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못난이' 라부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인기일까?

'귀여운 못난이' 라부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인기일까?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귀여운 못난이' 라부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인기일까?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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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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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OP MART

뉴니커는 어떤 키링을 들고 다니나요? 저는 요즘 사람들의 가방에 걸린 다양한 키링을 구경하는데요. 최근 들어서 부쩍 자주 보이는 키링 인형이 있어요. 장난기 가득한 눈가와 폭신한 솜털, 악동 같은 뾰족뾰족한 이빨까지. 어딘가 낯설지만 귀여운 라부부(Labubu)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서는 신드롬 수준으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해요.

라부부는 2023년, 블랙핑크 리사가 본인 SNS에 라부부 키링을 인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어요. 광고가 아니라 온전히 본인 팬심으로 라부부를 구매했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모았죠. 이후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 DJ 페기구 등이 잇따라 인증샷을 올리면서 라부부는 단숨에 주목받게 됐는데요. 세계 최대 금융기업인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는 “라부부가 새로운 ‘슈퍼 IP’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전 세계 Z세대는 왜 이토록 라부부라는 캐릭터에게 열광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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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라부부 스토어

라부부는 홍콩 디자이너 카싱 룽(Kasing Lung)이 창조한 캐릭터예요. 그가 만들어낸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세계관에 속한 존재이기도 하죠. 카싱은 네덜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유럽 신화, 특히 북유럽 민담 속 엘프에 매력을 느꼈어요. 이때의 경험은 그의 작품 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고, 여러 상상 속 존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더 몬스터즈’ 세계관으로 이어진 거죠.

이미지 출처: 카싱 룽 인스타그램

이후 카싱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2012년, 홍콩의 아트토이 전문 기업인 하우투워크(HOW2WORK)와 협업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2015년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모인 ‘더 몬스터즈’를 선보이며 큰 화제가 됐죠. 이 세계관에서 라부부는 다른 캐릭터들을 돕고 싶어 하지만, 본의 아니게 사고를 치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여서 특히 관심을 모았어요. 그중에는 단순한 장난감 가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팝마트’도 있었고요.

2010년 문을 연 팝마트는 원래는 장난감 편집숍에 가까웠어요. 마블(Marvel), 디즈니(Disney) 등 유명 IP(지식재산권)의 제품들을 수입해 판매했죠. 하지만 경쟁사들이 빠르게 늘어났고, 팝마트만의 매력이 없어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러다 2015년, 일본의 소니엔젤(Sonny Angel) 판매권을 획득 후 ‘수집하고 싶은 IP’의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8cm 남짓한 귀여운 크기, 어떤 디자인이 나올지 모른다는 ‘블라인드 박스(blind box)’ 시스템 덕분에 1달에 6만 개 넘는 제품이 팔렸거든요. 이때를 계기로 팝마트는 경쟁력 있는 IP 확보, 자체 IP 개발에 힘을 기울였어요. 이 과정에서 2019년에 카싱 룽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고, 라부부를 상품화한 거죠.

현재 라부부는 말 그대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은 지난 5월 기준 ‘라부부’ 검색량이 전월 대비 500%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죠. 희귀한 한정판 제품들은 가격이 폭등해 ‘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고요. 팝마트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주가는 1년 만에 6배 이상, 해외 매출은 5배 가까이 급증했어요. 오프라인 전시와 팝업 스토어,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 등으로 확장에도 힘을 주고 있고요. 

하지만 라부부 열풍에 대한 비판도 있어요. 라부부 인기의 요인이 ‘빨리 사야 한다’는 불안감을 일으키고,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구매하게 만드는 상술에 있다는 거죠. 중국 정부는 “청소년들의 랜덤 박스 소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규제를 시사하기도 했어요.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팝마트 장중 주가가 5% 넘게 떨어지기도 했죠. 라부부의 세계관도 ‘이런 캐릭터는 이런 매력이 있다’ 정도의 설명만 있는 정도여서, 일시적인 붐 이상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라부부의 팬을 자처하고, 기꺼이 매장 입구에 줄을 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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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는 기존의 화려하고 예쁜 캐릭터와는 조금 달라요. 삐뚤빼뚤한 이빨, 심술궃지만 어딘가 귀여운 미소는 불완전하기에 더 정감이 가죠. 라부부의 팬들이 “우리 마음속 스트레스가 어떤 모습인지 캐릭터로 만든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고요. 전문가들은 라부부는 끊임없는 경쟁,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에 시달리는 Z세대에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해요. 불완전한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주는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유행이 나쁜 건 아니에요. 저도 어릴 때부터 레고를 좋아해서, 가끔씩 레고를 조립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거든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반짝 위로’를 주는 브랜드나 IP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경제가 어려울 때 립스틱 같은 작은 사치품으로 만족을 얻는다는 ‘립스틱 효과’도 생각났고요. 그래서 귀여운 굿즈에 열광하는 게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대로 괜찮을까?’하는 걱정도 됐어요.

보그(Vogue) 에디터 수자타 아소물(Sujata Assomull)은 “팍팍한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가볍게 느껴지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호감을 느낀다”며 “‘귀엽다(cuteness)는 개념은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자극한다. 너무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어요. 팬데믹과 경기 침체,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까지. 지금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있어요. 그렇기에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장난감으로 일종의 ‘감정 반창고’를 붙이는 거죠.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위로가 오래가기는 어려울 거예요. 단순히 귀엽다는 감성, 한정판이라는 요소가 중심이 된 캐릭터들은 그만큼 빨리 잊히고 대체되기 쉬워요. 결국 사람들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 줄 또 다른 존재를 찾겠죠. 어쩌면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보다 깊은 차원에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장기적인 위로의 방식이 아닐까요?

뉴니커는 라부부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키링이나 굿즈 같은 것들로부터 ‘단기 마음처방’을 받아본 적 있는지, 라부부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뉴니커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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