요 🎂. 그런데 이 쟁쟁한 비주얼 사이에서 크림이나 토핑 없이 다소 투박한 모습만으로 주목받은 빵이 있습니다. 슈톨렌과 파네토네 등 유럽의 전통 빵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
지난 11월부터 SNS에서는 크리스마스용 슈톨렌, 파네토네 맛집을 소개하는 여러 게시물이 인기였습니다. 일부 매장은 예약 주문으로만 판매했고, 접수 시작 5분 만에 빠르게 품절됐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맛있는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구매하려는 치열한 오픈런도 펼쳐졌어요. 호텔 및 백화점 베이커리에서도 앞다퉈 시즌용 한정판 메뉴를 출시했습니다.
이 두 빵은 비주얼뿐 아니라 ‘맛’에서도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확연히 다릅니다. 생크림의 달콤함이 아닌 건과일의 은은한 단맛과 빵 본연의 풍미가 특징인데요. 비주얼이 화려하지도 않고, 도파민 터질 정도로 달콤하지도 않은 이 유럽 빵들은 왜 핫한 크리스마스 디저트가 됐을까요? 🤔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슈톨렌과 파네토네의 3가지 인기 요인에 대해 알아봤어요.

구찌, 조선호텔, 성심당까지 주목한 유럽 전통 빵, 슈톨렌과 파네토네 🍞

슈톨렌과 파네토네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문화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주로 케이크를 떠올리지만, 유럽에서는 다소 담백한 빵을 즐겨 먹거든요.
슈톨렌은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입니다. 약 1년 동안 럼주에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재웠다가 반죽 속에 넣고 구운 빵이에요. 겉에는 얇은 설탕 코팅이 덮여 있지만, 속에는 견과류와 과일이 가득해 부드럽죠. 독일에서는 성탄절의 4주 전 일요일부터 성탄절 이브까지 이어지는 ‘대림절’ 기간에 챙겨 먹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조금씩 슈톨렌을 잘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죠.
파네토네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아침을 위한 빵입니다. 케이크처럼 가족끼리 나눠 먹기 좋게 커다란 돔 형태로 발전했어요. 실처럼 부드럽게 결이 찢어지고, 단면에서는 주로 오렌지와 건포도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전통 문화를 상징하는 이 빵들은 최근 한국에서도 핫합니다. 지난해 ‘성심당’이 크리스마스 시즌용 슈톨렌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브랜드가 출사표를 던졌죠. 현대백화점은 오는 31일까지 자체 카페 브랜드 ‘틸화이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판 메뉴로 슈톨렌 식빵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노티드’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6종과 함께 슈톨렌 2종을 공개했어요.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넣은 오스트리아 슈톨렌과 벨기에산 카카오를 가미한 초콜릿 슈톨렌을 내놨죠. 호텔 베이커리 업계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반얀트리 서울의 ‘몽상클레르’는 연말까지 슈톨렌 120개를 한정 판매하고,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조선델리 온라인 베이커리도 크리스마스용 조선호텔 슈톨렌을 선보였어요.
파네토네의 인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은 크리스마스 스페셜 다이닝 코스와 디저트 ‘파네토네’를 론칭했어요. 이탈리아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을 한국 식재료로 재해석한 무화과&밤 파네토네를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죠. 성심당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 디저트로 2가지 사이즈의 파네토네를 공개했고요.
핫한 디저트답게 전문점에 대한 수요도 많습니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서울 슈톨렌 맛집, 심지어 슈톨렌 택배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까지 흥행했어요. 슈톨렌과 파네토네 등 유럽의 전통 빵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방식으로 커지고 있는 거예요.
슈톨렌과 파네토네가 K-크리스마스 디저트가 된 이유 🎄

1️⃣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빵? 시간·정성·실력으로 완성되는 ‘희소성’ 🧑🍳
첫 번째 이유는 ‘희소성’입니다. 이 빵들은 단순히 재료를 섞어서 구워내는 디저트가 아닙니다.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과 정성은 물론 숙련된 제빵 기술까지 요구되는 고난도 빵이거든요. 다시 말해 진짜 맛있는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맛집이라면 한 번쯤 꼭 먹어봐야 할 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겠죠.
실제 슈톨렌은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빵’으로 불립니다.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 별명을 이해할 수 있어요. 슈톨렌 특유의 풍미를 결정짓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는 술에 재워서 준비하는데, 1년 가까이 숙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장기간 럼주에 숙성한 건과일을 사용하는 전문점들이 유명해졌고요.
맛있게 만들려면 인내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미리 재워둔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반죽에 섞어 1차 숙성을 거친 뒤 굽는 데다, 구운 후에도 2~3주간 추가 숙성하는 경우가 흔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의 향이 반죽 전체에 스며들며 풍미가 깊어지거든요.
시간, 정성, 기술력을 들여야 하는 건 파네토네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네토네 특유의 실처럼 찢어지는 단면 구조를 만들려면 반죽을 오랜 시간 치대야 합니다. 내부 조직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븐에서 꺼낸 후 거꾸로 매달아 식히기도 하죠.
장인정신에서 비롯되는 ‘희소성’을 지닌 음식은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죠. 더구나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일수록 쉽게 맛보기 어렵다는 그 상징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고요.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에 슈톨렌과 파네토네 맛집을 열정적으로 찾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죠.
2️⃣ 넣는 재료가 곧 정체성! 무한변신하는 맛 🌰🍫🌽
더하는 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변신한다는 점도 두 빵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슈톨렌과 파네토네는 과하게 달지 않은 만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만드는 빵입니다.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개성 있는 맛을 낼 수 있다는 뜻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즐길 수 있고요.
이 맛의 확장성은 ‘한국식 재료’와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매력이 됩니다. 실제 밤, 흑임자, 옥수수 등 한국적인 재료를 곁들인 슈톨렌과 파네토네가 주목받았어요. 제주도 한라봉처럼 지역 특산물로 만든 스페셜 메뉴가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죠.
아예 한국식 디저트로 재해석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천안의 ‘할머니학화호도과자’는 호두과자를 슈톨렌 콘셉트로 풀어낸 ‘슈톨렌 호도과자’를 출시했어요. 론칭 초반부터 오픈런해야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입소문났고, 실제 매장이 문 열기 전부터 슈톨렌 호도과자를 구매하러 온 긴 대기줄이 이어졌습니다. SNS에서는 천안 사람들도 호두과자 먹으러 줄 서게 만들었다는 재치있는 후기가 잇따랏고요.

서양 식재료를 활용한 변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슈톨렌과 파네토네의 주재료인 말린 과일 및 견과류는 특히 초콜릿과 잘 어울립니다. 이 점에 주목해 일부 초콜릿 전문점에서 한정판 슈톨렌과 파네토네를 선보였어요. 진한 초콜릿의 맛과 컬러가 더해진 메뉴들이 SNS에서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인기를 끌었죠.
3️⃣ 덜 부담스럽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빵 ✨
203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스몰 럭셔리’에 부합한 점도 주효했습니다. 슈톨렌과 파네토네의 가격은 대략 2~5만 원대입니다. 절대적인 가격만 놓고 보면 다른 빵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부담스러운 가격대도 아닙니다. 적당한 범위 내에서 ‘나’를 위한 일정 수준의 사치를 허용하는 2030대에게는 큰 장벽이 아닐 수 있어요. t연이은 물가 상승 때문에 고가의 제품을 소비하진 못해도 비용 부담이 덜하고 당장 만족감을 주는 음식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자가 많으니까요. 특히 ‘크리스마스’라는 상황이 스몰 럭셔리 소비를 더욱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10만 원대를 훌쩍 넘는 호텔 케이크가 망설여지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슈톨렌과 파네토네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인식되는 셈이죠.
여기에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도 한몫합니다. 돔 모양의 파네토네 위에 슈가 파우더와 토핑을 얹어 케이크처럼 꾸밀 수 있어요. 슈톨렌은 잘랐을 때 단면에서 드러나는 견과류와 말린 과일 등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SNS에서 슈톨렌의 단면을 촬영한 사진이 주로 공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슈톨렌과 파네토네는 크리스마크 케이크만큼 비주얼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는 빵입니다. 완성도 높은 형태를 쉽게 맛볼 수 없는 만큼 ‘한 입’이 더 가치있고, 재료에 따라 취향껏 즐길 수 있고, 럭셔리한 호텔 케이크보단 덜 부담스럽지만 연말을 기념하기에 좋은 멋까지 갖추고 있으니까요. 내년 연말에는 어떤 슈톨렌과 파네토네가 식탁 위를 차지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