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카페쇼부터 국제도서전, 불교박람회까지, Z세대는 왜 박람회에서 놀까? 🎪

서울카페쇼부터 국제도서전, 불교박람회까지, Z세대는 왜 박람회에서 놀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서울카페쇼부터 국제도서전, 불교박람회까지, Z세대는 왜 박람회에서 놀까?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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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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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쇼, 인벤타리오, 불교박람회... Z세대의 ‘취향 놀이터’가 된 박람회

뉴니커, 최근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박람회’ 가본 적 있나요? 저는 작년 이맘때쯤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서울카페쇼 2025에 가봤는데요. 나름대로 전시를 많이 다녀봐서 ‘특별할 게 있을까?’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어요. 커피와 티에 진심인 바리스타들, 원두를 공급하는 사람들, 카페 브랜드 직원들과 관람객들이 코엑스 건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내가 커피에 대해 아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에 4시간 가까이 전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선명하고요. 

매년 10월~11월은 이렇게 서울카페쇼 같은 박람회가 많이 열리는 시즌인데요. 최근 들어 이 박람회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주목받고 있어요. 팝업스토어 등으로 오프라인 체험의 즐거움을 알게 된 MZ 세대가 한 번에 다양한 경험을 만날 수 있는 박람회의 특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거죠. 이런 변화는 작년부터 눈에 띄게 나타났는데요.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현장 관람 13만 명, 온라인 접속 44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어요. 방문객 80%가 2030세대였다는 점도 화제가 됐죠. 올해 초에는 29CM가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와 함께 선보인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가 5일간 2만 5000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흥행하기도 했어요.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자체적인 박람회를 열고 있어요. 주로 '페스타'라는 이름을 붙여 대규모 ‘경험 축제’를 선보이고 있죠. 지난 5월 노들섬에서 열린 올리브영 뷰티 페스타는 5일간 3만 3000여 명을 불러 모았어요. 무신사마켓 컬리도 각각 성수동, DDP에서 자체 뷰티 페스타를 개최했고요. 팝업스토어나 기존 브랜드 매장과는 다른 박람회만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젊은 세대는 왜 이런 박람회의 특징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인류 역사와 함께한 기술력 전시장, 젊은 세대의 놀이터가 되기까지

우리가 ‘박람회’ 하면 흔히 떠올리는 형태의 행사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렸어요. 당시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 공업 국가로 성장한 영국이 기술력을 과시하고, 다른 나라들과 더 활발하게 교류하려는 목적으로 ‘만국박람회’를 개최했죠. 축구장 18개 크기의 수정궁을 1만 4천 점의 전시품으로 채운 엄청난 규모였는데요. 망원경과 현미경, 온도계, 자물쇠 등 첨단 제품들도 함께 선보인 만국박람회는 6백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어요. 당시 영국 인구의 1/3 수준이었죠. 프랑스는 이런 영국의 모습에 크게 자극받았고, 기술자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을 초빙해 1889년 박람회에서 에펠탑을 공개하기도 했어요. 1885년에는 벨기에가 앤트워프 박람회에서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선보였고, 1939년 미국 뉴욕 박람회에서는 첫 텔레비전이 등장했죠. 그 시대 박람회는 유럽 강국들이 자국 기술력을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이었던 거예요. 

이후 20세기가 되면서 세계는 본격적으로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항공 운송, 인터넷 등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수출입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졌죠.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된 역량을 선보일 무대가 필요해졌어요. 한때 국가의 자존심 대결 무대였던 박람회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요. 그래서 현대 박람회는 분야와 상관없이 업계 종사자 네트워킹, 거래 등이 이뤄지는 ‘비즈니스 행사’로 자리를 잡게 됐어요.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박람회도 대중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젊은 세대가 박람회를 ‘새로운 경험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놀이터’로 바라보기 시작했거든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컸어요. 거의 모든 오프라인 행사와 이벤트가 취소되면서, 박람회 업계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세대의 니즈에 주목해야 했죠. 루이비통 모엣헤네시(LVMH) 회장 등을 맡았던 폴린 브라운(Pauline Brown)은 코로나19 이후 전시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제는 박람회도 경험 마케팅의 시대에 진입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긍정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글로벌 박람회 업계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업계 컨퍼런스와 세미나, 다양한 브랜드들과 신인 디자이너들의 전시,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복합적으로 선보였어요. 디자이너들이 엄선한 공간들을 ‘서울 디자인 스팟’으로 콘텐츠화하고, 관람객들이 코엑스 바깥에서도 박람회에 참가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죠.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참관객들과 더욱 가까워진 신기술 시연 이벤트, 브랜드 개성을 강하게 보여주는 굿즈와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새로운 경험’ 자체를 보여주는 공간 자체는 이미 많아요. 팝업스토어도 그렇고, 최근 들어서는 백화점과 마트까지 젊은 세대를 겨냥한 동선과 이벤트 등을 선보이고 있죠. 그렇다면 젊은 세대가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박람회장까지 가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람회의 진짜 즐거움: 알고리즘 밖의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기

뉴니커는 요즘 SNS 피드에 뜨는 게 비슷비슷하다는 생각 들지 않나요? 유튜브를 켜도 비슷한 주제의 영상과 쇼츠들만 보이죠. 이처럼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걸 추천해 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보이지 않는 방 안에 가둬두기도 해요. 이미 관심 있는 것만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거예요.

박람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요. 온라인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우연하고 예상 못한 발견의 순간들을 선물하거든요. 평소 찾아보지 않았을 브랜드, 있는지도 몰랐던 취향의 영역, 내가 관심 가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분야까지. 박람회는 이 모든 걸 한데 모아서 “편하게 한번 둘러보세요”라는 말을 건네요. 참가비도 대부분 무료이거나 1만 원 내외로 부담스럽지 않죠.

올해 인벤타리오 문구페어 후기를 보면 “평소 몰랐던 브랜드들, 소품들을 한꺼번에 접해서 ‘거대한 취향 저장소’에 들어온 것 같았다”는 메시지가 공통적으로 보여요. 문구에 크게 관심 없던 사람도 “어떤 필기구가 나와 잘 맞는지, 하나하나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죠

작년에 열린 불교박람회도 비슷한 반응을 끌어냈는데요. 당시 젊은 방문객 대부분은 불교를 종교가 아닌 콘텐츠로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부처님 초콜릿이나 ‘자빠진 쥐’ 도자기 인형이 귀여워 사고 싶어 왔다는 관람객도 있었죠. 여기에 뉴진스님의 EDM 공연이나 AI 부처님 고민 상담소 같은 프로그램들도 더해져서, 불교라는 세계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예요. 

이처럼 박람회는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예전에는 알지 못했거나 접하기 힘들었던 세상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알고리즘만 보여주는 세상에 갇힌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 나아가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같은 깨달음을 주는 거죠. 

하지만 모든 박람회가 이런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에요. 굿즈 판매에만 집중하거나, 포토존 몇 개 만들어두고 끝내는 경우도 많거든요. 작년 한 뷰티 박람회를 다녀온 관람객은 “브랜드 부스마다 제품을 팔고, 사진 찍으라는 것뿐이었다. 특별히 배우거나 경험할 게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어요.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방문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주지 못한 거죠.

그렇기에 박람회가 정말로 유의미한 경험의 장이 되려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이 분야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나도 이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거예요. 그래야 박람회가 단순히 반짝 떴다 지는 트렌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겠죠.

뉴니커는 최근에 어떤 박람회에 가봤나요? 혹시 관심 있는 분야의 박람회가 열린다면, 한번 가볍게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알고리즘이 절대 추천해 주지 않을,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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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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