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보다 싸고 강력한 ‘마운자로’가 온다? 우리가 몰랐던 비만 치료제 트렌드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위고비’ 보다 싸고 강력한 ‘마운자로’가 온다? 우리가 몰랐던 비만 치료제 트렌드의 모든 것 💉
돈만 있으면 누구나 날씬해진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춘추전국시대

뉴니커, 최근 "위고비로 20kg 뺐어요!" 같은 후기 본 적 있나요? 위고비는 최근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해진 비만 치료제 종류 중 하나인데요. 유명인들이 ‘위고비 간증’을 공유하면서 마운자로, 오젬픽 등 비만 치료제 전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저도 제 피드에 후기 콘텐츠들이 자꾸 보여서 ‘얼마나 효과가 좋길래?’ 싶더라고요. 위고비 가격은 한 달에 45~80만 원 정도로 비싸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라고 해요. 커뮤니티 등에서 사람을 모아 ‘나눠맞기’를 할 정도죠.
사람들이 비만 치료제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일 거예요. 비만 치료제만 맞으면 살이 저절로 빠지니까요. 식단 관리나 힘든 운동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거죠. 하지만 비만 치료제가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사회적 시선,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까지 흔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비만 치료제는 편리한 건강함을 가져다주는 선물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일까요? 오늘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트렌드에 대해 알아볼게요.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 비만과의 전쟁사 총정리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의 역사는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최초의 비만 치료 제품은 산업용 화합물이었던 다이나이트로페놀(DNP)이었어요. 원래 살충제 등의 원료로 쓰였지만, 1933년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알려져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체온이 44도까지 올라가고, 백내장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1938년 판매가 금지됐어요. 1947년에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최초로 암페타민을 비만 치료용으로 승인했지만, 마약의 일종이라는 게 밝혀져서 1979년 시장에서 퇴출당했죠.
중독 걱정 없는 비만 치료제는 2000년대 들어 등장했어요. 지방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제니칼(Xenical)이 바로 그것. 제니칼 역시 두통이나 복부 불쾌감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먹기만 하면 된다’는 편리함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후에도 리덕틸(Reductil), 벨빅(Belviq) 등 다양한 유사 제품들이 출시됐지만 부작용 논란에 휩싸여 판매 허가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러다 2014년, 뇌의 식욕 회로에 직접 작용하는 비만 치료제가 최초로 나타났어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삭센다(Saxenda)가 음식물 섭취에 반응해 입맛을 떨어트리는 GLP-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처럼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식욕을 줄여준다는 게 밝혀졌거든요. 살을 빼는 것 뿐만 아니라 감량된 체중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는 게 알려지면서, 삭센다는 단숨에 업계의 슈퍼스타가 됐어요. 삭센다의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이때 가능성을 보고 2021년 후속작인 위고비를 출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거죠.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에요. 위고비의 시장성을 본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거든요.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Z) 등 다국적 대기업들은 물론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경쟁에 뛰어들었죠.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9조 5000억 원에서 2028년 68조 원까지 급성장할 걸로 전망되는데요. 특히 미국 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위고비의 매출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요.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출시될 예정이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이런 비만 치료제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편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요. 치료가 아니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위고비처럼 편한 방법이 있는데도 왜 살을 빼지 않는 거지?" 같은 잘못된 인식이 퍼질 가능성도 제기돼요. 미국에서는 2023년부터 ‘비만은 질병인가, 선택인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더더욱 불이 붙은 상태죠. 주사만으로 살을 빼는 시대, 우리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시장의 어두운 면: 비만은 혼자서만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질병’이다

뉴니커는 살이 찌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터넷을 보면 ‘자기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 혹은 ‘자제력이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 등의 말들이 많죠. 하지만 비만의 원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해요. 당장 직접적으로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밝혀진 유전자만 100가지가 넘거든요. 비만 환자의 20%는 그 원인이 유전자 탓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소득 수준과 직업도 비만의 원인이 돼요.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칼로리가 낮은 음식은 대부분 비싸요. 요즘 물가도 많이 올라서, 마트에서 채소 몇 개만 담아도 예산을 훌쩍 넘기잖아요. 저소득층이거나 불규칙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 등 저렴한 고칼로리 음식에 의존하게 되죠.
우리 몸을 속이도록 진화한 가공식품 산업도 문제에요.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유명한 요한 하리(Johann Hari)는 현대 식품산업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취재해 지난 2월 ‘매직필(Magic Pill)’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요. 그는 이 책에서 ‘가공식품 산업이 합성 감미료와 첨가물로 포만감을 줄이고, 불필요한 군것질을 하도록 발전했다’고 주장해요. 여기에 비만을 자기관리,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합쳐져 상황이 더 나빠진 거고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소셜 미디어가 지목돼요. 비만 치료제로 ‘며칠 만에 몇kg을 뺐다’ 같은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완벽한 몸을 선망하게 됐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긍정하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도 기세가 꺾였고요. 지난해 가을·겨울 패션을 소개하는 230여 개 패션쇼에 등장한 8800개의 룩 중,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했다고 해요. 이에 보그 비즈니스는 ‘2025년 S/S 시즌 사이즈 포용성 보고서’에서 “오젬픽 열풍 속에서 극도로 마른 모델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요. 연예인같이 마른 몸이 되고 싶어 과할 정도로 체중 감량에 집착하는 프로아나(pro-ana)들이 보다 저렴하고 쉽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성지’를 찾아다니는 것. 지난 7월에는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에서 이 문제를 보도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젊은 세대가 왜 비만 치료제와 무리한 다이어트에 목매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죠.
물론 비만 치료제에는 긍정적인 가치도 있어요. 유전적 문제가 있거나, 질병에 의해 체중 감량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이 되어주니까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비만 치료제를 의약품이 아니라 ‘빠르게 살 빼주는 물건’으로만 바라보고, 반드시 연예인 같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일지도 몰라요. 앞으로도 계속될 비만 치료제에 대한 논쟁, 뉴니커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