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 트렌드는 바로 토마토? 🍅 Z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 ‘제철 코어’가 왔다

2025 여름 트렌드는 바로 토마토? 🍅 Z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 ‘제철 코어’가 왔다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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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트렌드는 바로 토마토? 🍅 Z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 ‘제철 코어’가 왔다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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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먹어야 해!” 제철이 ‘코어’가 된 이유

뉴니커는 요즘 어떤 과일을 주로 먹나요? 저는 최근에 지인이 “납작복숭아는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지!” 라며 복숭아를 보내줬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1일 1 복숭아를 실천 중이에요. 제철 과일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특정 계절과 어울리는 먹거리나 콘텐츠, 이벤트 등을 즐긴다는 뜻의 ‘제철 코어(seasonal core)’가 트렌드가 됐거든요.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나는데요. 한 대형 종합 식품기업은 올해 3월 신선식품 사전 예약 서비스 매출이 작년 대비 49% 급성장했다고 밝혔어요. 인스타그램에서도 ‘제철’ 관련 게시물이 2024년 기준 약 17만 개로, 2년 전보다 80% 가까이 늘어났고요

하지만 이어지는 폭염에 “이제 우리나라 계절은 여름과 겨울뿐인 것 같아... 🥲”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절의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 요즘인데요.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왜 사람들은 오히려 ‘제철 코어’ 트렌드에 더 진심인 걸까요? 


납작복숭아·초당옥수수 등 ‘제철 코어’ 트렌드, 사계절이 흐릿해지며 만들어진 새로운 유행

이미지 출처: (왼쪽부터) 부크크 인스타그램, 그래도팜, 웅진푸드 인스타그램 

“제철 과일이 보약이다”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사실 이 말은 공자가 ‘불시불식(不時不食)’이라는 사자성어로 기록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는데요. “제때가 아닌 곡식이나 과일은 가급적 먹지 않고, 계절에 맞는 식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가르침이었어요. 이처럼 제철의 가치 자체는 세대를 불문하고 널리 알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젊은 세대의 트렌드라고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는데요. ‘제철 코어’가 Z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유행이 된 데엔 여러 이유가 있어요.  

먼저, Z세대의 관심사가 변했어요. 코로나 시기를 거친 후 Z세대가 저속 노화, 혈당 관리 등 건강한 삶과 루틴에 관심을 갖게 되며  제철 음식은 젊은 트렌드로 변신했어요. 제철 코어의 대표적인 경우는 여름 제철 과일인 ‘토마토’예요 🍅. 초반에는 솔직한 사람이 되라는 뜻을 담은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토마토)가 돼라’라는 속담이 SNS에서 큰 공감을 얻었는데요. 이후 여름 감성을 담은 차정은 작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도 화제를 모았고, 토마토 모양 키링 등도 인기를 끄는 등 토마토 자체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계절감이 담긴 소품을 SNS에 인증하는 게 유행하면서, Z세대는 제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중이에요. 

점점 심해지는 기후 위기 역시 제철 코어 트렌드에 큰 영향을 줬어요. 계절별로 즐길 수 있던 것들이 예전보다 귀해졌거든요. 2024년 기상청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폭염과 한파 등이 발생하는 걸 보며 기후 위기를 실감한다”고 응답했는데요. 예전에는 당연했던 벚꽃축제, 단풍 구경 나들이 등 계절별 이벤트들의 기간이 짧아지거나 아예 열리지 않게 되면서, Z세대는 제철 콘텐츠를 지금이 아니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더더욱 계절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인증하는 움직임이 늘어난 거죠. 

제철 코어 트렌드는 단순한 반짝 유행 이상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블로그에서 '제철'이 약 7만 6000건 언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증가했다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제철' 관련 게시물이 8만 3000개를 넘겼고요. 소셜 미디어 X에서는 “금수저보다도 제철과일수저가 제일 부럽다”는 말이 2600회 넘게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어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산지제철’ 카테고리를 선보였고, 과일 큐레이션 플랫폼 온브릭스는 물복 vs.딱복, 복날 원기회복 과일 등 제철 코너를 만들었죠. 컬리는 솜사탕 적포도, 후무사 자두 등 여름 제철 과채를 20% 할인 판매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주요 대형마트들도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어요. 

계절 자체를 제철 코어로 활용하기도 해요. 최근 교보문고가 진행 중인 ‘여름 보물찾기’ 이벤트가 바로 그것. 교보문고 광화문점 곳곳에 여름과 어울리는 책, 굿즈 등이 담긴 꾸러미를 숨겨놓은 건데요. 7월 초에는 여름에 어울리는 책과 문장들을 볼 수 있는 ‘여름 NFC 키링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제철 코어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어요.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마음, 내 마음대로 인증하고 꾸미는 SNS 감성과 어울리는 점  등이 주로 언급되죠. 한편에선 “또 다른 반짝 트렌드에 불과하다” 혹은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죠. 

하지만 저는 제철 코어 유행의 이유가 기후 위기, Z세대의 특성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철 코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현상이거든요. 


제철 코어 트렌드는 잊혀져가는 삶의 자연스러움을 되찾고 싶은 마음

이미지 출처: (왼쪽) 위키피디아 / (오른쪽) Unsplash/Erik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자연의 영원한 리듬을 상기시켜 주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책 ‘월든(Walden)’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이자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남긴 말이에요. 그가 말한 것처럼 계절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우리 삶은 때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고 빛나는 순간도 찾아온다는 걸 계절은 온도와 습도의 변화로 알려주죠. 덥고 추울 때도 있지만, 기분 좋게 시원하거나 따뜻한 때도 있는 것처럼요. 

계절별 특징도 제철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요. 그림처럼 흩날리는 봄날의 벚꽃, 강과 바다를 빛내는 한여름 햇빛, 선풍기나 에어컨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가을바람의 시원함, 뽀드득 소리를 내며 밟을 수 있는 겨울철 눈길 같은 것들. 모두 그때가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그런 가치에 일찍 눈떴고, 각자의 방식으로 누리려 하는 거고요.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제철에 주목하는 이유일 거예요. 지금 우리 세상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요. 하루에도 몇백 개씩 콘텐츠가 쏟아지고, 트렌드는 달라지고, 온갖 사건·사고가 일어나죠.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리고 있고요. 이렇게 24시간 몸과 마음이 바쁜 시대, 사람들은 여유와 쉼을 그리워하게 됐어요. 그런 가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게 제철 음식과 콘텐츠로 만날 수 있는 '제철 코어'고요. 한여름에 맛있는 복숭아를 베어 물거나, 입김을 호호 불며 군고구마를 먹는 순간은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스러움을 일깨워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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