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X니들스 협업, 왜 이렇게 화제일까? 🔥: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콜라보의 세계 👖

유니클로X니들스 협업, 왜 이렇게 화제일까? 🔥: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콜라보의 세계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유니클로X니들스 협업, 왜 이렇게 화제일까? 🔥: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콜라보의 세계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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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패션 브랜드 간의 협업은 너무 많고 다양해서 굳이 언급하는 게 새삼스러워 보일 정도입니다. 웬만한 조합이 아니면 화제를 모으기도 힘들어 보이죠. 하지만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트렌드가 난립하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복잡해지는 패션 세상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제시하려는 과정이 만들어 내는 흔적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업종도 넘나드는 다양한 패션 협업을 볼 수 있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개입된 쪽이 아무래도 관심을 끌게 됩니다. 2004년의 ‘H&M’과 ‘칼 라거펠트’의 콜라보, 2009년에 나왔던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J는 지금까지 수많은 협업 컬렉션이 등장하게 된 중요한 배경 중 하나였습니다. 마침 올해 유니클로, H&M, 자라 등 대형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몇 가지 협업 컬렉션을 내놨는데 꽤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방식도 각자 다릅니다. 


유니클로와 니들스, H&M과 글렌 마틴스: 새로운 협업에 도전하는 패스트 패션


1️⃣ 유니클로와 니들스

이미지 출처: 유니클로

먼저 유니클로와 ‘니들스’가 협업 컬렉션을 내놨습니다. 유니클로는 최근 ‘엔지니어드 가먼츠’,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같은 고기능 유틸리티 웨어 기반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꾸준히 콜라보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그 연장선입니다. 니들스는 ‘네펜테스’라는 셀렉트 샵의 산하 브랜드로 네펜테스의 대표인 시미즈 케이조가 1995년에 만든 브랜드죠. 독특한 재단과 과감한 색상 조합을 통해 클래식하면서도 해체주의적인 스트리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스트리트 계열 간의 협업은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 패션이 유니크한 자신만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스트리트 패션은 스웨트, 기능성 재킷, 티셔츠 등 친숙한 일상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패션이기 때문입니다. 하위 문화라는 게 대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이뤄져 있고, 결국 패스트 패션이 흔히 내놓는 옷과 종류가 같습니다. 대신 스트리트 패션 쪽에서는 기존의 일상복을 재해석해 독특한 관점을 부여합니다. 퀄리티와 만듦새를 좋게 만들고, 로고와 프린트로 심볼화를 하죠. 소량만 만들어 구매부터 경쟁이고, 리셀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고 다음번 컬렉션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식입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쪽에서 스트리트 패션의 이런 만듦새를 따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협업 대상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특성 몇 가지를 패턴화하는 정도의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뭘 만들어도 원래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결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협업이라는 드문 케이스로 화제를 끌어 모으지만, 정작 제품이 나오면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게 됩니다. 니들스다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그저 보라색에 나비 자수가 그려진 유니클로의 흔한 플리스일 뿐이죠. 게다가 니들스의 팬 입장이라면 이 콜라보에서 얻을 수 있을 만한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니들스(Needles)

니들스의 가장 아이코닉한 요소는 반짝거리는 트랙탑의 질감, 나비 로고, 보라색 컬러, 아메리칸 네이티브 풍의 패턴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협업에서는 플리스 재킷, 카디건, 트랙 팬츠 등이 나왔는데 보라색과 패턴, 로고를 활용했죠. 첫날부터 몇몇 인기 제품들이 매진이 되긴 했지만, 로고와 보라색이 둘 다 있는 제품들이 최우선이었다는 사실은 이런 협업의 인기 요인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2️⃣ H&M과 글렌 마틴스

이미지 출처: H&M

역시나 얼마 전 공개된 ‘H&M’과 ‘글렌 마틴스’의 협업은 디자이너의 패션을 패스트 패션의 방식으로 만드는 협업입니다. 앞서 언급한 칼 라거펠트나 질 샌더와 패스트 패션과의 협업처럼 전통적으로 화제가 되고 인기가 많은 조합이죠. 하지만 이런 협업에서는 흔하지 않고 비일상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어떻게 패스트 패션식 대량 생산으로 바꿔내 분위기는 살리되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글렌 마틴스는 벨기에 출신으로 ‘Y/Project’와 ‘디젤’을 거쳐 2025년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습니다. 테일러드 슈트와 드레스 등, 고급 패션의 옷과 함께 서브컬쳐에서 많이 사용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의복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실험적인 실루엣, 빈티지 질감, 구조적 형태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남성복, 여성복에 유니섹스 의류, 신발 등 액세서리를 포함해 총 57종류로 구성된 큰 규모입니다. 준비기간을 포함해 2년 이상이 걸렸다고 하는데 글렌 마틴스가 Y/Project나 디젤 때 만들었던 옷을 오마주한 제품이 많습니다. 각자 개성을 가진 대가족을 생각하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시도해 보았다고 합니다. 일부러 낡은 듯한 느낌을 내는 디스트레스드 가공과 복잡한 절개를 비롯해 옷의 몸체나 칼라에 포일이나 와이어를 넣어 입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실루엣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입체적인 아이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협업의 가장 큰 매력은 평소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하이 패션 분위기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잔뜩 만날 수 있고, 꽤나 포토제닉하다는 점일 겁니다. 그런만큼 많은 제품이 금세 매진되었고 온라인 쪽에서는 아예 볼 수 없는 제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패션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옷의 퀄리티 면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옷을 최대한 얇게 만들면서도 형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 의류 제조 기술과 합성 소재의 위대함에 감탄마저 느껴지죠. 

실물의 조악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상복과 고급 패션 사이에서 일반인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험적이고 비전형적 패션이라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의미는 충분합니다. 패션은 많이 보고 입어보는 것으로 사람들의 시각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고 안 입어봐서 두려울 뿐입니다. 더불어 패스트 패션과의 협업 경험이 이후 글렌 마틴스의 패션에 혹시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3️⃣ 자라의 50 크리에이터

이미지 출처: 자라(ZARA)

자라가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50 크리에이터’는 유니클로나 H&M과는 또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념 컬렉션인 만큼 훨씬 예외적이고 제품의 종류에서도, 가격대 측면에서도 약간 자유롭습니다. 그러니까 옷 외에도 유리잔 세트나 조명, 가구 등 꽤 비싼 아이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나 수이, 케이트 모스, 마크 뉴슨, 로살리아, 스티븐 마이젤,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등 참여 디자이너들의 명단도 매우 화려합니다.

특히 이 협업 컬렉션에서는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의 펫 캐리어나 비주얼 아티스트 하비에르 발혼라트의 가드너 세트, 가수 로살리아의 데이베드, 패션 및 건축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드 베타크의 피라미드 모양 황동 조명 등등 독특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라부부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카이싱 렁도 프렌치 워크 재킷을 입은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 라부부를 협업 제품으로 내놨죠.

사실 이런 협업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협업 컬렉션이라고 묶기에는 워낙 예외적인 성격이 강하긴 합니다. 게다가 50개 제품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그래서 이게 자라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싶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한 이름 아래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혹은 디자이너들이 모여있는 것 자체가 주는 감동과 박력이 있죠. 또한 컬렉션 수익금은 모두 비영리단체인 여성 지구 연합(Women’s Earth Alliance)에 기부되고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정한 50개 자선단체에도 각각 2만 유로씩 지원되는 등 공익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패스트 패션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러 크리에이터의 고유한 미학과 개성이 반영되어 수집할 가치가 있는 제품들과, 빠르게 소모되고 다음 유행으로 건너가기 바쁜 패스트 패션의 방식은 서로 반대편에 있죠. 꽤 근사한 제품도 만들 수 있고 예술성도 신경 쓸 수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앞으로 나올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물론 낮은 제작비라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분야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이런 제품을 내놓을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느냐는 두고보면서 천천히 판단해 볼 문제입니다.


패스트 패션 콜라보의 미래: 앞으로 우리는 또 어떤 협업을 만나게 될까?

이렇게 다양한 콜라보 컬렉션이 나오고 있고, 패션 브랜드 간의 협업이 다양해지고 넘쳐나다 보니 많은 브랜드들이 이 틀 안에서 또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콜라보가 너무 많아서 지긋지긋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협업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그 방식도 다양해지는 등 이제는 완전히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패션 생산자들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새로운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죠. 그저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은 분명 뻔하고 지루하지만, 패션이라는 호수가 잔잔히 머무르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협업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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