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가 도쿄보다 힙한 여행지로 뜨고 있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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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가 도쿄보다 힙한 여행지로 뜨고 있는 이유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어디로 갈까?” 고민도 깊어질 텐데요. 요즘 중국 상하이 여행이 뜨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나요? 최근 제 주위에도 상하이 여행을 다녀온 뒤 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상하이 여행 관련 콘텐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X(옛 트위터)에는 각종 꿀팁과 후기를 담은 ‘상하이 여행 타래’는 물론, ‘상하이 여행 루트’, ‘상하이 여행 준비물’, ‘상하이 여행 선물’ 등의 키워드가 뜨고 있고요.
사실 그동안 단거리 해외여행지로 압도적 인기를 누렸던 건 바로 일본이에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지역은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찾다 보니 거의 ‘국민 여행지’가 된 지 오래인데요. 반면 중국 여행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어요. 홍콩이나 마카오 같은 곳을 빼고 중국 본토를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던 것. 그나마 ‘효도여행의 메카’로 불리는 장가계(张家界) 정도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인기였는데요.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중국 여행 열풍은 여러모로 예전과 다르다고.

훑어보기 👀: 도쿄보다 힙하다고? 상하이 여행이 뜬다 🇨🇳

상하이는 중국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에요. 국제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이자 세계 1위의 컨테이너 물류량을 자랑하는 무역 중심 도시이기도 한데요. 그런 상하이가 요즘 우리나라 MZ세대 사이에서 핫한 여행지로 뜨고 있어요.
몇 가지 숫자부터 살펴볼게요. 온라인 여행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 설 연휴 기간 동안 도쿄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항공권이 판매된 도착지는 바로 상하이였어요. 5월 초 황금연휴 때도 트립닷컴 내 상하이 항공권 예약 순위가 3위로 뛰었고요. 또 다른 여행 플랫폼 ‘클룩’ 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여행지로 상하이가 꼽히기도 했다고.
상하이 여행 인기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도 비행기를 더 자주, 많이 띄우는 중이에요. 올해 들어 서울-상하이 노선 수요가 작년보다 50% 가까이 늘면서 직항 노선이 하루 40편 수준까지 늘었고, 부산-상하이 항공편 수요는 115%가량 증가했어요. 중국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제주-상하이 노선도 잇따라 증편되는 중이라고.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급증했어요. 트렌드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에 따르면 ‘상하이 여행’ 키워드의 월간 검색량은 올해 1월 기준 6개월 전보다 무려 3배가량 늘었는데요. 특히 ‘상하이 자유여행’, ‘상하이 여행 코스’ 등의 검색어가 인기였어요.
상하이 여행이 인기를 끌다 보니 새로운 풍경도 펼쳐지고 있어요. 상하이 시내 한 대형마트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공유된 ‘쇼핑리스트’를 손에 든 한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는데요. 이에 마트 측은 한국어 안내판을 설치하고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결제를 도입하는 한편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배치했다고. 상하이 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인 관광객 인파는 중국 방송을 타기도 했어요.
상하이에 가면 뭐가 있냐고요? 상하이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놀거리를 소개하는 SNS 게시물과 유튜브 브이로그, 숏폼 영상은 끝도 없는데요.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인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는 물론 또 다른 훠궈 체인 ‘홍지에라오’, 셀럽들의 인증샷이 쏟아지는 양꼬치 식당, ‘느좋’ 카페와 소품샵·빈티지샵까지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곳이 많다고.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한 이후 명소로 떠오른 ‘상하이 북시티’처럼 트렌디한 핫플도 많고요.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만큼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에요.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 많아 숙소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부터 전통 특산품, 트렌디한 브랜드 제품에 이르기까지 쇼핑거리도 다양하고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많아 미식 여행을 떠나기도 좋다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디즈니랜드도 빼놓을 수 없고요.
MZ세대 사이에서는 ‘제2의 오사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하이가 인기 여행지로 뜨는 중인데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상하이는 어떻게 단숨에 핫한 여행지로 떠오르게 된 걸까요?
자세히 보기 🔎: 난 몰랐어 상하이가 이리 다채로운지 ✨

상하이 여행 인기가 높아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바로 무비자 입국 정책이에요.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8일부터 2025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는데요. 중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한 건 1992년 한국·중국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11월 22일부터 무비자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렸어요. 한국인은 누구나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교류 방문 등의 목적으로 최대 30일까지 중국에 비자 없이 머물 수 있게 된 것.
그동안 중국 여행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자였어요. 개인이 중국을 방문하려면 몇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비자를 직접 신청해야 했고, 신청 절차도 까다로웠거든요. 대행 수수료는 들지만, 여행사를 통해 그나마 비교적 간단하게 단체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패키지관광이 인기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고요.
무비자 정책이 발표되자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어요. 여행사마다 중국 여행 예약률이 70% 넘게 늘어난 것. 그동안 비자 발급 부담 때문에 중국 여행을 꺼렸던 사람들이 “중국, 이번 기회에 한 번 가볼까?” 하며 대거 몰린 거예요. 항공사들은 서둘러 중국 항공권 특가 프로모션에 나서거나 항공편을 늘렸고요.
그중에서도 상하이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따로 있어요. 상하이는 인천공항에서 2시간 만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항공권도 저렴하기 때문. 한국과의 시차도 1시간에 불과하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금요일에 퇴근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로 떠나는 ‘밤도깨비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상하이가 관광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도 한몫했어요.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최첨단을 달릴 정도로 발전한 대도시인데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있고, 로봇·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시설물도 경험할 수 있다고. 거리도 잘 정비되어 있고, 치안도 좋은 편이고요.
상하이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도시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대표적인 게 바로 19세기에 지어진 서양식 근대 건축물이에요. 이때 지어진 건축물들은 상하이 특유의 이국적 풍경으로 남아 있어서 MZ세대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꼽히는데요. 서양 건축물을 모방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성한 게 아니라 상하이만의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고.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网红)’ 메이크업 체험이나 밀크티·훠궈·과일차 같은 먹거리, 의외로 가격과 퀄리티가 좋다는 중국 현지 브랜드의 뷰티 제품도 상하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요. 상하이가 일본이나 대만,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던 만큼 뻔하지 않은 ‘신선한’ 여행지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테고요.
물론 중국 여행이 처음인 관광객이라면 낯선 부분도 있을 거예요. 중국의 악명 높은 폐쇄적 인터넷 검열·차단 정책 때문에 구글맵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대부분 차단되어 사용할 수 없고, 비자·마스터 등 글로벌 신용카드도 거의 통하지 않기 때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바가지요금을 냈다거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했다는 후기도 있고요.
그럼에도 상하이 여행은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홍콩을 빼고는 중국 본토에 가본 경험이 아직 없는데요.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 낯선 자극에 나를 노출시키는 게 바로 여행이라면, 상하이만큼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엔저 현상도 끝나버린 지금이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상하이의 매력을 경험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인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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