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조회 수 1억 회? 요즘 Z세대의 초미의 관심사 ‘슬립맥싱’ 트렌드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틱톡에서 조회 수 1억 회? 요즘 Z세대의 초미의 관심사 ‘슬립맥싱’ 트렌드의 모든 것 🛌😪
😴 슬립맥싱부터 천원 낮잠까지, 우리는 왜 '잘 자기'에 목매는 걸까?

뉴니커, 요즘 잘 자고 있나요? 저는 하루에 짧게라도 낮잠을 꼭 자야 하루가 개운하더라고요. 가끔은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피곤해서, 수면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잘 자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한국수면산업협회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면 관련 산업이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으로, 10년간 6배 넘게 급성장했거든요.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수면 질을 측정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슬립테크(SleepTech)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요.
이런 유행의 중심에는 Z세대가 있어요. 이전 세대들보다 자신의 수면 유형을 알아보는 데 적극적이고, IT 기기 등을 활용하며 잘 자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죠. ‘잠 오는 소리’ 같은 키워드로 많이 검색하는 ASMR 콘텐츠도 인기가 좋아요. 유튜브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채널이 대표적인데요. 조회수가 2000만 회를 훌쩍 넘는 콘텐츠도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Z세대가 ‘건강한 수면’ 트렌드를 이끌고 있어요.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는 ‘슬립맥싱(sleepmaxxing)’ 콘텐츠들은 틱톡에서 총 1억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인데요. 자기 전에 키위 먹기, 입에 테이핑하기, 침실 온도 낮추기 등 다양한 팁이 공유되고 있죠. 10~20분 동안 얕은 잠을 자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파워 냅(power nap), 5분 남짓한 짧은 시간만 자는 마이크로 수면(microsleep)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왜 사람들은 이토록 ‘건강한 잠’에 진심이 된 걸까요?

4당5락에서 슬립맥싱까지, 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

“하루에 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
지금 들으면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10~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말이에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사자성어로도 부를 정도였죠. 그 정도로 우리나라는 적게 자고, 오래 일하는 걸 권장했어요. 밤을 새우며 공부하면 성실한 모범생, 야근을 자주 하면 열정적인 직원으로 평가받았죠. 잠을 줄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받던 때였어요.
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건 서양 문화권도 마찬가지였어요. 자본가와 사업가들은 수면을 ‘소중한 시간을 훔쳐 가는 죄인’이라고 말할 정도였죠. 잠을 설쳐가면서 바쁘게 일하는 게 그만큼 능력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믿었고요.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I’ll sleep when I’m dead)”, “잠은 약한 사람들이나 자는 것이다(Sleep is for the weak)” 같은 말들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어요.
하지만 2010년대 중반,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전에도 잠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서나 발언들이 나왔지만,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는 않았는데요.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으면서 원격근무가 일상이 되고, 일과 삶의 경계도 흐려지면서 사람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됐어요.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인들의 수면 건강을 조사한 결과, 눈에 보일 정도로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는 결과도 여럿 나왔죠.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잠의 의미도 달라졌어요. 게으름의 상징이 아니라 나의 건강,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존재가 된 거죠.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Z세대에게 수면은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존재가 됐어요. 2022년 미국 수면의학회는 Z세대 중 93%가 SNS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명상 앱 Calm은 18~24세 유저들의 1/3이 매일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밝혔고요. 틱톡과 유튜브 쇼츠 같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끊임없이 나를 남과 비교하게 만드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I)까지. 젊은 세대가 잠을 설치는 이유는 차고 넘쳐요. 일부러라도 푹 자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죠.
누군가는 “잠자는데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폴레옹이나 에디슨 같은 위인들은 3~4시간만 자고 일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잘 자고 싶은 마음은 젊은 세대만의 관심거리가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현대인의 수면 시간 부족에 대한 우려, ‘잠을 자는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를 강조하는 기사가 지금도 꾸준히 나오죠.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잠을 마음 놓고 못 자는 걸까요?
AI도 쉬는데, 우리는 왜 24시간 깨어있으려 할까? 🤖

사실 ‘잠은 게으름’이라는 문화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 몸을 갈아 넣으며 일하는 실리콘밸리의 허슬 컬처(Hustle Culture), 주 6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중국의 ‘996 근무제’가 대표적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요. 수면시간을 줄이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나 운동 등을 하는 게 ‘갓생’ 같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비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처럼 24시간 일할 수 없잖아요. 심지어 로봇,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휴식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연구소에 따르면, 생성형 AI에게 휴식할 시간을 줄 때 성과가 최대 80% 넘게 향상된다고 해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는 “인공신경망에서 사람이 잠을 자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구현하면, 환각 현상 등을 줄이고 결과물도 더 좋아진다”는 논문도 실렸죠.
경제 관련 지표도 잠을 잘 자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보여줘요. 미국 대표 싱크 탱크인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는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연간 4100억 달러, 약 560조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어요. 일본도 1380억 달러, 독일은 600억 달러 손해를 보고 있었고요. 수면의 질에 관심을 가지는 건 호들갑이 아니라, 나의 건강은 물론 생산성까지 챙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기업가들과 정부 기관들도 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하루 8시간 수면이 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밝혔어요. 합리적으로 생산성을 따져봐도, 잘 자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강조했죠. 우리나라만큼이나 과로 문화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직장인들의 수면 시간 보장을 의무화했어요. 하루 근무가 끝난 후 다음 날 근무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거죠.
결국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적게 잘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잘 수 있을까?"예요. AI 시대일수록 창의적 사고, 감성적 판단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이런 것들은 충분한 수면 없이는 불가능하거든요.
최대한 오래 깨어있는 게 아니라, 제때 잘 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진짜 능력인 시대. 이제 우리도 "오늘 몇 시간 잤어?"가 아니라 "오늘 얼마나 잘 잤어?"를 물어 봐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