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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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 👕👗

서울 강남이나 명동, 성수동이나 한남동 등 요즘 사람 많고 인기 많은 곳에 가보면 커다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뿐만이 아닙니다. 작년에 대구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동성로에 들렀다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지나쳤고 이외에도 부산, 울산, 대전 등지에 단독 스토어 혹은 어딘가 입점이라도 해 있습니다. 과연 무신사 스탠다드는 어떤 브랜드일까요. 오늘은 무신사 스탠다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신사의 성공 비결

무신사 스탠다드, 소위 무탠다드의 본체는 무신사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무신사는 처음 패션 웹 커뮤니티로 시작했고, 웹 매거진으로 확대되었다가, 2009년 이커머스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와 패션 웹 매거진은 많았고 또한 여러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패션 플랫폼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며 확장해 브랜드화에 성공하고 1020 남성이라는 한정된 타겟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지금 정도의 규모로 성장하는 데 성공한 건 무신사가 거의 유일합니다.
성공의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다 그렇듯 운도 작용했겠지만 우선 타이밍이 빠르고 좋았습니다. 당시 패션 커뮤니티와 웹 매거진에는 정보만 쌓이고 있었지만 이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내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었죠. 하지만 무신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얻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할 브랜드 입점몰로 전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무신사는 스타일 추천, 후기, 실시간 랭킹 등으로 다른 사람이 어떤 걸 많이 입는지, 비슷한 나이대에 인기가 많은 브랜드와 제품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좋게 만들어갔죠. 비슷한 또래가 뭘 입는지, 내가 산 게 대세에서 너무 어긋난 건 아닌지, 남들이 봤을 때 괜찮게 보이기는 하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1020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지표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어 줍니다.
또한 무신사가 성장하던 시기는 ‘디스이즈네버댓’이나 ‘커버낫’, ‘LMC’ 등 로컬 브랜드들이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남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서서히 소문이 나기 시작한 브랜드의 옷을 재빠르게 입기 시작하면서 뭔가 앞서가는 기분도 좀 느낄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도 인지도가 오르고 매출이 오르는 식으로 동반 성장하기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어디든 사람들이 많으면 브랜드와 고객이 그곳으로 점점 더 몰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리를 선점한 무신사는 이런 시기를 거치며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SPA

이런 상황 속에서 2018년 ‘무신사 스탠다드’가 런칭하게 됩니다. 당시 주변 상황을 보면 무신사 플랫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고, 유니클로와 자라 등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속옷이나 티셔츠, 셔츠와 청바지 등 기본 아이템은 패스트패션 쪽에서 적당한 가격, 다양한 컬러,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었죠. 무신사는 판매 중인 상품군들을 분석한 결과, 패션 브랜드는 많지만 베이직한 기본 아이템이 은근히 적다는 인식 아래 자체 PB로 고품질 기본 아이템을 내놓는 브랜드를 런칭하기로 합니다.
처음 런칭했을 때는 티셔츠와 데님, 셔츠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내놓았습니다. 내부에서 기획해서 생산업체와 협업해 생산하고 품질관리까지 하는 등 전형적인 PB지만, 제조와 소매 일체형인 SPA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을 합니다. 커다란 소매 플랫폼이 자체 브랜드를 SPA 방식으로 내놓는 건 트렌드나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확장을 해 갑니다. 상품 카테고리도 아우터웨어와 액세서리 등으로 넓혀가고 룩북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한 마케팅도 강화합니다. 이에 따라 매출액이 해마다 크게 늘면서 2019년 33억 원이었던 게 2020년에는 800억 원을 넘게 됩니다. 2022년에는 1794억 원이 되죠. 2024년에는 무신사 전체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는데,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을 살펴보면 약간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 나온 베이직 피케 셔츠를 보면 색상이 20가지입니다. 거기에 릴랙스, 오버사이즈, 오버사이즈 크롭, 쿨탠다드, 슬릿 넥, 테리클로스, 버티컬 클로셰, 하프 집업 등등 소재, 핏, 디테일 등으로 파생된 제품들이 있습니다. 각각 모두 20가지 색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색상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어떤 겨울 코트가 나오나 싶어서 뒤적거렸던 울 발마칸 코트만 봐도 12가지 색상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만테코(Manteco) 사의 헤링본 울을 사용한 시리즈, 스코틀랜드 셰틀랜드(Shetland) 울을 사용한 시리즈, 헤어리 알파카를 사용한 시리즈 등으로 또 파생된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합쳐보면 내놓는 제품군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라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기본 아이템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는 특별히 나올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눈에 띄는 컬러를 늘려서 특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색상 발매를 통한 수요를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지 데이터가 쌓이겠죠. 특정 제품이 마음에 드는 경우 여러 벌 구매로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 아이템이기 때문에 항상 필요합니다. 릴랙스드 핏 화이트 티셔츠를 샀는데 마음에 든다면 어차피 쟁여 놓고 입는 거 여러 컬러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벨트와 구두, 속옷과 우산, 스포츠와 침구류까지 생활필수품 분야를 싹 훑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약간 가두리 그물망 같죠.
이런 제품군이 호응을 받는 건 패션의 변화 흐름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004년 H&M과 칼 라거펠트가 처음 협업 컬렉션을 내놨을 때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같이 뭔가 내놓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죠. 잡지에서는 저렴한 기본 아이템과 고급 패션을 함께 매칭하는 방법을 다루기도 했죠. 이전에는 고급 패션과 저렴한 패션 시장이 분리되어 있었고, 입는 사람도 달랐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교집합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합리적인 기본 아이템에 고급 가방, 한창 인기 높은 아우터웨어로 포인트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 되었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무신사에서 대량 생산한 베이직 제품을 내놓을 경우 소규모 젊은 브랜드들은 어차피 규모의 경제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기본 아이템 쪽은 아예 무신사 스탠다드에 넘긴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조금 더 패셔너블한 쪽으로 몰아갈 수 있겠죠. 즉 한계를 넓히는 게 나은 선택이 되고 이게 좋은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기본 아이템과 패셔너블한 아이템 조합으로 한정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겪을 법한 문제의 대부분은 대형 편집샵의 자체 브랜드, 패스트패션의 문제와 겹칩니다. 예를 들어 판매 플랫폼을 운영 중인 회사가 제품군이 지나치게 겹치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면 마찰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입점 브랜드에서 제품을 테스트용으로 쓰고 잘 팔리면 직접 출시한다는 비판이 생기기 쉽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외주 생산 업체 압박, 필요 이상 생산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패션의 생명이라 할 스타일의 다양성이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기본 아이템 대신 극적인 패셔너블함을 추구하는 모험을 떠날 수도 있지만 이건 양날의 검입니다. 잘 풀리면 특이한 패션으로 사랑을 받고, 잘 안 풀리면 이상한 패션으로 외면받고 사라지겠죠.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특이하고 결정적인 컬러를 만들어 내는 비용을 외면하면서 무난한 컬러를 수없이 내놓고, 도박은 남들 시키고 큰 덩치는 안전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형국입니다. 큰 규모의 대형 브랜드는 실패를 이겨낼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패션 실험에 나서며 다른 브랜드에도 영감을 줄 능력이 있고, 그래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아무튼 무신사 스탠다드는 현재 확장 중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의 개폐회식 단복을 만들었습니다. 너무 심플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팔작지붕, 대북 모양, 태극 무늬 등 한국적 모티브를 집어넣고 기능성 소재로 날씨에 대응하고 편한 착용감을 내세웠죠.
맨 앞에 이야기했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도 있습니다. 번화가의 단독 매장 뿐만 아니라 백화점, 쇼핑몰 등에도 큰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GS25 편의점에도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들어갔습니다. 온라인에서 출발했지만 이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 둘러보고 입어보면서 옷을 고르고, 매장 콘셉트와 고객 응대 등으로 이미지를 정돈해 갈 필요가 생깁니다. 여기에 더해 명동이나 홍대, 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서도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꽤 큰 덩치의 국내 패션 브랜드가 급성장 중이고 소비자와 여타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한 상황입니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포지셔닝은 합리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지금의 소비자 감각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브랜드가 너무 강력해질 때 패션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과 실험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하며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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