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3 ‘월드 오브 스우파’의 모든 것: 국뽕 빼고 붙는 국가 댄스 대항전 💃

스우파 3 ‘월드 오브 스우파’의 모든 것: 국뽕 빼고 붙는 국가 댄스 대항전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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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3 ‘월드 오브 스우파’의 모든 것: 국뽕 빼고 붙는 국가 댄스 대항전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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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Mnet/X

5월 27일, 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3’)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본·호주·미국·뉴질랜드 총 5개국 6크루가 참여하는 이번 시즌은 대거 규모를 키웠는데요. 

반가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시즌 1의 크루별 리더들(허니제이·아이키·가비·리정·리헤이·노제·효진초이)과 립제이로 이루어진 한국 크루 ‘범접’인데요. 개개인이 추구하는 춤의 세부 스타일과 철학, 성향이 다르다는 걸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학습한 시청자라면, 이들이 프로젝트성 크루를 결성하는 데에도 어떤 결심이 필요했으리라는 걸 짐작하셨을 거예요. 오늘은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스우파가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지, 스우파 시리즈 이후 댄스 신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스우파 3은 본방이 아니라 ‘무편집 풀캠 버전’이 진짜라고? 

이미지 출처: (좌)TheChoomofficial/YouTube, (우)waackxx_xy/YouTube

스우파를 처음 기획할 당시 최정남 PD는 미국 NBC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 오브 댄스’를 보며 이런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국내 방송에서도 배틀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스트리트 댄서들의 배틀을 시청자가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스우파 시리즈는 언제나 ‘약자 지목 배틀’로 문을 엽니다. 카메라 바깥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고려해서 포인트 안무와 동선을 설계하는 ‘코레오그래피’와 달리, 댄서 두 사람이 마주보고 겨루는 ‘배틀’에서는 현장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시즌 2에 출연한 왁씨 또한 리뷰 영상에서 자신의 지난 경험을 떠올려보며 배틀 미션의 특수성에 대해 말하죠. “배틀은 주관적인 거예요. (...) 저지 님들(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거거든요.” 

여기서 시즌 3의 초반 에피소드가 ‘춤’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번 시즌은 유독 무대에 선 댄서보다 그 무대를 바라보는 다른 댄서들과 심사위원의 리액션 비중이 큰 편인데요. 제작진은 본방이 끝난 후 유튜브 ‘더 춤(The Choom)’에 모든 배틀 무대의 무편집 풀캠 버전을 제공합니다. 시청자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무편집 풀캠 버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는데요. 그건 타인의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춤’ 그 자체를 마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편집 풀캠 버전 영상뿐 아니라 전문 댄서들의 리뷰 영상을 함께 보면 춤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됩니다. 시즌 2에 참여했던 바다리, 예니초, 벅키, 시즌 3에 출연 중인 일본 댄서 이부키 등이 각자 유튜브 채널에 리액션 영상을 올리며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를 잡아주고 있고요. 특히, 왁씨는 미션 리뷰 뿐 아니라 이번 시즌에 참가하는 글로벌 댄서들의 특장점과 이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기도 했습니다.

스우파 시리즈는 ‘진정성 있는 춤’과 ‘가벼운 틱톡’을 참가자들의 입을 빌려 꾸준히 경쟁 관계에 위치시킵니다. 지난 시즌에서 한국 크루 ‘마네퀸’이 누구나 따라 추기 쉽도록 난이도를 조절한 창작 안무를 선보였을 때, 일본 크루 ‘츠바킬’의 한 댄서가 마네퀸을 이렇게 저격했죠. “우리는 틱톡 댄서가 아니라 댄서잖아요. 우리는 간단한 스텝으로만 이루어진 안무를 만드는 대신 여전히 댄서로서의 모습을 간직할 것이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즌 3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반복되는데요. 전체 참가진 중 가장 많은 댄서들로부터 ‘존중하지 않는다(no respect)’ 지목을 당한 댄서는 한국 댄서 아이키였습니다. 300만 명 이상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아이키는 상대 댄서로부터 “팔로워를 산 것 아니냐?” 라는 말을 듣고서 이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스우파 시리즈의 지난 주요 미션곡들은 너나할 것 없이 틱톡 댄스 챌린지 유행을 불러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오른 댄서들이 질적으로 완벽한 춤을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지만, 따라하고 싶은 안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간 대중이 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장벽을 낮추기도 하죠. 즉, 프로그램 자체가 틱톡으로 대표되는 비디오 플랫폼과 긴밀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셈입니다.


스우파 3, 관계성 맛집은 맞는데 편집은 맛집이 아닐 때

이미지 출처: Mnet/X

‘춤’이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모인 스우파에는 유구한 경쟁 구도가 있습니다. 이전 시즌에서는 같은 크루에서 활동하다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된 허니제이-리헤이, 리아킴-미나명이 약자 지목 배틀부터 신경전을 벌이다 점점 갈등과 오해를 푸는 과정을 보여주었죠. 사제지간이었던 립제이-로잘린, 레드릭-하리무가 계급장을 떼고 댄서 대 댄서로서 맞붙는 장면들도 볼거리였고요.

이번 시즌의 경쟁 구도는 체급이 커졌습니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팀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이지 스쿼드’와 팀 뉴질랜드의 ‘로얄 패밀리’ 간의 대결 때문인데요. 전자는 세계적인 안무가 패리스 고블이 세운 뉴질랜드의 댄스 크루, 로얄 패밀리의 기틀을 닦은 원년 멤버 케아야, 카이라, 루시베이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현재 로얄 패밀리에 소속되어 활동 중인 젊은 세대의 댄서들이고요.

그렇지만, Mnet의 꽃말을 ‘악마의 편집’이라 여기는 시청자들은 대결 구도에 놓인 이들의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에 집중한 편집을 더 이상 견뎌내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가 ‘전 세계 쎈 언니들의 자존심을 건 글로벌 춤 싸움’이라고는 해도, 관계가 어긋나거나 봉합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임하는 ‘춤(으로 하는) 싸움’에 있으니까요. 결국 두 크루는 ‘춤’으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스우파는 댄스 신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왔을까

이미지 출처: (좌)Bada_bebe/YouTube, (우)GABEEGIRL/YouTube

스우파 시리즈와 함께 댄서들은 꾸준히 셀프 브랜딩을 시작했습니다. 바다리는 ‘연습실 바다쌤’을 통해 퍼포먼스에 강점을 보이는 아이돌 멤버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춤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키는 워킹맘으로서 딸과 보내는 일상을 보여주었어요. 가비는 ‘디바마을 퀸가비’ 세계관 속에 동료 댄서들을 불러들였는데요. 최근에는 NCT 멤버 마크와 동료 댄서들이 가상의 NCT 유닛 ‘NCT-Ballet’를 결성하는 콘텐츠를 기획했고, 힙합과 발레를 조합한 새로운 댄스 장르 ‘힙레’의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고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물정보 서비스에 직업명 ‘댄서’가 정식 추가된 것은 스우파 첫 시즌 종영 이후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과거에 ‘백(업) 댄서’로 불리며 아티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그림자같은 존재로만 인식되던 댄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빠른 시일 내에 달라진 걸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러나 댄서를 향한 인식은 변화했지만, 케이팝 안무는 여전히 저작권 보호에서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우리가 뮤직비디오와 음악방송에서 보는 케이팝 아이돌의 안무는 대개 기획사에서 여러 안무가에게 시안을 의뢰한 결과로 제작됩니다. 다양한 시안을 받아 본 소속사의 안무가 혹은 퍼포먼스 디렉터가 그 중 하나의 시안을 채택하거나, 여러 시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골라서 조합하는 형식으로 최종 버전이 만들어지고요. 이 때, 안무가는 시안 작업에 대한 비용을 지불받지만 대부분의 계약 시 안무의 권리는 기획사에 귀속됩니다. 즉 안무가는 자신이 만든 안무가 변형 및 표절을 겪더라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댄스 크루 원밀리언의 공동대표이자 안무가인 리아킴은 댄서의 권리 개선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24년, 그는 한국안무저작권협회의 초대협회장을 맡았고,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안무 저작권 안내서’가 발표됐습니다. 이 안내서에는 안무가가 알아야 할 저작권 등록절차, 저작권 침해와 구제 방법 등이 담겨 있는데요. 앞으로 국내 댄서들이 속한 건강한 안무 창작 생태계를 꾸려나가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아킴은 한 인터뷰에서 댄서라는 직업이 대우받지 못한 기간이 길었음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 댄서들은 댄스가 발전 가능성이 엄청난 산업이고 우리가 대중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케이팝 퍼포먼스의 높은 완성도와 댄스 챌린지의 유행... 스우파 시리즈는 그 너머를 내다보게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스우파 3에서 어떤 크루를 혹은 어떤 댄서를 응원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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