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만큼 흔하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멀티탭 증후군'의 정체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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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만큼 흔하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멀티탭 증후군'의 정체 🧠
혹시 나도? 일에 연결돼 있지만 집중하기는 어려운 ‘멀티탭 증후군’

뉴니커, 혹시 지금 브라우저에 탭 몇 개 열려 있나요? 저는 방금 세봤는데, 10개가 훌쩍 넘네요. 자료 검색하고, 메신저 확인하고, 갑자기 온 메일 답장하고... 이렇게 작업하다 보니 어쩔 땐 ‘내가 이 페이지를 왜 열어놨지?’ 하게 되더라고요.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는데, 정작 제대로 끝낸 건 없는 거 같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뉴니커도 이런 경험 있지 않나요?
이런 현상을 요즘 SNS에선 '멀티탭 증후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여러 기기에 전원을 보내는 멀티탭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곤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라고 해요.
- 무언가를 하던 중, 갑자기 다른 할 일이 떠올라서 거기에 집중한다.
- 한 번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미루다가 급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이상해요.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게 능력이라고 배워왔잖아요. 채용 공고에도 '멀티태스킹에 능한 분'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멀티태스킹이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말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 게 효율적인 건지, 아니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집중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현대인의 필수 능력’이라 여겨지던 멀티태스킹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 볼까요?

멀티태스킹에 대한 믿음, 애초부터 환상이었다

‘멀티태스킹’이란 말은 컴퓨터 발전 초기인 1965년, IBM이 작성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됐어요. 당시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으로 정의했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이는’에요. 사실 컴퓨터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대신 아주 빠른 속도로, 여러 작업을 오가며 작업하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 사람의 멀티태스킹을 연구한 과학자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어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 각 작업의 수행도도 떨어지고, 시간 낭비와 실수도 증가한다”는 거였죠.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컴퓨터가 일터에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마련됐어요. 각종 광고와 미디어 보도들도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다뤘죠. 그러면서 기업에서도 ‘생산적’, ‘효율적’, ‘빠른 처리 능력’ 같은 키워드로 멀티태스킹 역량을 요구하기 시작했고요.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열풍이 더욱 거세졌어요. 기술이 더욱 발전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되면서, ‘기계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모습’ 자체가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로 그려졌죠.
하지만 멀티태스킹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어요. 1993년부터 멀티태스킹을 연구한 미국 미시간 대학 조슈아 루빈스타인 박사는 2001년 6월, 미국 심리학회 저널에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업무를 바꿀 때마다 시간과 집중력 같은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소모되고, 생산성도 20%~40%나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연구팀은 이메일 작성과 고객 응대를 동시에 하는 것 같은 사소한 멀티태스킹도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죠.
2010년에는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Le Figaro)에서 “사람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한계다”라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어요.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때, 우리 뇌는 각 작업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면서 반응했죠. 컴퓨터 CPU처럼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집중할 대상을 바꾸는 ‘스위치 태스킹(switch-tasking)을 했던 거죠.
2019년에는 멀티태스킹을 할 때 지능지수(IQ)가 낮아진다는 보도까지 나왔어요. 일시적이지만 하루 종일 깨어있는 수준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멀티태스킹을 할 때의 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새로운 정보를 인지하는 데 4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다른 일을 하다가 원래 집중하던 일로 돌아오려면 20분 넘게 걸리고요.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원래 가진 능력조차 제대로 활용 못했던 거예요.
멀티태스킹의 진실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
이처럼 멀티태스킹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왜 우리는 여전히 멀티탭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해요. 첫 번째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죠.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24시간 멀티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어요. 인공지능이 등장한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AI 쓰면 빨리 처리할 수 있지 않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러 업무를 해내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거예요.
또 다른 원인은 보고 들을 게 너무 많아진 디지털 환경이에요. 메신저와 이메일 알림에 SNS와 숏폼 콘텐츠, 단체 채팅방까지.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져요. 하지만 무작정 그런 알림을 무시할 수도 없어요. 이미 우리는 거의 모든 소통을 디지털 환경에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하며 지쳐가고 있어요.
AI도 사람들이 생각한 것만큼 효율적이지 않아요. “직장에 AI를 도입하고 업무 처리량은 늘어났지만, 사회적 고립감도 증가하고 있다”라는 보도, “AI 도구가 오히려 작업 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고 있다” 같은 연구 결과가 점점 자주,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AI가 생산성을 높여주는 건 맞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멀티태스킹을 요구하게 된 거죠.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어도, 우리는 SNS 속 ‘갓생’의 모습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쉽게 놓지 못해요. 한 브런치 작가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보는 '완벽한 삶'이 이런 증후군을 부추긴다"라고 말했는데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건강한 아침을 만들어 먹고, 출근해서는 성과를 내고, 퇴근 후에는 외국어 공부나 독서를 하고, 주말에는 새로운 취미를 즐기는 모습들. 이런 콘텐츠들을 보다 보면 ‘나는 왜 저렇게 못 하지?’라는 생각이 들죠.
오로지 지금만을 바라볼 때,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요즘은 우리가 해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직장 생활, 재테크 공부, 퍼스널 브랜딩, 취향 공부, 수익 자동화…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 많은 일들을 다 해내나 싶은 사람들밖에 안 보여요. 솔직히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뒤처지는 듯한 마음이 들고요.
하지만 모든 걸 동시에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할 때 가장 잘 작동하고, 그 사실은 오래전에 증명됐으니까요. 지금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제일 중요한 일도 사람마다 전부 달라요. 우리들 모두 각자의 방향, 각자의 속도로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뉴니커도 지금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쉽지 않을 거예요. 아직 안 읽은 뉴스레터, 미처 확인 못한 메시지가 계속 뉴니커에게 알림을 보낼 테니까요. 하지만 뉴니커에게 편한 방법으로 ‘지금’에 집중해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더 빠르게, 뿌듯하게 해야 할 일을 마칠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